'615 둥이' 동현이 참 많이 컸지요

남북공동선언 1주년 맞아 무료 돌 사진

등록 2001.06.15 10:48수정 2001.06.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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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집 앞에서 기자를 맞을 때만 하더라도 그 또래의 여느 아기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간 후 동현이의 몸놀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엄마의 품에서 떨어져 나오자마자 성큼성큼 발을 딛는 것이 '혹여 쓰러질까' 불안한 마음도 들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동현이의 걸음마 수준은 그만큼 능숙했다.

"큰애도 키워봤지만 동생인 동현이가 유독 다른 아기들보다 잘 자라는 것 같아요. 걸음마 배우는 속도도 그렇고, 이것저것 배워가는 것이 놀라워요." 동현이 엄마 진순미(32. 주부. 대구 남구 대명7동) 씨의 말이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이 아기의 나이가 궁금하지 않을까. 동현이는 이제 갓 개월 수로 셈하는 나이를 벗어난 한살바기다. 그리고 바로 오늘(6월15일)이 동현이가 세상의 빛을 본 지 꼭 1년이 되는 날. 즉 오늘은 동현이의 첫 돌인 셈이다.

결국 작년 남과 북 정상들이 평양에서 만나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2000년 6월 15일이 동현이가 태어난 날이 된다. 그러니깐 동현이는 '615둥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 이승욱
"병원에서 동현이를 낳았을 때도 아무런 생각도 못했죠. 그런데 동사무소 직원이 며칠 전에 전화가 왔대요. 시민단체에서 돌 기념 사진을 찍어준다고 해서... 그제야, 아 동현이 태어난 날이랑 남북공동선언이랑 연관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 아무튼 좋은 날 태어났다니까 기쁘긴 하죠."

최근 대구지역 시민단체인 '희망의 시민포럼'(대표 박지극)은 6.15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챠밍스튜디오(대표 박학준)와 공동으로 2000년 6월 15일 생인 아기들에게 돌 기념 사진촬영을 무료로 해주는 행사를 기획했다. 시민포럼 관계자는 대구지역에만 '615둥이'가 100여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동현이의 아버지 김승기(36) 씨는 평범한 회사원. 김씨가 동현이 엄마 진씨와 같은 직장에서 만나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린 것은 지난 93년의 일이다. 결혼을 한 후 첫 아이 민수(6)를 낳고는 김씨와 진씨는 둘째 보기를 미뤄왔다고 한다. 진씨가 첫 아이 민수를 낳고는 '산후우울증'에 걸려 한동안 고생을 한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혼자면 아쉽지 않느냐'며 남편을 설득해 결국 둘째 아이 동현이를 보게 된 것이다. 결국 첫 아이를 본 지 5년만에야 둘째 동현이가 어렵사리 태어났다.


동현이가 3.85kg이라는 건강한 몸으로 병원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진씨는 말한다. "잔병치레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눈때문에 고생을 했어요. 병원에 가도 잘 안 낫더라고요. 그래서 왜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지극 정성으로 조상들을 모셔야 된다'고 하지 않나요. 그렇게 그 말씀대로 하니깐 시간이 해결해줬는지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안 좋은 게 없어졌어요."

하지만 크게 한번 앓은 것을 제외하고 '615둥이' 동현이의 성장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순탄했다고 한다. 특히 개월 수가 늘어날수록 동현이가 부리는 재롱은 김씨 부부에게 첫 애를 키울 때 재미와는 달랐다고 한다. "걸음마도 딴 애들보다 빨리 배웠고, 물건 집는 것도 빠르게 배우더라고요. 그래서 말썽 피우는 것도 더 많긴 하지만 재롱은 더 많이 부려요. 애교도 많고... 그게 우리 부부한테는 큰 재미죠."

ⓒ 이승욱
그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몸이 아파 부모가 걱정하게도 하고, 아팠던 시간이 언제냐는 듯 재롱을 부리며 부모의 시름을 잊게 해주면서 한 가정의 일원으로 성장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남북공동선언 후 1년과 '615 둥이' 동현이의 1년나기는 흡사한 구석이 많아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남과 북의 정상이 분단 이후 첫 만남을 가지고, 진통 끝에 만들어낸 남북공동선언.

그리고 그 약속이 있은 후 일년. 아슬아슬한 남북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동현이가 가족의 일원으로, 김씨 부부의 '재롱둥이'로 자라는 것처럼 남북공동선언도 국민들의 가슴 속에 '역사적인 약속'으로 기억되고 있지 않는가.

진씨에게 마지막 질문을 앞으로 소망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물론 아프지 않고 동현이가 잘 커주는 게 큰 바람이죠. 정직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남북공동선언요? 글쎄요... 잘은 모르지만 그것도 하나의 약속 아닌가요. 약속이니깐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 싸우지 말고 말이죠. 그래야 전쟁 없이 통일도 되잖아요. 그게 우리 동현이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니까요."

동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듯이 615 남북공동선언의 평화약속이 잘 지켜지길 바라는 바람, 이것은 단순히 진씨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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