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보호법을 다시 말한다

모성 보호법이 초래할 수 있는 몇가지 역효과에 대해

등록 2001.07.06 23:51수정 2001.07.07 10:09
0
원고료로 응원
얼마전, 90일간의 출산 휴가를 실시하는 모성보호법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모성보호법에 대한 논란은 거의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우리 중에 모성보호법의 그 거룩한 취지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역효과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진정한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도 이 문제는 계속 논의되어야 한다.

우선 우리는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 항상 좋은 결과를 얻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제도가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그 좋은 예들 중 하나가 주택 임대료 상한제이다. 이 정책의 목적은 물론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비용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미국에서 많은 시정부가 실시하는 이 제도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저소득층에게 큰 문제를 가져다 주었다. 주택의 소유주들이 임대료가 낮아짐에 따라 임대주택을 늘리지도 않고, 제대로 임대주택을 개,보수할 유인이 없으므로 주택관리에도 소홀해진 것이다. 반대로 임대주택의 수요자들은 임대료가 낮아짐에 따라 친척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 사람도 점차 임대주택을 원하게 되었다. 또한, 도시의 인구 유입량의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급은 품질을 개선하거나 양을 늘릴 유인을 받지 못하는데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공급량은 그대로이고 수요량은 엄청나게 늘어난다면 그로 인해 초래될 결과는 뻔히 보일 것이다. 거대한 규모의 주택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저소득층이 아예 주택을 구하기 힘들게 만들고, 또한 임대 주택 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이를 통해 작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제도가 좋은 효과를 가져오려면 목적이나 취지뿐만아니라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 역시 다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성보호법으로 인해 부담할 기업과 정부 재정의 비용이 육아, 즉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것은 여성의 고용과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는 동전의 앞면만을 보고 있는 것이다. 유급 휴가로 인해 발생하는 기업의 손실은 어떤 고용주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모성 보호법은 결과적으로 고용주들이 여성의 고용을 기피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여성의 취업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혹자는 이에 대한 반론으로 유급휴가의 비용을 정부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성보호비용을 정부가 부담한다고 해서 기업의 비용이 다 소멸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휴가 기간 동안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 따른 비용(그 시간에 남자를 고용했을 때 얻게되는 기회비용까지 합치면 그것은 기업에 대해 무시못할 규모의 손실로 받아들여 질 것이다.)은 여전히 기업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고용을 원하는 한 남성과 여성이 있다. 두 사람의 능력은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남성을 고용할 경우 기업은 한달에 여러차례 있는 야근도 수행시킬 수 있고 생리 휴가나 출산 휴가에 따른 부담도 해당 사항이 없게 된다. 그러나 여성을 고용할 경우 고용주에게는 여성 관련 법들의 제약이 따른다. 야근도 함부로 시킬 수 없고 매번 여성이기 때문에 주어야 하는 휴가는 여성에게 기대할 수 있는 실질 근무 일수를 떨어뜨린다. 만약 당신이 고용주라면 누구를 고용하겠는가?


고용주들이 인권 운동가나 자선 사업가가 아닌 이상 고용의 혜택은 남성에게 훨신 많이 돌아갈 것이다. 여성들에겐 안 그래도 좁은 취업의 문이 더욱 좁아지게 된다. 또한 설사 고용이 된다고 해도 같은 능력의 남성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게 될 것이다. 여성 단체들이 또 한번 들고 일어나 여성의 의무 고용을 더욱 확대한다고 쳐도 기업은 여성들을 중요한 요소에 고용하기 보다는 형식적 하급직과 저임금직에 돌리려 할 것이다.

또 다른 모성보호법 지지자들은 선진국의 경우를 들며 이 제도의 당위성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진국의 제도라는 것이 언제나 믿을 만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열린 교육이 우리나라에 어설프게 도입돼서 발생했던 역효과는 절실하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더군다나 우리는 일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선진국의 수준까지는 오지 못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여자가 일해서 뭐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모성보호법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취업에 대한 불이익은 얼마든지 육아의 환경을 위해서 여성이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할말이 없다. 그러나 그토록 애타게 부르짖던 짓밟힌 여성의 당연한 권리는 어디로 갔는가? 모성 보호법은 기존의 취지뿐만 아니라 위에 필자가 지적한 역효과 역시 포함하여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