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면 링컨기념관 앞에 외국 대사관 숙소를 허용할까?

경실련 '미 대사관저 아파트 건립 허용은 문화주권 포기하는 행위'

등록 2002.05.20 17:54수정 2002.05.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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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관측의 덕수궁 터인 미국 대사관저 직원용 아파트 건립을 허용 요구에 대해 건설교통부가 이를 수용해, 관련법을 개정키로 한데 대해 시민단체들이 직접행동으로 맞서고 있다.

경실련은 5월 20일 정오 미 대사관저에 인접한 정동교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정동 미 대사관 아파트 건립 저지를 위한 주택건설촉진법(주촉법) 개정 철회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경실련 정책실장은 "덕수궁 터에 미 대사관 직원 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얼이 서린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덕수궁 터에 미 대사관 직원용 아파트 건설이 현실화 된다면 한-미간의 관계에 있어 점층되고 있는 반미의식이 고조되어 대미감정 악화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주촉법상 미 대사관저에 건물을 지을 경우 놀이터, 주차장 등의 부대시설을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럴 경우, 미 대사관 측은 건설예정인 직원용아파트 부지가 부족하게 된다.

또한, 문화재보호법상 8층짜리 미 직원용 아파트는 문화재보호구역 고도제한에 걸린다.

조명래 교수(단국대,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건설 예정부지는 덕수궁을 바로 옆에 두고 있어 문화경관보호에 극도로 신경을 써야 할 곳"이라며 "특히, 조선시대 역대 왕들의 영정을 모시고 다례를 올렸던 '선원전'이 있었던 터라 장소활용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미 대사관 직원용 아파트 건립을 두고 문제가 얽힌 정동 지역은 과거 경운궁이 있었으며, 현재 덕수궁, 정동 교회 등 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을 뿐 아니라 미 대사관저 부지에는 동양척식주식회사 사장의 관저와 같은 근대건축물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미 대사관저 앞 덕수궁 돌담길 한복판에는 순종 즉위식을 가진 덕수궁 돈덕전과 부지 남쪽 끝에는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된 증명전이 지금도 건재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지역이다.

조명래 교수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에 미 대사관 숙소가 들어서는 것 자체가 우리 국민의 역사적 자존심을 건드는 '문화적 반달리즘'이 될 수 있다"며 "입장을 바꾸어 미국은 소중한 역사유물이 있는 그들의 땅에 외국 대사관 숙소가 들어선다면 과연 이를 허용했을까?"라고 반문했다.


경실련은 이날 '정동 미대사관 아파트 건립을 위한 건교부의 주촉법 시행령 개정 추진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 옛 덕수궁 터인 정동의 문화적 특수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미 대사관측의 편의만을 위한 정부의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 개정추진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경실련은 "국가의 문화적 유산을 지켜내기 위한 틀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정부가 나서서 관련법 개정을 통해 문화재 훼손에 앞장서고 있다"며 "도대체 무엇이 우선이고 누구를위해 일하는 정부인지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심한 자괴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5월 20일 정동교회 앞 집회와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정동 미 대사관 아파트 건립 저지를 위한 '주촉법 개정 철회운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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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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