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살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고 박춘희 씨 의문사 미국현지 동행취재 4신

등록 2001.07.13 08:03수정 2001.07.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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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1년 전 미국 출장 중 사망한 '한국인 미군무원 박춘희 씨 의문사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의 하나로, 미국 방문 중인 박씨의 남편 남학호 씨와 함께 현지 동행취재를 시도합니다.

남학호 씨는 이번 미국 방문길에 박 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사고 당시 박 씨가 이용한 택시회사와 경찰을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주)


지난해 8월 5일 고 박춘희(당시 36세. 미군무원) 씨의 의문사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사건 발생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버지니아주 경찰국 제7관구(버지니아주 페어펙스 카운티 소재)는 '사실상' 자살에 비중을 실었다.

하지만 사건 발생 4일 후, 현지에 도착한 박 씨의 남편 남학호(42. 한국화가) 씨는 이에 대해 항의했고, 현지 경찰은 교통전담 경관인 로버트 토마스 경관 외에 '살인사건'을 전담하는 Special Agent인 J. K 롤랜드 형사를 이번 사건 수사에 투입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한 후 8개월이 흐른 지난 4월 부검의가 작성한 부검소견서가 유족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유족들과 각 언론은 이 결과 발표에 대해 많은 의문점을 제기했다.

지난 11일 오후 4시(현지시각) <오마이뉴스>는 롤랜드 형사를 직접 만나 지금까지 제기되고 있는 의문점들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롤랜드 형사는 한국 언론과의 접촉을 꺼려왔고 이번에 인터뷰는 국내 언론으로는 <오마이뉴스>가 처음이다.

이날 두 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롤랜드 형사는 "한국 국민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는 있다"면서도 "충분한 수사를 했고, 사고사라는 수사 결과에는 만족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자살'은 아니지만 '직접 손잡이를 잡고 뛰어내린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부검소견서와 같이 '시차 적응이 어려웠고, 불안한 심리 때문에 뛰어내린 것'으로 설명해 박 씨가 시속 115 km(70마일)에서 뛰어내린 이유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박 씨가 공항에 도착한 이후 택시에 타기 전까지의 행적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충분한 수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게 했다.

또 롤랜드 형사는 "자살로 결론을 내리면 쉽게 끝날 수 있는 문제였지만 가족들의 항의 등이 있어서 수사결과 사고사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해 '사고사' 결론이 유족의 항의에 따른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한편 미국 방문 이날 미국 방문 7일째를 맞은 남 씨는 현지 교포가 소개해 준 미국인 변호사 F(교통사고전문) 씨를 면담하고 법률적인 권한을 위임하는 위임장을 작성했다.

남 씨는 "변호사와 충분한 의견 교환을 했고 변호사가 이번 사건에 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30일 내에 이번 사건의 수사 자료를 경찰로부터 인도 받고 소송 형태(민사 또는 형사소송)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롤랜드 형사와의 인터뷰 요지

- 한국 국민들은 박씨 의문사와 관련해 많은 의혹들을 가지고 있다. 혹시 이런 한국의 여론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알고 있다. 한국에 있는 미군수사대(CID)를 통해 들었다. 이번 사건을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다. 이번 기회에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다"

-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검소견서가 나왔다. 그렇다면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것인가?

"지금 상황에서는 모든 수사는 종결됐다. 경찰당국으로는 열심히 수사를 했다. 박 씨의 죽음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수사당국에서는 범죄전무요원, 실험전문가, 거짓말탐지기 전문가 등 많은 수의 인원을 투입해 이번 사건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

- 한국 국민들은 공식적인 경찰당국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부검소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끝난 것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타살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부검의에게 최종적인 권한이 있다. 그리고 이런 부검의의 의견에 대해 우리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부검의와 경찰 사이에서 충분한 정보 교환을 했고, 우리들은 전적으로 부검의의 의견에 동의했다"

- 재수사를 할 여지는 있는가

"(수사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다시 수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 박 씨가 타고 가던 파키스탄인 운전사에 대해 많은 의혹이 있다. 그의 증언대로라면 박 씨가 뛰어내리던 순간 'I am wrong, I am wrong. Going outside'라고 외치면서 떨어졌다. 급박한 순간에 모국어가 아닌 익숙하지 않는 영어로 외치면서 뛰어내릴 수 있는 것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했는지 파키스탄인도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사고 당시를 운전사가 100%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나중에 생각했을 때 그런 유사한 말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다"

- 영어로 말했다는 것인가, 아닌가? 확실하게 해 달라.

"운전사의 증언으로는 영어로 외쳤다."

- 사고 당시에 운전사가 100%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런 증언을 믿을 수 있는가?

"우리는 운전사의 말을 단순한 정보로써 듣고 '고려'를 할 뿐이다. 이후에 운전사의 말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통해 증언간에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지, 모순되는 부분이 있는지 알아봤다. 우리가 거짓말 탐지기로 검사한 결과, 결코 운전사의 증언에 이상이 없었다. 이곳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를 선임해서 조사를 받을 수도 있지만 택시 운전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최대한 우리 조사에 협조해줬다."

- 사건이 일어난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제대로 조처를 한 것인지 의문이 많다. 특히 사고 현장의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에서도 사고가 나면 사건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두는 것은 기본이다.

"지금에야 당시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찍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드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왜 사진을 찍지 못했나?

"경찰이 사고현장에 도착하면 첫 번째, 현장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 두 번째는 주변에 있는 목격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거나 그 외 일들을 한다. 물론 그런 판단은 출동 경찰이 할 수밖에 없다. 당시에는 토마스 경관이 혼자서 출동을 했고, 도착했을 때는 밤 9시가 넘어서 고속도로의 차량 통행이 많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 조처를 하는 것이 더 급했다. 그리고 생각해 봐라. 만일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사진은 찍는 각도나, 효과에 따라서 달라진다"

- 유족들은 당시 경찰이 현장에서 발견한 두 개의 안경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박 씨의 것이 아닌 또 다른 안경에 대해 조사해 봤는가.

"입수한 안경 중 깨진 것은 박씨의 것이라고 남편이 이야기했고, 나머지 손상되지 않은 안경은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다. 우리들은 두 개의 안경에서 발견한 DNA 흔적을 가지고 범죄자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회를 해 봤지만 일치하는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 박 씨의 안경이 아닌 나머지 안경(훼손되지 않은 안경)이 사건 당시 함께 있었던 제3의 인물의 안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제3의 인물이라면 타살로 전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그런 전제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타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495번 벨트웨이(사고 현장인 도시순환고속도로) 청소를 담당하는 사람들 말로는 어떤 물건도 남아 있을 수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사건 당시에 범인이 흘린 물건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현지 고속도로는 차량의 정차가 불가능하고, 달리는 차량에서 버렸다 하더라도 훼손이 거의 없는 안경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웃음)지금이라도 나가서 찾아보면 그런 안경은 50개라도 발견할 수 있다."

- 박 씨의 행적에 이상한 점이 있다.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후 30분 정도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여기에 대해선 조사해 봤는가?

"박 씨가 탄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한 시간은 오후 7시 36분이다. 그리고 비행기가 Gate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하게 7시 42분이었다. 그후 택시기사 증언한 바로는 박 씨가 택시를 탄 것은 8시 40분 정도였다. 그러니깐 한 시간 정도가 남는데... 이 시간 동안 비행기에서 빠져 나오고, 가방을 찾거나, 이것저것 일들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택시기사가 말한 시간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시간은 더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 있다."

- 그렇다면 그 시간 동안 목격자들을 찾거나 CC-TV를 이용해 박 씨의 행적을 찾는 노력을 했나?

"알 방법이 없다."

- 당신은 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물체는 계속해서 같은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관성의 법칙'에 대해서 알고 있나?

"알고 있다."

- 그렇다면 현재 사건 현장 조사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이 박 씨가 뛰어내린 후 몸이 뒤로 굴러갔다는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때 토마스 경관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했다)"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택시의 뒤쪽 문이 열려 있었고, 차가 서 있는 지점에서 뒤쪽으로 여러 군데 혈흔과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보였다. 그리고 가장 뒷부분에 큰 혈흔이 발견됐고, 사체는 거기에서 (차 진행방향의) 왼쪽 편으로 옮겨져 있었다."

이때 토마스 경관의 설명을 듣고 있던 롤랜드 형사가 토마스의 설명이 부족하다면서 좀더 자세한 설명을 토마스에게 요구했다. 다시 한번 토마스 경관의 설명이 끝난 후 롤랜드 형사에게 물었다.

- 당신은 관성의 법칙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했는데... 토마스 경관이 박 씨의 몸이 뒤로 굴러갔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무 문제가 없다."

- 당신의 경찰 경력은 얼마나 되는가?

"범죄수사 형사(Criminal Investigator)와 그전엔 경관(Troops)으로 28년 동안 일했다."

- 당신의 경력과 명예를 걸고 이번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만족하는가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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