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 민중의 진실된 모습 담아

<한중문화비교2> - 중국의 오페라 ‘경극’과 한국의 ‘탈춤’

등록 2002.01.25 11:38수정 2002.01.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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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이란 말 그대로 얼굴에 탈을 쓰고 추는 한국의 춤을 말하는 것이다.

탈춤은 그 시대 모든 것을 폭넓게 수용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더없이 소중한, 문화유산인 것이다. 그 속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던 인간들의 정신세계와 현실세계가 풍성하고 깊이있게 그려져 있다. 또한 우리 조상들의 현실 극복의 지혜와 갈등을 해소하고 하나되게 하는 대동의 원리가 숨겨져 있다. 우리가 탈춤을 오늘 날에도 계속 놀아야 되고 21세기에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탈춤의 유래

탈춤을 다루고 있는 문헌 기록 중 오래된 것으로 '삼국사기'권32 '잡지(雜誌)'에 보이는 최치원의 향악잡영을 들 수 있다. 즉 신라시대의 ‘오기(五伎)’로서 가무백회를 설명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 중 ‘대면’에서 “누런 금빛 탈을 썼다...”라는 시구(詩句)가 나오는데 이것은 당시 황금 가면이 있었던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신라에서는 탈춤으로 검무와 처용무 등이 있었으며, 고구려는 문헌 기록은 없으나 고구려 벽화에 새겨진 코가 유달리 큰 춤꾼의 모습을 탈춤도로 볼 수 있으며, 백제의 탈춤은 일본서기에 나오는데 ‘서기 612년 백제의 미마지가 중국의 오나라에서 기악무를 전했다’는 기록이 있고, 백제가 전해준 7~8세기의 탈 200여 개가 일본에 현존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삼국시대에 이미 우리나라에는 탈춤이 성행했으며,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에 전승된 것이라 짐작한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연산군이 스스로 탈을 쓰고 ‘풍두무’라는 탈춤을 추었다는 기록도 있으나 어떤 형태인지 전해지고 있지는 않다. 조선시대 중반까지 탈춤은 종교, 벽사, 의식무의 성격을 띄었으며, 조선시대 영, 정조 이후는 민중 오락으로 변모하여 해학적인 대사를 가미한 연극적 기능이 강화됐다.

탈이란?


우리 민족은 탈이란 것을 생활 주변 가까이 두기를 꺼려했었다. 한 마을의 ‘지킴이’로 모셔졌던 탈들도 마을에서 좀 떨어진 ‘당집’안에 두었지 방안에 걸어 놓는다던가 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 탈놀이가 끝나게 되면 어느 고장에서나 탈을 불에 태워 없애버리는데 이것이 놀이의 마무리인 양 꼭 지켜져 왔다.

또한 탈에는 갖가지 액살이 잘 달라 붙는 것이니 태워 버려야 한다는 것이 오랜 전통이었다. 탈이란 무엇인가를 명료하게 정의 내리기에는 탈 자체의 실체와 기능이 너무 다양하면서도 복합적이다. 흔히 탈의 기원을 말할 때, 원시공동체 사회에서의 제천의식에서 찾는다. 인간은 탈을 씀으로 비로소 신이 된다고 믿었으며 인간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던 질병이나 죽음, 그리고 갑작스런 자연 재해를 신의 모습을 빌어 해결해 보려는 수단으로 탈을 이용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또 다른 학계의 의견으로는 짐승을 잡기 위한 위장용으로나, 전쟁을 할 때 탈이 긴요한 구실을 했을 것으로 믿어지는 수렵을 위한 탈, ‘생산적 기능’으로서 기원을 주장하기도 한다.


탈춤의 해학과 풍자

탈춤은 희극이다. 그리고 그 속에 민중 생활의 진실된 모습을 담고 있다. 지배계급의 모순 점을 갖은 해학과 풍자로 표현함과 동시에 피지배 생산 계급인 농민들과 한데 어울리는 가운데 노동 과정에서의 피로를 풀고 때론 지배계급에 대항하고 마을이나 개인의 안녕을 기원하는 하나의 연희 형태였다.

서구의 연극이 구경꾼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연희하는 반면 탈춤의 구경꾼은 탈춤판 안에 있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되어 함께 공감하고 웃고 어우러지는 것이다. 탈춤을 통해 민중들의 삶 속에서 계급 갈등, 서민의 애환, 각종 특권 세력의 횡포를 간접 표현함으로써 민중들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이며 참여적인 삶으로서의 문화를 영위해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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