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충이 못된 반딧불이 애벌레들은
어찌 될까?

이제 반딧불이도 씨가 마른다

등록 2001.07.19 21:28수정 2001.07.2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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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마을에 반딧불이 애벌레들 수만 마리가 자기 먹이인 다슬기를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굶어 죽어가고 있다.

내가 사는 산골마을은 물이 맑고 산이 깊다. 공기도 좋다. 본디부터 청정환경 징표인 반딧불이가 많이 살았고 그 먹이인 다슬기도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사람들의 무분별한 욕심에 다슬기는 아주 작은 놈까지 잡혀가고 있다.

백과 사전에 보면, 반딧불이는 물속에 알을 낳는다. 그리고 알은 유충(애벌레)이 되어 물 속에서 몇 달을 산다. 물 속에 사는 동안은 다슬기를 먹고 산다. 그리고 5월이 되면 냇가 옆의 논이나 적당한 땅을 찾아서 자기가 성충이 될 때까지 몇 주를 지낸다. 그리고 6월이면 드디어 애벌레에서 껍질을 벗고 진짜 반딧불이가 된다. 날아다니는 것이다. 이 때 똥구멍에서 노랗고 연두색이며 야광인 불빛이 반짝인다.

우리는 2년 전 이사와서 7월 어느날 우연히 집 앞 마당을 날며 녹색 빛을 반짝이던 반딧불이 두 마리를 보았다. 그리고 작년에는 나만 저녁에 밭에서 한 번 보았을 뿐이다. 그러다가 지난 6월 16일 우연히 반딧불이 애벌레가 사진처럼 우리 집 앞 다리 아래쪽에 엄청나게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반딧불이를 우리 집 주변에서 8번을 보았다. 그런데 모두 한 마리씩 외로이 나는 것만을 보았다. 반딧불이 애벌레가 어림집작으로도 1만 마리도 넘을텐데 왜 내 눈에는 8마리만 보였을까.

한 보름간 밤마다 11시쯤 되면 반딧불이를 찾아서 우리 집에서 다리까지 50미터를 달빛의 도움을 받으며 걸어보았다.

얼마전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백과사전을 펼쳐서 반딧불이를 찾아보았는데 6월이 되면 애벌레에서 탈피해서 성충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리 아래 쪽에는 6월 16일 사진을 찍었을 때와 비교해서 한 달이 지났는데도 그 수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중 하나를 집어서 살며시 허리를 꺽어보니 굵은 모래 몇 개 뭉쳐 놓은 듯한 집 안에 애벌레가 살아 있는 게 아닌가? 다시 다리 주변을 보니 다슬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다슬기를 사람들이 모두 잡아가서 아직은 생명이 살아있는 반딧불이 애벌레도 서서히 굶어죽고 말 것이다.

아래 비슷한 두 장의 사진을 잘 보라. 검은 색 다슬기가 큰 놈 한마리와 작은 놈 두 마리가 있다. 오른쪽에는 오십원짜리 동전이 있다. 가운데 굵은 모래와도 같은 놈들이 반딧불이 애벌레다. 반딧불이 애벌레를 모두 세 놈을 사진관에 들고 가서 (이런 사진은 정밀해야겠길래) 한 마리만 허리를 꺽어서 반딧불이 애벌레가 그 집 안에 살아 있는 것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큰 놈부터 두 마리는 속에 아무 것도 없더란다.

어쩌면 이 놈들은 뭍에 나가서 성충이 되고 지금은 연두색 빛을 발하며 날아다닐지도 모른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애벌레 중 제일 위쪽에 있는 놈 허리 아래쪽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사진과 두번째 사진에서 그 것이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관에서 돌아와서 사진 촬영하느라고 고생한 다슬기와 반딧불이 애벌레를 원래 살던 다리 밑 물에 넣어주고 혹시나해서 반딧불이 일곱마리 허리를 꺽어 보니 여섯마리는 살아 있고 한 마리는 뭐가 있긴 한데 죽었는지 색깔이 검다. 결국 사진관에 들고 간 놈들과 주먹구구로 계산해보면 80%는 성충이 될 때를 놓친 것이다.

이럴 땐 내가 사람인 것이 차라리 창피하다. 생각해보라. 냇가 바닥을 청소해주는 다슬기도 다 잡아먹고 청정 환경을 보증해주는 반딧불이도 모조리 굶겨죽이던 그 사람들이 몇 년 후 우리 동네를 다시 찾아와서 냇물은 청태가 시퍼렇게 끼이고 다슬기는 한 마리 보이지도 않게 된다면 자기 잘못을 뉘우칠까? 아니면 이 동네도 오염 많이 됐네. 이렇게 투덜댈까.

이런 식으로 한 십년 지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사는 속곡리는 지금 그보다 더욱 심각하게 자연생태가 파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에 나오는 다리 위로 500미터 위쪽에 높이 38미터 길이 113미터나 되는 댐을 만들어 저수지를 짓는다고 한다.

댐공사와 함께 예정된 수몰지역 이설도로가 산을 통째로 들어내면서 만들어지면 환경에 민감한 반딧불이는 물론이고 비포장이지만 차가 다니는 길에도 나타나고 심지어는 동네에서 제일 아래쪽인 우리 텃 밭에 와서 옥수수도 따먹는 너구리 같은 놈들도 모두 보지 못할 것이다. 수달이며 오색딱따구리, 하늘 날다람쥐, 오소리 같이 흔치 않은 동물들도 모조리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환경파괴와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을 염려하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도지사 도장까지 찍혔고 지금은 수몰예정지 토지보상을 위한 토지감정평가내용을 개별로 통보한다고 한다.

물론 환경영향평가는 받지 않았다. 이유는 법에 정한 기준보다 저수지가 작기 때문에. 실제 이유는 댐만들고 저수지를 지으면 돈이 되지만 환경은 아무리 보존해 봐야 돈이 안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억지로 이 사업을 추진하는 농업기반공사 영덕지부와 인가 도장을 찍어준 경상북도청에 대해 대단한 분노를 가지고 있다. 주민들이 어떻게 싸워나가는지. 과연 청정환경을 지켜낼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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