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덩어리로 전락한 학교 소각로

일선학교 소각로 기피, 관급 쓰레기 봉투 선호

등록 2001.10.19 01:37수정 2001.10.1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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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내 초·중·고등학교에 설치했던 소형 쓰레기 소각로가 불과 4~6년만에 그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아까운 혈세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경남도, 경남도교육청, 창원교육청은 지난 95년부터 1기당 2000~3000만원 가격 대 50~200㎏/hr 용량 소형 소각로를 도내 각 초·중·고등학교에 설치하기 시작하여 97년까지 약 120여기 소각로가 가동 되어왔으나 97년경부터 서서히 불용시설이 되어 불과 4~6년만에 소각로는 무용지물 고철로 변모됐다.

경남도교육청 한 관계자 말에 의하면 "95년부터 97년 사이 경남도내 고등학교 40여 곳에 소형 소각로를 설치했으나 환경부가 지난해 8월에 개정한 폐기물법 강화로 인해 현재 19개가 불용시설이 됐고 21개 학교만 소각로를 가동한다. 또 창원시 내에는 현재 C고, C여고 두 곳만 시설보완상태에서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C고는 추가 시설보완 비용이 부담되어 올해 안에 가동을 중지하고 관급쓰레기봉투를 사용할 계획이며, C여고는 지난해 기존의 소각로에 500여만원의 시설비를 재투자, 환경오염을 줄이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보완했으나 가동이 미흡하여 다시 시설투자를 해야 원상이 될 것 같아 이 학교도 곧 쓰레기봉투로 대처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 창원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95년 이후 창윈시 N, M, D, Y, B, S초등학교와 B중학교가 각각 50~200㎏/hr 소형 기기를 설치했으나 그 동안 대기배출시설에서 제외되어 왔던 소형 소각로에 대한 검사가 시행되면서 각 학교는 엄청난 추가시설 보완비용의 부담을 느껴 지난해부터 서서히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고 현재는 관급쓰레기봉투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 소각로 사용을 중단한 창원 모 초등학교 담당자는 "소각로를 안쓰게 된 원인은 환경부가 지난 해 8월부터 전국의 소형 소각로에 대한 다이옥신 배출실태를 조사한 후 폐기물법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시 소각로로는 환경부가 개정한 다이옥신 배출기준법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D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환경부가 고시한 다이옥신 배출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당시 소각로에 막대한 시설비를 투자해야 반건식세정장치(SDA)와 여과집진기(BagFilter), 촉매장치(SCR, 선택적 촉매환원장치), 활성탄 흡착탑 등을 보완하고 가동을 할 수 있으나 사실상 추가 시설비 투자와 가동비용(등유 1드럼 12만원)이 부담되어 가동을 중지하고 50ℓ 1130원, 100ℓ 2250원짜리 관급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소형 소각로 제조업체(고려소각로공업사) 권태봉 차장은 "환경부는 그 동안 소형 소각로에 대해 다이옥신 등 폐기물법을 적용시키지 않았으나 소형 소각로도 발열 온도를 850도로 승온시켜야 한다며 폐기물법을 강화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소형 소각로에 850도 승온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존 기기 값보다 비싼 3000~4000만원의 시설비가 투자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국 각처에 설치돼 있는 소형 소각로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6개월간 중·소형 다이옥신 배출농도 조사결과 소각량이 시간당 0.2t 미만인 소각장의 경우 평균 65.589ng-TEQ/입방m로, 0.2~2t인 중형 소각장(12.142ng-TEQ/입방m)과 2t 이상 대형 소각장(21.503mg-TEQ/입방m)보다 3~5배 가량 다이옥신 배출량이 높았다며 다이옥신은 1997년 WHO(세계보건기구)산하 국제 암 연구센터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또 다이옥신은 인류가 만들어낸 물질 가운데 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로 베트남 전쟁 때 사용된 고엽제의 주성분으로 쓰레기 중 염화벤젠, 염화페놀, 염화비닐(PVC) 등이 탈 때 배출된다. 따라서 환경부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폐기물법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창원교육청의 지원을 받으며 설치했던 소각로가 불과 4~6년만에 자취를 감추게 되자 전희숙(가명·33·창원 M초등학교 학부모회장) 씨는 "환경부가 개정한 폐기물법 강화로 인해 결국 아까운 혈세만 축낸 꼴이다. 물론 환경부의 방침은 이해하지만 당초 교육부가 내세운 계획은 쓸데없는 사업이 되고 말았다. 교육부는 기기를 설치하기 전 전문 부서와 충분한 의견을 나누었어야 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부의 졸속행정이 안타깝다"며 효율성 없이 사라진 소각로 자리에 대신 들어선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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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경남연합일보 사회부기자로 사회 모순을 바로 잡기 위한 열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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