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손주 3남매 걱정에 한숨쉬는 여수 이말엽 할머니

등록 2001.07.06 18:23수정 2001.07.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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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죽고 싶어도 손자들 때문에 세상을 뜰 수가 없어요."


이말엽 할머니(77. 여수시 율촌면 월평마을). 핏줄은 질기고도 질긴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 나이를 드신 여느 할머니들 같으면 손자들의 재롱을 보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이말엽 할머니는 세 아이들의 어머니 노릇과 할머니의 역할까지 하면서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주종범(7), 선희(6), 은진(5) 이들 세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 형편으로 자신의 친할머니인 이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종범이는 오빠답게 항상 씩씩하다. 선희는 웃는 얼굴이 예쁜 여자아이로 항상 얼굴엔 웃음을 머금는다. 그리고 막내 은진이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다.

이렇게 세 아이들은 아빠, 엄마대신 오직 할머니를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 평범한 아이들의 경우 같으면 마음껏 재롱을 부리고 투정을 하며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고령의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들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종범이의 아버지는 여수산단 용접공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종범이가 4살 때 간암으로 손을 쓸 시간도 없이 아이들과 세상을 등져버렸다.


더구나 어머니는 아버지가 간암으로 세상을 뜨기 전인 1년 전에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아 완치됐지만 올해 다시 재발해 현재 순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으로 아이들을 볼 수가 없게 됐다.

주위 동네 어른들은 "아이들이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었길래 이런 굴레를 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현재 세 아이들 모두 율촌 시내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어린이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자기들끼리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를 모른 채 자신들이 체득한 '외로움'을 벗삼아 생활한다.

이 할머니의 얼굴에는 오기가 서려 있다. 자신이 가야 될 세상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 할머니는 조급하다. 자신이 가버리고 나면 남은 이 아이들이 험난한 고난의 세상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오늘도 밤낮으로 들과 논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말엽 할머니는 "내가 가버리고 나면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 태산 같다"며 "아이들을 위해 아파도 억지로 살려고 밥을 먹는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사진을 찍자고 어린이집 놀이터로 나선 아이들의 구멍난 양말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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