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그러나 '소파' 개정은 없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 시민단체 대표 면담서 밝혀

등록 2002.07.30 14:11수정 2002.08.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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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남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및 박원순 공동운영위원장 등 5명은 7월 30일 오전 허바드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면담을 갖은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남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및 박원순 공동운영위원장 등 5명은 7월 30일 오전 허바드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면담을 갖은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공희정


주한 미 대사 "소파개정의사 없다"/김용남 기자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깊은 사과(deeply apologize)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어떠한 표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입니다... 형사재판권 이양 문제는 미8군사령관의 권한인 만큼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이 시점에서 SOFA 개정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토머스 C. 허바드 주한 미대사가 30일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거듭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해 예방조치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시민사회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사고 미군병사에 대한 형사 재판권 이양' 요구와 이를 계기로 한 불평등한 '소파개정'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답변해, 이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남주 상임대표, 박원순 상임공동운영위원장 등 시민단체연대회의 대표 5명은 30일 오전 미 대사관을 방문, 허바드 대사를 면담한 뒤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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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허바드 대사는 이번 사고에 대해 '어떠한 표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라며 정식으로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서 "허바드 대사는 이어 '사고를 저지른 두 명의 미군 병사는 과실치사로 처리할 근거가 확실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최종 미군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중벌에 처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허바드 대사는 그러나 형사재판권 이양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거나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연대회의는 전했다.

이 대표는 "허바드 대사는 형사재판권 이양 문제는 미8군사령관의 권한인 만큼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SOFA는 한국뿐 아니라 미군이 주둔하는 90여개 국가들과도 맺고 있는 규약이고 1년여 전 개정이 한차례 이뤄진 만큼 지금 이 시점에서 개정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a 토마스 C.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

토마스 C.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 ⓒ 자료사진

허바드 대사는 또 "사망 여중생들에게 지급될 피해보상금은 1억9500만원 정도가 될 것이며 소파규정에 따라 75%는 미국정부가 25%는 한국정부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2군사령관과 허바드 대사가 사과했으며 추도식도 갖는 등 미국 정부는 이 일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성의껏 다했다"고 밝혔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또 이번 면담에 배석했던 박원순 연대회의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허바드 대사는 'deeply apologize' 등 사과의 정도에 있어 깊은 용어를 사용했다"면서 "미군과 대사관 직원들은 '사죄금' 성격의 기금 모금 캠페인을 진행중이며 '추모비' 건립도 준비중이라고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허바드 대사는 '이번 의정부 여중생 사망 사건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군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전했다"면서 "미군 내에서 사고 재발을 위해 구체적인 방지 대책을 내부규정으로 만든 것은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최열 상임대표는 "우리가 요구했던 3가지 요구에 대한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했지만 미국 쪽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한국 국민 여론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면서 "국민들이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재판권 이양 문제와 소파개정도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제남 운영위원도 "허바드 대사는 연대회의 대표들과 면담을 시작하면서 '그 동안 한국 국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면서 "이번 면담을 통해 한국의 시민운동과 한국의 시민들이 자국 국민의 생명에 대한 존엄과 자국 주권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큰지를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미군 사실상 진술 거부

한편 서울지검 의정부 지청은 지난 29일 여중생 사망사고 관련 미군 부교장갑차 운전병 마크 워크와 통제병인 페르난도 니노를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오전 9시 사고 직후 통신장비를 검사했던 미군병사 1명 등과 함께 사건주임 조정철 검사실로 들어가 조사를 받고, 낮 12시25분께 부대로 돌아갔다. 그러나 사고 미군들은 검찰조사에서 자신들의 신분만 확인했을 뿐, 사고 경위 등은 "미 육군범죄수사대(CID)에서 이미 조사한 결과를 넘겨받아 참고하라"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번 사건은 공무집행중인 훈련과정에 발생한 것으로서 1차적 재판권이 미군측에 있기 때문에 우리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할 의무는 없지만 철저한 진상 구명 차원에서 미군측이 미군 자체조사와는 별도로 우리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하기로 하여 이뤄진 것"이라면서 "미군측이 공무집행증명서 발급후 우리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한 것은 SOFA 발효이래 최초의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검찰은 이번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7월 6일 사망사고현장을 조사했고, 23일에는 파주시 조리면 소재 미2사단 44시설공병대대를 직접 방문하여 사고 부교장갑차 및 통신장비를 점검했다.

또한 26일과 27일 양일간에는 사고 부교장갑차보다 앞서 진행하던 차량에서 사고를 목격한 병사 2명, 맞은편에서 교행중이던 브래들리 전차에 탑승한 사고현장 목격자 병사 1명, 사고 장갑차 등을 인솔하고 훈련에 참가한 중대장 1명 및 운전자 1명 등 6명을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앞으로 미 육군범죄수사대로부터 사고 미군 2명의 진술 내용 등 필요한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정밀 분석할 방침이다. 특히 통신장비 정상작동 여부, 전방주시를 성실히 하였는지 여부 등 사고경위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어 검찰은 피의자들 및 참고인들 조사와 현장조사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힌 후 8월 5일(월요일)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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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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