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소유 구중궁궐(?)의 진실게임

법 위반논란 이어 진정·고발로 이어져

등록 2002.07.13 14:08수정 2002.07.1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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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구중궁궐? 전남 영암군 서호면 화송리 154-1외 3필지 대지에 들어선 고급 한옥, 명의가 김철호 영암군수로 돼 있으나 김해김씨 사군파 대종회에서는 종중 재산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구중궁궐? 전남 영암군 서호면 화송리 154-1외 3필지 대지에 들어선 고급 한옥, 명의가 김철호 영암군수로 돼 있으나 김해김씨 사군파 대종회에서는 종중 재산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 정거배

어느 시골 마을에 고급 한옥이 들어서게 된 배경을 둘러싼 법규위반 논란 등 사이버상 공방이 한달 넘게 계속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전남 영암군 서호면 화송리에 현직 군수명의로 된 고급스런 목조기와집 4동이 들어섰다.

더구나 문제의 한옥은 조선시대 무신출신인 김완장군 유적지(구고사 및 김완 장군부조묘. 시도기념물 49호)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전남도 지정 문화재인 김완장군 유적지 바로 옆에 건축비만 수 억원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의 한옥이 건립되자, 영암군 홈페이지에는 문제를 제기한 주민과 군청간에 뜨거운 공방이 한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공방의 핵심은 등기부와 건축물 대장상 한옥 및 토지소유자가 현 영암군수인 김철호씨로 돼 있을 뿐 아니라 건축비용의 출처와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법규를 어겼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 바로 옆 건축행위 '절차 무시한 법규위반' 논란

a 문화재보호법 위반 논란 전남도지정 문화재인 김완장군 유적지와 담장을 두고 있어 건축행위 자체가 관련 법규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위반 논란 전남도지정 문화재인 김완장군 유적지와 담장을 두고 있어 건축행위 자체가 관련 법규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 정거배

이런 공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영암에 사는 박아무개씨가 지난 6월초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공개적으로 진정을 하면서부터다.

박씨는 현행 문화재보호법상 전남도의 허가절차를 거친 뒤 문화재 주변의 건설공사를 하게 돼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유적지 일부 담장선(경계선)을 변경하는 등 문화재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김 군수 이름으로 이 일대 토지 4필지(420여평)를 매입해 한옥 신축공사를 한 사실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김완장군 유적지 정비사업에 영암군이 지난 99년부터 현재까지 4억여원을 편성, 집행한 내역을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 것이다.

6.13 지방선거 기간에 청와대와 영암군 홈페이지에 진정과 공개질의 방식으로 제기된 이같은 민원은 당시 재선 가도에 뛰어들었던 김철호 군수에게는 사실 여부를 떠나 곤혹스러운 상황임은 분명했다.


도덕성 공방으로 일파만파 확대

다른 주민들까지 가세해 영암군 홈페이지에 이문제로 뜨거워지자 군청에서는 일부 게시글을 수 차례 삭제하는 등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기까지 했다.

또 군수선거 기간 중에 상대 후보가 연설회장에서 '호화주택' 주장하며 문제삼자, 김완장군 유적지를 관리하는 김해김씨 문중까지 나서서 해명에 이어 당사자를 고발하는 등 법정으로 비화된 상황이다. 그러면 문화재 훼손과 불법건축 논란 뿐 아니라 고급 한옥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를 놓고 벌이는 공방전의 뿌리를 짚어보자.

김 군수 김해김씨 사군파 종손

a 김철호 영암군수 재선 군수인 김씨는 김해김씨 사군파 종손이다

김철호 영암군수 재선 군수인 김씨는 김해김씨 사군파 종손이다 ⓒ 정거배

지난 81년 전남도가 기념물로 지정한 영암군 서호면 화송리 161-1번지 김완장군 유적지는 김해김씨 사군파 종손인 현 김철호 군수가 관리자로 돼 있으며 지금도 이곳에 살고 있다.

사단법인 김해김씨 사군파 대종회 관계자와 이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김 군수는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김 군수는 자신의 소유로 돼 있는 유적지 내 제실(제사를 지내는 건물. 김군수 소유)에서 지금도 살고 있다.

이들은 또 유적지 바로 옆에 최근 들어선 문제의 한옥 4채도 김해김씨 사군파 대종회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모금운동을 벌여 지은 종가라고 공식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등기부 등본과 건축물 대장에는 김 군수가 지난해 마을 주민 김 아무개씨 등으로부터 사들여 기존 가옥을 철거하고 400평이 넘는 대지에 본채와 사랑채,창고 등 목조기와집(단독주택)을 지은 것으로 돼 있다.

현재 마무리 공사는 거의 끝난 상태이며 기둥과 마루 등 고급스런 목재를 비롯해 50여평 되는 마당에도 고급 석재가 깔려 있어 공사비용이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아직 등기부는 작성되지 않았지만 건축물 대장에는 영암군 서호면 화송리 154-1외 3필지에 목조 기와로 된 단독주택 3동과 창고 2동으로 표시돼 있으며 소유자 현황란에는 '김철호' 군수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돼 있다.

종가신축은 문중에서 추진

김해김씨 사군파 대종회 관계자는 당초 건축비용이 3억5000만원 정도 예상했으며, 공사는 문중에서 하고 소유주는 종손인 김철호 군수로 등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건축공사는 거의 완료됐으나 공사비는 아직 완불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문중차원의 모금운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축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제의 한옥을 지을려면 최소 평당 700만원에서 1천만원 정도 될 것이라며 건축비만 최소 5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등기부에 김 군수 개인소유로 등재 논란 불씨

a 종중 부동산 등기부에는 소유권 표시를 이처럼 종중 대표 김철호로 등재했다

종중 부동산 등기부에는 소유권 표시를 이처럼 종중 대표 김철호로 등재했다 ⓒ 정거배

건축비용 문제를 떠나 첫 번째 의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등기부상에 문중 소유의 부동산을 등록 할 경우 통상적으로 김해김씨 ○○○파 ○○○종중 대표자 ○○○로 하게 돼 있다.

현행 '부동산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은 명의신탁 약정자체에 대해 무효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종중 소유 부동산에 대해서는 특례조항을 두고 있다.

이 법 제8조에는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종중(종중과 그 대표자를 같이 표시하여 등기한 경우 포함)외의 자의 명의로 등기한 경우'에는 명의신탁약정을 인정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김 군수가 문중 종손인 사실을 감안하면 이곳은 토지 등기부상이나 건축물대장에 '김해김씨 사군파 대종중 대표 김철호'로 등록돼 있었더라면 논란의 불씨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광주 광역시에 있는 김해김씨 사군파 대종회 김 아무개 기획부장은 지난 12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후손 대대로 물려줘야 하는 문중재산은 종손인 김철호씨 명의로 대부분 등재 돼 있다"고 설명했다

종중 관계자, '대종회 재산' 해명

서류상 김 군수 명의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김해김씨 사군파 대종회 재산이라는 것이다. 종중 관계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대지 4필지와 신축 가옥 전체가 김 군수 소유로 돼 있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문제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 한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추후 소유권 다툼이 발생할 경우 김철호씨 단독 소유자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종중에서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권한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래서 김해김씨 사군파 대종회 관계자의 주장대로 종중재산이 대부분 김 군수 개인소유로 등재돼 있는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영암읍 서남리에 있는 문중의 토지에 대해 등기부 등본을 확인 한 결과, 소유자란에 '김해김씨 화소종중 영암군 서호면 화송리 159번지 대표자 김철호'로 등재돼 있었다.

이곳은 민주당영암장흥지구당 당사로 사용하고 있는데 건물 등기부 등본도 마찬가지로 '김해김씨 화소종중 대표자 김철호'로 돼 있었다.
광주광역시 중흥동에 있는 김해김씨 사군파 대종회 사무실이 있는 건물과 토지 등기부도 확인한 결과, 토지와 건물 모두 김해김씨 감무공 사군파 대종중회가 소유자로 돼 있었다.

다른 부동산 종중대표로 등재

a 종중 소유의 다른 부동산의 경우 등기부 표시와는 달리 문제의 고급 한옥 부지 등기부나 건축물대장에는 김 군수 개인 소유로  등재 돼 있어 실제 소유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종중 소유의 다른 부동산의 경우 등기부 표시와는 달리 문제의 고급 한옥 부지 등기부나 건축물대장에는 김 군수 개인 소유로 등재 돼 있어 실제 소유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 정거배

그렇다면 사군파 대종회 관계자가 종중 재산 대부분의 김철호 개인명의로 돼 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관계자의 해명했던 부분이 다른 이유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지난 13일 광주 대종회 사무실로 전화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전날 통화했던 기획부장 김 아무개씨는 출타 중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대종회 관계자는 '종손(김철호 군수) 집이 문화재로 포함됐기 때문에 문중에서 모금해 지어준 것인데, 왜 문제를 삼느냐'며 불평했다.

전날 사군파 대종회 기획부장이 설명한 '신축된 종가 명의는 김철호로 돼 있으나 개인 것이 아니고 대종회 재산이다'는 표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수 억원대 건축비 조달 주목

두 번째는 과연 문제의 종가를 신축하는데 드는 막대한 건축비를 어떻게 조달했는지 여부다.

종중 관계자는 부지매입과 건축비 등이 당초 3억5000여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2001년부터 문중소식지를 통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종가는 영암군이 발급한 관련서류에는 지난해 11월 27일 착공해 3개월 만인 올 2월 완공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사군파 문중 소식지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돼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소식지를 통해 종가신축 모금운동을 시작했으며, 개인 등 기부내역은 계속 발행해온 소식지에 소개해 왔다. 그러나 종가는 건축물 대장에 모금운동 1년 2개월만인 올 2월 완공된 것으로 돼 있다.

소식지에 소개된 기부내역을 전체 합산 하더라도 목표치 3억5000만원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사군파 대종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모금 총액을 밝히기를 꺼리는 눈치다. 다만 신축공사는 끝났지만 공사비 전액을 완불하지 못해 앞으로도 모금운동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영암군은 지난 99년부터 올 8월까지 김완장군 유적지에 대해 국비와 도비 그리고 문중 자체부담금등 총 4억5000여만원을 들여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와 영암군에 민원을 제기했던 박씨 등은 문화재 보수사업 관련 예산집행이 적절했는지 여부와 실제로 공사가 진행됐는지 밝혀 줄 것을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영암군은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99년부터 2001년까지 보수정비 사업비 국·도비와 군비 등을 포함한 4억1000만원을 김완장군 유적보존회(대표 김재호)에 민간보조금으로 편성해, 99년-2000년까지 유적지 건물 신·개축에 2억1000만원 집행에 이어 2001년부터 올해까지 단청작업과 담장고르기 등 주변정비사업에 2억원을 들여 추진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속시원한 진실규명 기대

세 번째는 종가신축공사가 문화재 보호법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다.
민원을 제기했던 박씨 등은 문화재보호법상 신축건물이 들어설 부지와 김완장군 유적지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전남도의 허가를 받은 뒤 건축공사를 해야되는데도 이런 절차(문화재 현상변경 신청)를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축허가 신청자가 현직 군수이기 때문에 관련법규를 무시하고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영암군은 유적지 외곽경계 지역에 새로 들어선 종가건물은 기존 주택건물이 있는 지역으로 문화재 주변경관을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문화재 보호법 위반여부는 법규의 해석차이이며 위반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씨 등은 이런 입장표명은 문화재현상변경 허가여부를 결정할 전남도가 판단할 사안을 영암군이 절차를 무시 한 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과에 따라 파장 일 듯

이처럼 한 고을의 고급 한옥을 둘러싼 공방은 쉽게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암군와 종중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김 군수가 사들인 것으로 돼 있는 문제의 4 필지 땅과 건축비용 그리고 건축허가 절차 등이 시원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문서에 등재된 내용대로 김철호 군수의 개인 재산이냐 아니면 사군파 대종회 것이냐의 공방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김 군수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 도 있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당사자의 명쾌한 설명을 듣기 위해 지난 12일 오후 영암군청 군수실을 방문했다.

마침 김 군수가 출타 중이어서 비서실 관계자에게 설명하자, 그는 "모든 것은 광주에 있는 사군파 대종회 사무실을 통해 확인하라"며 면담신청을 거절했다.

반드시 김 군수가 설명해야 할 대목이 있다며 차후 군수 인터뷰를 요구했으나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종중출신 정관계 유력인사 포진

김 군수가 종가신축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 대목이다. 그러나 고급 저택 등 수 억대의 부동산이 문중이 아닌 현직 군수 소유로 돼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역에서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민원을 제기한 박씨와 김 아무개씨 등은 법에 호소하는 등 끝까지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자치단체장의 도덕성을 가늠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번 사안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역민들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한편 김해김씨 사군파 출신으로 김정길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김기춘 국회의원,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 김유배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전 청와대 복지노동수석) 등 정관계 주요인사가 포진해 있다고 종회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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