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 안통한 목포 시장후보 경선

당 지원 받은 김흥래누르고 전태홍 후보 당선

등록 2002.05.02 09:31수정 2002.05.0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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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들의 반란인가, 민심의 표출인가

새천년민주당 전남 목포시장후보 경선에서 당 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던 후보가 패배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1일 있었던 민주당 목포지구당(위원장 김홍일) 시장후보 경선에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인 전태홍 씨가 627표를 얻어 DJ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차관까지 지낸 김흥래(434표) 씨를 예상 밖의 표차로 누르고 시장후보로 선출됐다.

민주당 목포시장 후보 경선결과가 주목받은 이유는 김홍일 의원이 신병 치료차 미국에 있는 동안 지구당 안팎에서는 김 씨를 둘러싼 불공정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까지 행자부 차관을 지냈던 김 씨가 목포로 옮겨 시장공천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것은 지난해 12월.

김 전 차관 우세 예상 빗나가

관선목포시장(91년)을 역임했던 김 씨가 갑자기 목포까지 내려온 이유는 지구당 위원장인 김홍일 의원과 작년 하반기 몇 차례 있었던 면담 때문이었다.

지난 연말 김 전차관이 목포로 거주지를 옮기자 당시 시장경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던 이른바 토종후보 진영에서는 일제히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국민경선, 상향식 공천시대에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 낙하산 인물이라고 공격했다.


이런 가운데 올 1월초 김 의원은 신병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갔고, 김 의원이 없는 사이 지구당 일부 당직자들은 당원들에게 김 전 차관을 소개하며 '위원장님 뜻'임을 내세웠다. 더 나아가 지난 2월초에는 김홍일 의원 부인까지 나서서 일부 여성당원들 앞에서 김 전 차관을 지칭하며 '중앙정부에서 행정경험이 있는 인물이 시장이 돼야 한다'는 언급까지 했다.

이처럼 지구당 당직자들을 포함한 당 차원에서 김흥래 밀어주기가 계속되자 7∼8명에 이르는 토종 후보군에서는 불공정 경선을 주장하며 이른바 '반김 연대'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당시 3선 도전을 뜻을 갖고 있던 현직 권이담 시장을 비롯해 최기동 의장 등 반김 전선에 서 있던 인물들은 지난 3월 미국까지 날아가 김홍일 위원장에게 공정경선 보장과 중립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김홍일 의원은 특정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내심은 김흥래 전 차관에게 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이 목포시장 후보로 거물급 김흥래 전 차관을 투입하게 된 배경은 지난 98년 시장선거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킨 김정민 목포대 교수 때문이다. 올 선거에서도 김정민과 힘겨운 대결을 해야 할 민주당의 입장에서 지역에 살고 있는 인물을 내세우기는 불안하다는 분석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김정민 교수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공천을 받은 시장후보와 가상 대결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홍일 의원 정치적 상처

민주당과 김홍일 의원 입장에서는 DJ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가 갖는 상징성 면에서 '이겨봐야 본전치기'에 불과한 목포시장 선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바로 이런 절박함이 김흥래 전 차관을 목포로 투입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줄곧 목포에서 활동해 왔던 토종후보들은 일제히 '낙하산 공천'이라며 반발하며 불공정 경선 시비로 비화됐다.

경선일이 다가오자 민주당 시장예비 후보로 나설 토종 후보군이 교통정리 되면서 최종 김흥래 전 차관과 현 권이담 목포시장, 전태홍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압축됐다. 그러나 또 다른 예상 밖의 문제가 튀어나왔다. 김심을 등에 업은 김흥래 전 차관에 맞설 수 있는 유력한 예비후보인 현 권이담 시장이 후보등록 과정에서 서약서 단서조항 때문에 '등록무효'처리 된 것이다.

결국 김흥래와 전태홍 두 후보가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홍일 의원은 넉 달 동안의 미국생활을 끝내고 지난달 27일 귀국하게 된다. 신병치료도 계속 받아야 하고 최근 야당에서 자신을 겨냥한 '대통령 세 아들' 공세 속에서도 임박한 지역구 시장경선 때문에 들어온 것이다.

시민선거인단 투표율 저조

목포시장 후보경선은 당초 당원만 참여하는 당내 경선방식에서 불공정 논란을 계기로 시민참여 경선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다. 당원 1000명, 일반시민 선거인단 1000명 등 모두 2000명으로 구성해 치르기로 한 것이다. 현 권이담 시장의 막판 등록무효 전까지는 3자 대결이 계속되면서 시민선거인단 신청접수는 총 10만3000여 명이나 했다.

목포시의 총 유권자가 17만여 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시장후보 경선이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겹치기 신청 사례가 발생할 정도였던 이런 상황은 자기사람 심기에 나선 후보들의 피나는 대결 결과였다.

양자대결로 압축되자 약 5만여 명의 선거인단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후보등록이 무효 처리된 권이담 시장 '사람들' 표심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됐다. 선거인단 2000명 가운데 300표는 권 시장의 지지표로 분석됐다. 찍을 곳이 없어진 이들의 표심이 변수가 됐다.

지역 여론은 결국 김흥래가 이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라이벌 권 시장의 자격상실로 홀가분해진 것은 김흥래쪽이라는 분석이었다. 더욱이 반 김흥래 전선의 마지막 주자 전태홍은 최근까지 여론조사에서도 인지도 면에서 10%를 밑돌고 있었다.

경선 당일 투표율이 낮으면 절대적으로 김흥래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거인단 신청서를 낸 일반시민보다는 상대적으로 조직화된 당원들의 참가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원장 뜻 당원들이 거부?

그러나 지난 1일 경선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당원과 일반시민 선거인단 총 2000명 가운데 1062명만 참여했다. 53%로 극히 저조한 투표율은 다른 지역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민참여 경선제 취지자체를 무색케 했다.

그런데도 결과는 뒤집어졌다. 경선 당일 일반시민 선거인단보다는 당원들의 참가율이 월등하게 높았다. 결과적으로 자격상실 된 권 시장의 지지표는 전태홍에게 간 것이다. 경선준비 사무실이 항상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북적했던 김흥래쪽에서는 승리를 낙관하고 있었다. 그는 당원들과 접촉하면서 김홍일 위원장의 뜻을 강조해 왔다.

이번 민주당 목포시장 후보경선 결과는 김홍일 의원에게 정치적 타격을 안겨주게 됐다. 지구당 위원장이 내려보낸 후보에 대해 당원들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해석이 정확하다. 낙하산 공천과 불공정 경선논란 그리고 김흥래 패배로 이어지는 시장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결과적으로는 김홍일 의원이 최대 피해자가 된 셈이다.

김흥래 전 차관 왜 패배했나

김흥래 씨는 전남 진도출신으로 목포해양고(현 목포해양대)를 나왔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행정자치부 차관까지 지냈다는 이력만 보더라도 지방 선거판에서는 거물급 인물이다. 특히 그는 관선시대인 지난 91년 목포시장을 지낸 바 있다. 그러나 그는 경선 레이스 내내 목포시장을 맡았던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대후보들이 그가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목포로 이사한 후 낙하산 인물이라는 공격에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의 이력대로 행정전문가라는 방패로 맞받아 쳤기 때문에 '낙하산' 공격은 어느 정도 상쇄하는 듯 했다.

규사광권 매각 원죄 '백약무효'

그러나 목포시장 재임시절 매각한 시 소유의 규사광권(바다모래 채취권) 문제에 대해서는 마땅한 처방전이 없었다. 시장후보 경선 레이스 내내 쟁점이 된 것은 10년 전의 규사광권 매각이었다.

김흥래 씨가 시장으로 오기 전인 지난 89년 당시 송재구 시장은 목포시 재정확충을 위해 어렵게 전남 서남해역에 바다모래 채취권을 따냈다. 송 시장은 이임하면서까지 장래를 위해 절대 팔지 말 것을 부하직원들에게 당부했다고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김흥래 씨가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규사광권을 민간인에게 매각해 버린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상대후보 진영에서는 '시민재산을 팔아버린 인물이 시장이 돼서는 안된다'며 공격했다. 경선대회 연설회에서도 상대 전태홍 후보로부터 신랄할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 공격을 받았다. 결국 김흥래 씨는 규사광권 매각이라는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규사광권 매각문제가 '김흥래의 원죄'라면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전혀 없는 경선판세 분석에 대한 판단 착오가 결정적 패인으로 보인다.

반발표 분산 위해 다자대결 외면 결정적

김심과 지구당 일부 당직자들의 지원으로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 있었던 그는 최대한 다자대결로 끌고 가야 했다. '낙하산 인사' '규사광권 매각문제' 등 자신에 대한 반발표를 다른 후보들에게 골고루 분산시키는 전술을 간과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 기회는 분명히 있었다. 권이담 시장 후보등록무효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지난 4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권이담 시장이 등록서류 가운데 서약서 밑에 별도의 단서조항이 문제돼 마감 일을 한나절 연기했어도 결국 서류보완을 하지 않자 지구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등록무효처리했다. 지난달 21일 기호추첨에 앞서 당 선관위는 전태홍, 김흥래 후보에게 권 시장 무효처리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반발표·권 시장 표 전태홍측이 흡수

전태홍 씨는 축제를 치른다는 취지에서 다음날까지 기다린 뒤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김흥래 씨는 촉박한 경선일정을 이유로 이대로 진행하자고 했다. 그는 강력한 상대인 권 시장의 자격상실이 자신에게 더 유리해졌다고 판단하는 듯했다.

이날 기호추첨이 끝난 뒤 등록무효 처리한 것에 대해 권 시장 측에서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에 있던 김홍일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보고를 받고 당직자에게 권 시장을 포함한 '3명 후보가 합의해 다시 기호추첨하라'고 지시했다. 법률적인 상식을 떠나 당내 경선인 이상 등록무효처리를 번복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지시는 권 시장과 함께 경선을 치르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김흥래 씨는 응하지 않았다. 복잡한 사안일수록 정도를 택해야 한다는 이유로 권 시장에 대해 '입장 불가'를 천명했다.

다음날 김홍일 의원 보좌관까지 서울에서 내려와 김흥래 씨에게 축제경선을 강조하며 양보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부했다. 이날 미국에 있는 김홍일 의원이 그에게 직접 전화해 설득하려 했으나 결국 수용하지 않았다.

권이담과 전태홍 씨에게 분산될 것으로 보였던 김흥래에 대한 반발표는 결국 전태홍 후보쪽으로 몰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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