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미래 위해 교사가 나섰다

전남 광주 교육주체결의대회

등록 2001.10.10 23:02수정 2001.10.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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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역앞에는 수많은 차량이 오가고 있었다. 많은 갈래의 넓다란 길들이 서로 만나는 곳. 이곳에서 광주와 전남의 교사들은 오전 수업의 피로를 뒤로 하고 달려와 함께 하였다. 교대, 사대의 예비교사들은 하얀 비옷으로 단장하고 들어왔다. 단상에는 주먹을 불끈쥔 교육시장화 저지 선봉장이 매서운 눈초리를 걸개그림으로 나부끼고 있다.

10월 10일 오후 4시 전교조 전남지부와 광주지부는 광주역에서 '교육 시장화 저지와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제1차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 전남.광주지부 소속 교사, 교육대학생, 사범대학생 등 2000여명(추산)의 교육주체들은 교육불평등을 조장하는 7차교육과정과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한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저지하기로 결의하였다.

교육주체 결의 대회

'교육 시장화 저지와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제1차 교육주체 결의대회'

대회 제목 만큼이나 무거운 표정을 한 교사들의 얼굴에는 비장함마져 보였다.

오후 4시 5분 홍정수 전남지부 사무처장의 개회로 대회는 시작되었다. 심경섭 전남지부장은 대회사에서 '어떤 사람들은 교사들이 길거리로 나오는 행동이 옳지 못하다고 말하나, 우리들은 아이들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수업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행동의 결과가 '참담한 교육 현실을 초래했고 붕괴되는 교실을 만들고 말았으며, 이제 평등한 교육 세상을 일구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7차교육과정, 자립형 사립고, 교원 성과급제도 등은 교육 불평등을 조장하는 신자유주의 망령이다. 암담한 우리의 교육현장을 보면서 우리마저 모른 체 할 수 없기에 이 자리에 모였다. 한숨과 숨죽임으로 세상을 탓하지 말고 단합된 힘과 결의로 참교육, 참세상을 건설하자'고 역설하였다.

전교조의 실질적 산실이었던 광주 전남의 교육동지들에게 참교육 참세상을 위해 떨쳐 일어서자는 지부장의 호소에 2000여명의 교사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하였다.

연대사에서 광주전남 참교육 학부모회 회장은 선생님들의 조퇴투쟁을 보는 입장이 마음 편한 것만은 아니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학부모, 교사, 학생이 모두 나서서 교육불평등 세상을 만드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어진 격려사에서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장은 교원에게 지급된 성과급에 대하여 성과급은 미끼이며 쥐약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여 반납을 실행한 것에 대하여 격려와 찬사를 보냈다. 이어 '세계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저지를 위해 가열찬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선생님들의 투쟁이 신자유주의를 반드시 무너뜨릴 수 있다'며 모든 노동자의 연대와 투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광주지부 사립위원장의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 낭독이 있었으며 광주지부장은 결의문에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철폐, 7차교육과정 수정고시, 사립학교법 개정, 초등교원 보수교육 실시 계획 취소, 교사의 법정 정원확보, 교육재정 GDP 6% 확보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며, 10월 27일 전국 연가 상경 제2차 교육주체 결의대회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의하였다.

시가행진

결의대회를 마친 교사들은 전남지부 조합원을 선두로 광주역, 광주소방서, 금남로 광주은행앞, 광주천변 도로를 경유하여 광주공원까지 시가행진을 하였다. 방송 선도차를 선두로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며 한쪽 차선으로 질서정연하게 실시된 시가행진에서 교사들이 길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대국민 선전지를 시민에게 배포하였다.

오후 6시 광주공원에 도착한 교사들은 광주지부장의 투쟁결의를 다지는 인사와 참교육의 함성으로를 제창하고 제1차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마쳤다.

대회 시작부터 가을비가 왔다. 광주역의 나무들은 단풍이 들어 있었다. 교사들의 상기된 표정도 단풍만큼이나 여러가지였다. 참담한 교육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간간이 비가왔지만 대열은 질서 정연했다.

시가행진에 나선 교사들은 대국민 선전지를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시민들은 길거리에서 선전지를 진지한 표정으로 읽고 있었다. 광주공원에서 전남지부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대회를 마무리하였다.

"교육부는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지 않지만, 우리는 약속된 집회시간에 집회를 끝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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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면서 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진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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