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에서 '활동비' 수억 받고
국정원장에게 '떡값' 수천 받다니..
김대중 정권 마지막 결단 내려야

[분석과 제언] 김홍업 '47억사건'과 김대통령의 남은 선택

등록 2002.07.10 19:39수정 2002.07.1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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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7월11일):
[분석과 제언] 김홍업 '47억사건'과 김대통령의 남은 선택

국민은 김대중정권에 사형선고 내렸다
'그나마 할수 있는 결단' 못내리면 차라리 하야를---오연호 기자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홍업씨가 기업체로부터 모두 47억원을 받아 기소된 사건은 여러 가지 점에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첫째, 김홍업씨가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부터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점이다.

김씨는 국민의 정부가 막 출범한 98년 3월 삼보판지 유종규사장으로부터 1억원이 입금된 차명 예금통장을 건네받았다. '문민의 정부' 말기에 김영삼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국정과 이권에 개입해 어떻게 국민의 지탄을 받았는가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뤄 깨끗한 정치를 약속했던 정권의 아들이 정권출발부터 검은 돈의 포로가 되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충격과 분노와 배신감을 가져다준다. 김씨는 98년 3월을 시작으로 98년 7월에는 현대로부터 10억원을 받으면서 '상습적'으로 검은 돈과 유착을 한다.

둘째, 김홍업씨는 현대와 삼성 등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

현대로부터는 98년 7월 헌수표로 10억원을 받은 데 이어 99년 3월부터 2000년 2월까지 1년간 매달 5천만원씩 현금 6억원을 받았다. 삼성으로부터는 99년 12월 5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돈들의 대가성을 찾지 못했다"고 하지만 어찌 이 돈의 대가가 없었겠는가? 이는 김씨가 지속적으로 '정경유착'을 해왔다는 점을 말해준다. 검찰은 앞으로 이 돈의 '대가성'을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김홍업씨가 전현직 국정원장들로부터도 공짜돈을 받았다는 점이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떡값으로 재임 중 세 차례에 걸쳐 2500만원을, 신건 현 국정원장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천만원을 받았다. 임동원, 신건씨는 검찰의 서면조사에서 "판공비가 아닌 개인돈으로 줬다"고 주장했다지만 믿기 어려운 일이다.


김씨는 과연 그 돈을 받으면서 국정원장 개인의 돈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는 아마도 권력기관의 장으로부터 수백만원을 '떡값'을 받으면서 자신이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넷째, 김홍업씨 사건은 대통령의 셋째아들로 이미 구속된 김홍걸씨 사건과는 질을 달리하기 때문에 국민에게 준 충격과 분노는 더욱 거세다.

김홍걸씨 사건은 "세상 물정 모르는 대통령의 아들이 최규선이라는 지능적 사기꾼에 놀아났다"는 동정론이 일만한 요소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런 동정론이 일 수 없다. 김홍업씨는 국내에서 계속 활동을 했고, 아태재단 부이사장이었다. 그는 크게 '현정권'의 테두리 내에서 사회활동을 했다. 따라서 그의 타락은 곧 현정권의 타락이다.

다섯째, 이번 사건은 권력의 등잔 밑이 이렇게 썩고 있었는데도 '경보장치'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청와대 비서실 인사들은 지난 봄 김홍업씨에 대한 혐의사실들이 일부 보도되기 시작할 때 "언론이 과장을 하고 있다"고 하는가 하면 "김홍업씨가 친구를 잘못 만나 잡음이 나오고 있지만 그는 별 잘못이 없다"는 식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김홍업씨 개인의 부도덕성뿐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을 포함한 여권 핵심부 전체의 무능력과 부도덕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여섯째, 김대중 대통령의 상황판단 능력과 결단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보여준다. 만약 김대통령이 상황판단을 잘했다면 둘째아들에 대한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초기에 그를 불러 사건의 전모를 들었어야 했다. 그리고 검찰수사 이전에 국민앞에 그 전모를 밝히고 사죄를 구해야 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줄곧 "검찰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국민은 김홍업씨의 돈 수수 액수와 방법에 대해서도 놀라고 있지만 그것을 처리하는 김대통령의 상황판단 부재와 결단력 부재에 대해서도 "너무 위태롭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위와 같은 점들 때문에 이번 사건은 '총체적인 권력비리 사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으로 김대중 정권은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김대중대통령 개인은 80년에 사형선고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이번의 것은 개인이 아닌 '정권'에 대한 사형선고다.

아태재단 완전 해체하고 김홍일 의원 사퇴해야
임동원 특보, 신건 국정원장도 즉각 물러나야


80년에는 사형선고를 받고도 위기를 모면했지만, 이번에는 그 가능성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그나마 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선 김홍업씨가 속해 있었던 아태재단을 완전히 해체시키고, '다가오는 또 하나의 사건'의 대상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홍일 의원의 의원직도 사퇴시켜야 한다. 또 김홍업씨에게 떡값을 준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신건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

김홍업씨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는 '대선잔금 11억원'의 '성격'에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 관련되어 있다면 대통령 스스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속시원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남아있을법한 권력핵심부의 비리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한 자체조사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셋째 아들에 이어 둘째 아들까지 구속되었다고 해서 국민들로부터 동정심이 나오지나 않을까 기대해서는 안된다. 지금 국민은 정권비리의 모든 것을 고백하고 참회해도 용서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위와같은 '그나마 할 수 있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남아있는 임기를 내놓고 하야를 하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사형선고를 받은 정권이 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채 남은 몇 개월이나마 국정을 운영한다면 그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1신(7월10일): 검찰 수사 발표 내용------유창재 기자

김홍업 씨
김홍업 씨오마이뉴스 권우성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종빈 검사장)는 10일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53·전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조세·알선수재) 및 변호사법위반, 조세범처벌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김홍업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1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층 기자실에서는 열린 최종수사 결과 발표에서 박만 기획관은 "김홍업씨는 지난 99년 4월경 성원건설 화의와 관련해 모두 25억8000만원을 받아 알선 수재 혐의를 범했다"면서 "또 지난 98년 현대그룹에서 활동비 명목으로 10억원, 삼성에서 5억원을 받는 등 모두 22억원을 지급받아 과세신고도 하지 않고 포탈했기 때문에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결과 김홍업씨는 주변 사람들과 기업체들로부터 각종 이권청탁을 받으면서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25억8000만원을 수수했으며, 대기업 등으로부터 '대가성이 없는' 단순 증여 명목으로 15차례에 걸쳐 22억원을 받는 등 모두 47억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홍업씨가 대기업으로부터 활동비 명목으로 받은 돈은 지난 98년 7월부터 2000년 2월까지 현대그룹 정주영 전 회장으로부터 13차례 16억원, 98년 3월 삼보판지로부터 1억원, 99년 12월 삼성그룹으로부터 5억원 등 모두 22억원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증여세 5억8000만원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특히 홍업씨와 관련된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과의 돈거래 의혹에 대해 "그 동안 홍업씨 자금계좌 추적에 의하면 6차례 관련계좌로 모두 6차례 7200여만원 상당의 국정원 발행 수표가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중 홍업씨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지난 99년 1월14일 600만원, 2000년 6월12일 300만원, 2001년 2월28일 1천만원 등 총 1900만원의 돈을 명절 떡값 및 휴가비 명목으로 받았으며, 신건 현 국정원장으로부터 2001년 5월10일 수십만원, 2001년 5월21일 800여만원 등을 용돈 명목으로 건네받은 것으로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전·현 국정원장에게 서면으로 조사한 결과, "소유권이 나한테 있는 돈으로 내 돈을 준 것이다"라며 "개인 비용을 국정원 내 은행에서 발행한 수표로 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 2000년 2월경 국정원(당시 엄익준 원장)이 아태재단을 통해 H통신에 폭발 실험을 용역으로 주고 연구결과 자료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지급한 수표를 확인한 결과, "이 부분에 대해서 국정원은 정상적인 정보 수집 활동의 하나라고 밝혔으며, 엄익준 당시 국정원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진술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매듭지었다.

현재 홍업씨 계좌의 예금 잔금은 8억5000만원이며, 재산은 45억5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한편 검찰 감찰부는 오늘(10일) 아침 김대웅 광주고검장에 대해 공무상 비밀을 전화로 알려주는 등 비밀 유지 위반 및 고위공직자로서 정치 실세와 연락하는 등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징계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검찰은 당분간 수사팀을 해체하지 않고 홍업씨 주변을 둘러싼 각종 의혹 등 특검에서 넘어온 사안 외에 제기되는 의혹을 해결하고 기소 후에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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