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조간-8월 14일]야스쿠니 신사에 꽃다발을 바친 '고이즈미'

등록 2001.08.13 20:38수정 2001.08.1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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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13일 오후 4시 30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그의 참배에 대해 14일자 조간 신문은 일제히 '전격'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당초 공언했던 전쟁종전일인 8월 15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강행됐다.

이날 참배가 공식인지 비공식인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는 방명록에 '내각 총리대신'이라는 흔적을 남겼다.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에 앞서 개인 돈으로 마련했다는 꽃다발에는 '내각총리 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적혀 있었다.

14일자 조간신문은 대부분 전격적인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담화문에서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은 우리 국민을 포함해서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큰 참화를 안겨주었고, 특히 전쟁희생자 모두에 대해 깊은 반성과 함께 애도의 뜻을 올리려고 한다"고 밝혔지만 또 한편으로 "오늘 일본의 평화와 번영이 존귀한 희생 위에서 세워졌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며 매년 평화에 대한 맹세를 새롭게 해왔다"며 전쟁전범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일본 총리가 재임 중에 신사를 참배하기는 1996년 7월 자신의 생일날 신사에 간 하시모토 류타로 당시 총리 이후 5년만의 일이 되며, 참배가 공식적이라는 입장이 나온다면 1985년 8월 15일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이후 16년만의 사건이 된다.

<한겨레>는 왜 하필 8월 13일을 선택했는가에 대해 안팎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공약을 지키려는 고육책이라고 해석했다.

주목되는 것은 주변국의 반응과 후속처리.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강한 유감과 항의 뜻을 전달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일본 정부의 대표인 총리가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것은 일본 식민지 지배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이웃나라 국민들을 분노케하는 조치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중국도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일본지도자들이 A급 전범들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데 반대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정부는 외교적 대응카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대응처럼 주일대사 소환이나 한-일 교류 중단 같은 맞대응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아일보>는 1'우로… 우로 …고이즈미 호'라는 연재기사를 통해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소개했다. 고이즈미 호가 얼마나 더 우향우 할지, 그리고 우리 정부를 포함해 주변국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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