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안문학>을 만드는 이유 ①

<참된 세상 꿈꾸기>

등록 2001.12.17 13:38수정 2001.12.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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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회장' 직책을 맡아 헌신 봉사하고 있는 '태안문학회'의 2001년도 마지막 모임이 어제 저녁에 있었습니다. 허름한 중국음식점에서 가진 조촐한 모임이었지만, 모임의 명칭은 좀 거창하였습니다.


<태안문학 제7집 발간 자축 겸 등단 회원 축하 및 2001년 송년 모임>

또 한바탕의 큰(?) 고생 끝에 태안문학 7집(2001년 하반기호)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총 300쪽에 1200부를 찍었습니다. 1998년 가을의 창간호는 400쪽이 훨씬 넘었었고, 매번 350쪽 안팎으로 만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7집은 꽤 홀쭉해진 상태가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규모를 줄인 가장 큰 이유는 발간 비용에 대한 부담이 워낙 무거워서였지요. 발간 부수도 300부를 줄여 1200부를 찍은 것도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요. 여타의 지방문학지들이 대개는 고작 500부나 1천부를 찍는 데 비해 태안문학은 매번 1500부(창간호는 2천부)를 찍어 주변 문학단체들로부터 부러움을 사왔는데….

지방에서 문학단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역시 돈 문제가 가장 큰 난관이지요. 우리 태안문학회는 출향회원까지 합하면 40명 가까이 되지만, 지역회원이든 출향회원이든 매월 회비를 내는 사람은 15명 정도 됩니다. 회비는 월 1만 원이고요. 모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한때는 격월로 모임을 했더니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아서 지금은 매월 모임을 하는데, 가장 값싼 된장찌개 정도로 모임을 하는데도, 꽤 많은 금액이 모임 비용으로 빠져나갑니다.

책은 일년에 두 번 만드는데, 중간에 역시 두 번 만드는 회보 '태안글발'의 제작비와 발송비까지 합하면 일 년에 1천만 원 이상이 소요됩니다. 외부 지원은 현재 '충남도문예진흥기금'으로부터 일 년에 한 번 지원 받는 1백만 원이 전부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책을 만들려니, 제가 백방으로 뛸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손을 벌려서 '광고' 형태의 도움을 얻는 것이지요.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돈 만드는 행사'가 여간 큰 문제가 아닌데, 태안이라는 동네가 비교적 작은 동네여서 더욱 어려움이 큰 것 같습니다. 태안문학회 구성원들 중에서 돈 만드는 일을 거들어주는 회원은 겨우 한 명에 불과한 실정이고…. 그러다 보니 발간 비용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서 내 사비도 꽤 동원이 되는 형편이지요.

원고를 모으는 일에서부터 편집을 하는 과정 또한 난관이 많습니다. 원고가 쉽게 모아지지 않으니, 편집위원회도 제 기능을 다 못하고, 일부 원고는 내가 손도 보아주어야 하고, 때로는 필자와 만나 의논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불평 불만도 생기고….


책을 만들고 나면 그 책을 배포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지요. 우선 후원회원들에게 우송을 하게 되는데, 우송료를 절약하기 위해서 상당수는 회장과 일부 회원들이 직접 배달을 합니다. 수량이란 게 그렇습니다. 숫자로 들을 때는 몇 십 권, 몇 백 권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막상 그 수량을 눈으로 접하게 되면 참 대단하지요. 1200권의 책을 배포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거지요.

방금 '후원회원'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잠시 기술을 해야겠군요. 우리 태안문학회는 오늘 현재 673명의 후원회원을 두고 있습니다. 1999년 하반기부터 '지로' 계좌를 개설하고 '지로 장표'를 만들어서 책에 끼워 배포하는 방식으로 후원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모아진 후원회비 총액이 2천만 원이 넘습니다.

후원회원님들이 보내 주시는 후원회비는 5천원부터 10만 원까지 있는데, 한푼도 축내지 않고 전액 적금으로 적립을 하고 있습니다. '기금'을 만들기 위해서지요. 나는 문학단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기금이 꼭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1억 원의 기금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만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까지 2천만 원을 모으는 데 2년 가까이 걸린 것을 감안한다면 세월이 꽤 많이 걸릴 것 같고, 과연 1억 원의 기금을 확보하게 되었을 때 그 1억 원의 가치가 어떤 상황일지를 생각하면 회의도 없지 않습니다만, 하여간 목표를 향해 끈질기게 나아갈 생각입니다.

기금을 만들려는 첫째 이유는 나 다음에 회장을 맡게 되는 분께는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조성해드리려는 것입니다. 다음 회장에게 돈 만드는 짐까지 넘겨준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 발간비 문제를 극복하고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면, 정식으로 고료를 지불하면서 외부 필자의 수준 높은 글을 얻어 게재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회원 필자들에게도 '고료'를 지불하고 싶습니다. 만약 태안문학이 회원 필자들에게도 고료를 지불하는 문학지로 성장한다면, 그것은 전국의 모든 지방문학지를 통틀어 최초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생각하면 꿈이 너무 큰 듯싶습니다.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닌 듯싶으면서도 너무 버거운 듯한 느낌을 안게 됩니다. 그래도 이왕 나선 길이니, 그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뿐입니다.

너무 거창한 듯싶으면서도 그 꿈이 확실하기에, 현재 책 발간에 따르는 비용 만드는 일이 워낙 힘들어서, 이제 그만 후원회비를 축내고 싶은 유혹도 수시로 겪지만, 한사코 도리질을 하고 있습니다. 후원회비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다보니 자연 내 희생도 큽니다만…. 불필요한 얘깁니다만, 최근에도 가난한 내 통장에서 1백만 원이 나갔습니다.

가난한 사람의 통장에 웬 돈이 백만 원씩 있느냐고요? 노친네를 모시고 살기로 고장의 한 '상조회'에 가입을 했습니다. 몇 년 동안 매월 3만 원씩(상이 나면 5만 원씩) 불입을 해 왔지요. 그러다가 지난 9월 내 노모님께서 대장암 수술을 받으신 바람에 340만 원의 '생재급'을 타게 되었습니다. 이 돈에서 100만 원을 뚝 떼어 태안문학회의 출판사 누적 부채를 청산한 거지요. 아 사실을 아내는 알지만 어머니께는 비밀로 하고 있고….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때로는 나 자신이 이상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왜 개인 작품 활동에만 충실하지 않고(개인 작품 활동에 전력 투구를 해도 모자를 텐데…) 고장에서 지방문학회를 운영하고 문학지를 만드느라고 시간 쓰고 돈 쓰고 고생하고 오만가지 정력 낭비를 하고 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심정일 때가 많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이 기회에 '알다가도 모를' 그 이유들을 한번 찬찬히 되새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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