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돈 50만원으로 사람을 우롱하려 들지 말라"

무너진 귀농의 꿈

등록 2001.11.18 13:54수정 2001.11.1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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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오후 7시경 충남 공주시 농촌의 한적한 도로에서 오토바이가 길 가장자리를 지나가던 두 여인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토바이 몰던 사람은 5년전 서울에서의 건축업 생활을 마치고 귀농, 소20 마리와 논농사를 지으며 살아오던 차모 씨였다. 차 씨는 이날 마을에서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트럭의 해트라이트 불빛에 잠시 시야를 잃고 마침 교회를 가던 두 여인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두 여인이 넘어지고 오토바이를 몰던 차 씨도 넘어졌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차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택시를 불러 신속히 대전에 있는 큰 병원으로 두 피해자를 이송해갔다.

검사결과는 단순 타박상으로 나왔고 차 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검사후 다시 대전에서 공주시내의 작은 병원으로 피해자들을 옮겨왔다. 차 씨는 경미한 사고이고 또 몸에 이상도 없어 병원에서 며칠정도 머물면서 치료를 하면 될 것으로 예상을 했다.

하지만 두 피해자는 현재까지 아무 치료도 받지 않은채 병원에서 머물고 있다. 차 씨가 두 피해자들에게 "치료도 다 끝났으니 이제 집에서 요양하는게 어떻겠냐"고 물으며 요양비로 50만원을 건네자, 두 피해자는 "아직 몸이 완전치 않아 나갈 수 없다"고 말하며 "겨우 돈 50만원으로 사람을 우롱하려 들지 말라"고 했다.

이 말에 차 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말로만 듣던 이런 일이 서울도 아닌 이곳에서 벌어지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서울에서의 20년간의 건축업을 모두 청산하고 고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지 어느덧 5년, 이제야 살만하다 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고 보니 자신이 생각하던 고향이 너무나 변해있음을 깨달았다.

차 씨는 "지금까지 든 병원비만 500만원을 훌쩍 넘어버렸다며, 올 한해 농사는 다 물건너 갔다"며 담배를 피워물었다.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람다운 삶을 살아보려는 차 씨의 꿈이 같은 동네주민에 의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차 씨는 "이런 살벌한 고향 분위기 속에서 어찌 농사를 더 지을 수 있을런지 막막하다"며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린 결심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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