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훈련 중단하는 비에케스섬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매향리는?

등록 2001.06.15 14:02수정 2001.06.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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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케스 섬 이야기 여기저기서 들어보셨죠.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오늘자 신문에 쓴 글인데, 그대로 전해드려도 괜찮을 듯 싶네요(문체만 좀더 부드럽게...).

"왜 훈련을 중단하냐고?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곳에 있는 것을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인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

14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60년간 계속된 미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의 비에케스 섬의 미군 군사훈련을 오는 2003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동안 대서양 함대 훈련을 위한 다른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이유로 비에케스 섬의 훈련 중단 요구를 강력 거부해온 미 해군 및 국방부를 무색하게 만든 셈이죠.

주요 외신들은 지난 1999년 미군 오폭으로 사격장 민간 경비원 1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의 훈련중단 시위와 시민불복종 운동의 값진 승리라고 해석했습니다. 특히 이번 결정이 태평양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오키나와 미군기지 축소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일본에게 부시 대통령이 설명을 해야만 할 것이라는 보도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비에케스, 오키나와와 함께 미군 사격훈련장 문제와 관련, 세 가지 골칫덩이로 꼽히는 한국의 매향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어느 외신에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더군요.

사람 목숨 가지고 숫자놀음하기는 뭣하지만 비에케스 섬은 1명의 죽음 이후 미국의 NGO와 힐러리 클린턴 등 온갖 정치인을 움직여 훈련중단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반면 지금까지 주민들 이야기로는 임산부를 포함, 12명이 숨졌으며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매향리는 아직까지 부시 대통령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웃이자 친구인 비에케스 주민들을 끔찍하게 위하는 부시가 '맹방' 한국 친구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니 말입니다.


하루에 수백차례 폭격 훈련에 매진하는 미군 덕분에 끔찍한 포탄 소리에도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고 납 성분이 유출되는 공장 노동자보다 1.7배나 많은 납을 몸 속에 가진 매향리 주민들 목소리가 비에케스 주민보다 적었던 탓일까요. 혹은 히스패닉 표를 무척 의식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매향리 이야기는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요소가 없기 때문일까요.

일각에서는 주민 안보와 상관없는 비에케스의 미군 훈련과 한국의 안보 수요가 더 큰 매향리에서 이뤄지는 공군기 폭격 훈련은 문제가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세계 인권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미국이 정작 '이웃의 인권'보다 미군의 훈련 필요성을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어쨌든 주요 외신은 그 동안 파괴된 비에케스 환경을 복구하는 데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기사와 2003년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즉각 훈련을 중단하라는 비에케스 주민,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 등의 주장, 미국 정치인들이 비에케스 훈련 중단하면 곤란하다며, 부시가 군사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정치적으로만 판단한 게 아니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만 속보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암튼,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가 메일진으로 발행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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