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없는 결혼식' 그리고 국가보안법

현실과 실정법 사이의 괴리를 극복해야

등록 2001.09.13 23:26수정 2001.09.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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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결혼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구속된 김건수 씨(30. 경희대 졸업생)의 약혼녀 홍은주(30.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씨가 지난 9일 '신랑없는 결혼식'을 올렸다.

한겨레, 경향신문을 비롯한 언론사들이 이 초유의 결혼식을 보도했고, 지난 11일에는 MBC 생방송 화제집중에 홍은주 씨의 애틋한 사연이 소개되기도 하였으며, 홍은주 씨를 동행취재한 경인방송의 '르뽀 시대공감'은 22일 저녁 8시에 방송을 내보낸다.

'신랑없는 결혼식'을 치른 다음날인 10일, 전날부터 수원구치소 앞에서 밤샘농성을 진행한 홍은주 씨는 8시 40분경 면회신청을 하였으나 구치소측은 '드레스를 입은 상태로는 곤란하다'며 거부했다.

홍은주 씨가 재차 '신랑될 김건수 씨에게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면회를 요구하자, 구치소측은 '면회는 재소자 교화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거듭 묵살했다.

결국 11시 40분 경, 면회를 회피하던 구치소측은 '신부 홍은주 씨가 드레스를 갈아입고 면회실 안에서만 드레스를 입는 것'과 '함께 농성 중인 학생들이 돌아가는 것'을 조건으로 면회를 허용했다.

면회는 김건수 씨의 어머니 장갑숙(73) 씨와 형 김건상(37) 씨, 그리고 홍은주 씨 셋이서 진행했으며, 김건수 씨의 친형 김건상 씨는 "은주 씨에게 볼 낯이 없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 집안에 시집온 것 후회하지 않게 하겠다"며 홍은주 씨에게 다짐을 하기도 하였다.

면회를 다녀온 홍은주 씨에 따르면 김건수 씨는 "이날 아침에 구치소직원으로부터 얘기를 전해듣고서야 (신부 홍은주 씨가) 밤새 농성을 한 사실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건수 석방을 위한 대책위는 11일부터 수원지검 앞에서 '정점식 검사 파면, 국가보안법 철폐, 김건수 및 구속자 석방을 위한 릴레이 1인 단식시위'를 벌이고 있다. 1인 시위를 진행하던 첫날, 정 검사 사무실의 직원이 직접 나와 피켓에 쓰인 문구를 적어가는 등 관심을 보였으며, 지나가던 시민들도 유심히 쳐다보고 수고한다며 음료수를 사주는 등 관심을 보였다.

홍은주 씨는 13일 민가협에서 주최하는 목요집회에 참석하여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기를 원했지만, 국가보안법이 이를 가로막았다"며 "이 자리에 나와보니 나보다 더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루 빨리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고 더 이상 억울한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건수 씨의 모교 선배들로 이루어진 경희대 수원교정 민주동문회는 김건수 씨를 후원하기 위한 모금활동을 전개중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고, 실정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대통령도 개정을 약속한 국가보안법. 그러나, 아직은 실정법이란 이유로 많은 이들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수배와 구속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제도의 빠른 정비를 통해 실정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던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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