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해는 '주체사상' 이해부터"

8일, 경북대 총학생회 주최 <주체사상토론회> 개최

등록 2001.08.09 12:28수정 2001.08.1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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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첨예한 대치 상태에서 '주체사상'은 공개적 논의장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불온한' 사상이었다. 하지만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불어닥친 남과 북 화해의 기류를 타고 주체사상은 '금기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8일 경북대학교(대구 북구 산격동 소재) 전자계산소 세미나실에서는 <주체사상토론회>가 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기를 넘어 민족을 이해하자'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4월과 6월에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각각 열린 주체사상 관련 토론회에 이어 대학 내에서 올해 들어 세번째로 개최된 것.

경북대 김정희 부총학생회장은 이날 열린 주체사상토론회에 대해 "지금까지 대학 내에서 이북바로알기 운동 등을 통해 북한의 예술, 문화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긴 했지만, 이는 북한을 이해하는 데 단편적일 뿐이었다"고 전제하고 "이번 토론회는 북한의 중심사상인 주체사상을 이해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토론회의 의의를 밝혔다.

이날 5시간 가량의 장시간에 걸쳐 열린 토론회는 발제자들이 ▲주체사상의 형성과 발전과정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 ▲주체사상이 이북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의 주제로 기조 발제를 하면서 시작됐다.

김남식 경실련 통일협회 고문 ⓒ사진제공-참여광장
"김일성에 의해 창시, 김정일에 의해 체계화 되는 과정"

이날 첫 번째 기조 발제에 나선 김남식 경실련 통일협회고문은 주체사상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설명하면서 "주체사상은 1930년 6월 '공청 및 반제청년동맹 지도간부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에 의해 제시됐다"고 밝히고 "그 후 항일 빨치산 활동을 통해 주체사상이 현실화되고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과정에서 새로운 내용들이 첨가됐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주체사상의 관계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후계자로 추대된 이후 주체사상에 대한 체계화 및 정식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주체사상은 창시와 함께 오랜 과정을 통해서 심화, 완성됐으며, 김 위원장에 의해 더욱 체계화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막스-레닌주의와 철학의 근본문제에서 구별되는 주체사상"

안재구 전 경북대 교수 ⓒ사진제공-참여광장
김고문에 이어 두 번째 발제자인 안재구(전 경북대 교수) 씨는 "한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상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통일과 화합도 가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안 씨는 "주체사상은 철학의 근본문제를 인간의 운명문제에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는 "물질-존재가 일차적이고 의식-사유가 부차적이라는 문제를 철학의 근본문제로 내세웠던 막스-레닌주의와는 구별된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또 "주체사상에서는 인간의 운명을 개척하는 데에 영향을 주는 것은 객관세계(인간의 환경과 여건)와 인간 자신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에 대해서는 그 특성을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체사상은 북한의 대내적 주체성과 대외적 자주성에 영향"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진제공-참여광장
'이북사회에 주체사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마지막 기조 발제자인 강정구 동국대 교수(사회학)가 맡았다.

강 교수는 "북한 정권의 주체적 성격을 규정하는데 주체사상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특히 이러한 북한의 주체성을 '대내적 주체성'과 '대외적 자주성'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대내적 주체성은 막스-레닌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실정에 맞게끔 만들어가는 점, 대외적 자주성은 북한에서 그 동안 벌여온 반제국주의자주화투쟁, 소련이나 중국 등 사회주의 대국과의 별도의 독자노선 투쟁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이날 토론회는 비전향장기수 서옥렬 씨와 금속연맹 김대용 대구지부장이 '주체사상은 왜 금기시 되어야 하는가', '금기와 편견을 넘어 이북을 제대로 보자'등을 중심으로 주제토론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는 토론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응답 시간을 마지막으로 오후 8시쯤 끝을 맺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 개최과정에서 국가정보원 등 공안당국이 학교 당국에 개최 불허를 요구하면서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해, 이번 토론회의 성사만으로 주체사상이 '금기의 벽'을 넘어 '토론의 양지'로 들어섰다고 단정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참여광장

총학생회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주체사상에 대한 '호기심'이 높은 반면, 공안당국의 주체사상에 대한 금기는 여전하다"고 주장하고 "공안당국은 주체사상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과 북한 사회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과정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전과정은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2.knu.ac.kr/~chonghak/)과 진보넷 (www.jinbo.net) 등을 통해 동영상과 토론 발언론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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