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선거 대목 챙기나?

후보지지도 보도, 발행부수 늘려 무차별 배포

등록 2002.01.04 16:21수정 2002.03.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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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신문들이 선거관련 기사가 실린 신문을 구독자가 아닌 주민들에게 무차별 배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법규위반 소지와 함께 선거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신문사별로 비슷한 시기에 시장후보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 여론조사에 대한 공신력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2월 목포의 한 지역신문은 시장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하고, 독자들에게 우편으로 보내거나 일부는 직접 배포했다. 또 이 신문은 목포시 하당 신도시 상가 등지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졌다.

목포시 상동에서 식육점을 하는 김모(40) 씨는 "지역신문을 구독하지도 않은데 시장후보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한 신문이 배달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지역신문사로 확대됐다. 또 다른 지역신문 역시 신년특집호에 목포시장 후보 여론조사를 1면 머릿기사로 내보낸 신문을 비슷한 방식으로 배포했다.

선거법, 통상방법 벗어난 배포행위 금지

이들 지역신문 관계자들은 "신문사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예전부터 해 왔던 방식으로 배포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보도내용이 선거에 입후보할 인물들의 지지도라는 점에서 주민들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상대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도 선거전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지역 일각에서도 구독료를 내고 봐야 하는 유료신문이 불특정 다수 주민들에게 배포되는 사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를 떠나 우선 후보간 과열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신문보도 내용에 상대후보에게 뒤진 것으로 나타난 다른 후보들의 경우 자신의 지지도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게 되면 결국 선거과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공기 역할을 해야 할 풀뿌리 언론이 정도를 이탈해 '선거홍보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공정성 시비도

정부는 신문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세우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신문고시를 시행하고 있다.

신문고시에는 신문사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유료신문 대금의 20%를 넘게 무료로 배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즉 유료신문 20% 내에서 무가지 배포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가 할 수 있도록 했다.

목포시선거관리위회는 지역신문의 무차별 배포 사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역신문이 선거를 앞두고 신문사 이미지를 높이고 사세확장 차원에서 배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 보도처럼 자신에 유리한 기사가 실릴 경우 해당 후보자가 신문을 대량으로 구입해 배포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며 관련 신문사를 상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신문사 조사 방침

현행 선거법에는 선거 관련 기사를 게재한 신문을 통상적인 방법을 벗어나 많이 발행하거나 확대배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 제95조에는 '종전의 방법과 범위가 아니고 발행부수를 늘려 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이와 함께 지역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도 공신력 시비가 일고 있다.

지난 12월 19일자로 시장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한 지역신문은 1위 이상열(변호사), 2위 권이담(목포시장), 3위 김정민(목포대 교수) 순으로 나타났으며 세사람 간 치열한 접전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번 조사는 같은 달 16일 만 20세 이상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지역신문은 신년특집호에 1위 김정민, 2위 권이담, 3위 이상열 순으로 정반대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신문사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시기는 12월 21일이며 전화로 목포시민 532명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신문이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5일간 차이를 두고 비슷한 수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 것이다.

지역신문 정도 이탈 우려

해당 지역신문사에서는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신문의 보도내용을 보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지역신문들이 선거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선거관련 기사를 게재한 것에 대해 일단 주민들에게 선거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민감한 선거철에 신문 배포방법이나 보도내용에 있어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게 되면 오히려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 정착에 역기능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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