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꼭 20년 전 오늘(8월 12일) IBM은 IBM-5150이란 개인용 컴퓨터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CPU 속도 4.77MHz, 메모리 64Kb의 초라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값은 3천달러를 호가했지만 인터넷 혁명의 씨앗이 된 PC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IBM은 PC를 출시하면서 당초 5년 동안에 24만대 정도 팔면 성공작이라고 예상했다 합니다. 하지만 IBM은 5년이 채 되기 전에 '한 달'에 24만대의 PC를 팔고 있었습니다. <애플-2>가 호사가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데 자극 받은 IBM이 자사의 엔지니어들에게 PC의 개발을 맡기면서 요구한 조건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저렴한 가격의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마감 기한 안에 PC의 버그를 해결하지 못한 IBM의 엔지니어들은 PC가 십중팔구 작동중에 오류를 일으킬 것이라 예상했고 이에 대비해 Ctrl-Alt와 Delete 버튼을 동시에 눌러 재부팅을 하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이 기능은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전 세계 모든 PC의 키보드에 화석처럼 살아남아 초기 PC의 급박했던 개발과정을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한편 <시애틀 컴퓨터>라는 회사는 IBM으로부터 PC의 운영체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86-DOS'라는 제품을 개발해 냅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은 Q-DOS(Quick and Dirty Operating System-빠르고 더러운 운영체제)라는 별명을 더 좋아했다고 하는군요. IBM의 촉박한 마감 시한에 미처 버그를 해결하지 못한 엔지니어들이 장난삼아 붙여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86-DOS'의 버그를 해결 못해 골치를 앓던 IBM은 빌게이츠라는 사람이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빌게이츠는 <시애틀 컴퓨터>로부터 '86-DOS'의 권리를 사들여 버그를 수정한 뒤 'MS-DOS'라는 이름으로 IBM에 납품을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름 없는 벤처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제국으로 등장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20년 전의 PC가 CPU 속도 4.77MHz, 흑백 모니터에 기업의 장부계산에나 쓰이던 별난 기계였던 데 비해 요즘의 PC는 1GHz를 넘보는 속도에다 칼라모니터, 그리고 인터넷으로 무장한 만능 기계로 탈바꿈해 전 세계 모든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8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도 이제 5억대를 넘나드는 PC의 보급에 힙 입은 바 큽니다. 반도체 메모리칩, 모니터 등 주요 부품과 주변기기의 생산기지 역할을 한 한국의 전자업체들은 PC 혁명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PDA와 차세대 휴대폰이 등장해 PC 이후의 세상을 노래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정보화와 인터넷 혁명의 핵심에 자리한 PC의 위상은 아직 건재해 보입니다. PC가 탄생한 지 20년, 우리는 그간 상상할 수 없이 변모한 새로운 세상의 모습에 경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PC 혁명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하는군요. 지금 모니터 화면을 통해 기사를 읽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 가끔 버그를 일으켜 말썽을 부리기도 하지만 항상 묵묵히 일하는 우리 PC에게 따뜻한 축하의 덕담 한 마디 해주시지요. "해피 버스데이 PC!" jean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