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미2사단장 러셀 아너레이, 미8군사령관 다니엘 쟈니니, 신임사단장 존 우드.오마이뉴스 권우성
조금 전 시위대들의 갑작스런 등장에는 아랑곳 없이 이취임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제 남은 유일한 '방해꾼'은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뿐이었다.
이날 미2사단장직을 주고받는 전임 러셀 아너레이(Russel L. Ohnore) 소장과 신임 존 우드(John R. Wood) 소장은 직속상관인 미8군사령관 다니엘 쟈니니(Daniel R. Zanini) 중장과 함께 차에 올라 연병장을 돌며 5000여 명의 사병들을 검열했다. 본부석에서는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과 남재준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등 한미 양군 관계자들이 이를 지켜봤다.
한미 양국 국가가 차례로 울려 퍼지고 방금 위풍당당한 행진을 끝낸 아너레이 소장은 신임 사단장에게 미2사단 깃발을 전달했다. 바로 그때 후문 시위대를 가리고 있던 버스 뒤로 학생들의 대형 깃발이 불끈 솟아올랐다. 이 깃발은 이취임식이 진행되는 내내 펄럭이며 시위대의 존재를 알렸다.
일개 사단장 이취임식치고는 유난히 많이 참석한 국내외 취재진들을 의식한 듯 쟈니니 중장과 아너레이 소장은 연설 도중 이번 여중생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 달전 우리는 미2사단과 지역사회에 큰 슬픔을 안겨준 사고를 겪었다"고 운을 띤 쟈니니 중장은 "우리 모두는 그 사고에 대해 깊이 슬퍼하고 있으며 그 사고에 대해 전적인 책임(Full Responsibility)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고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슬픔과 '양심의 가책(Remorse)'을 느끼고 있다"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서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쟈니니 중장에 이어 연단에 오른 아너레이 소장 역시 "우리는 6월 13일 '참담한 사고(Fatal Accident)'에 유감을 표하며 나는 이번 사고에 대해 미 2사단을 대표해 다시 한 번 사과한다"고 밝혔다. 아너레이 소장은 여중생 사건을 언급하면서 잠시 말을 끊고 고개를 숙인 채 묵상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반면 신임 사단장인 존 우드 소장은 이번 여중생 사건에 대한 언급은 일절 배제한 채 6.25 전쟁 당시 미 2사단 장교로 참전했던 부친의 기억을 강조하며 취임사를 맺었다.
<오전 9시 30분: 캠프 케이시 후문> "사건 책임자 빼돌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