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땀흘리며 여름 이겨내요"

[인터뷰] 기상캐스터 김혜은의 여름나기

등록 2002.08.07 11:54수정 2002.08.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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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센터 안에서 만난 김혜은 기상캐스터.
MBC 뉴스센터 안에서 만난 김혜은 기상캐스터.오마이뉴스 유창재
"오늘은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곳에 따라 많은 비가 내렸으며, 습한 날씨에 불쾌지수가 높았던 날이었습니다. 내일도 아침에 곳에 따라 집중 호우가 예상되어, 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와 하루하루 날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은 누굴까. 아마도 일기예보를 전하는 기상캐스터들이 아닐까. 방송을 통해 그들이 보여주는 표정과 한마디 한마디 말은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계획하고 생활하는데 중요한 정보가 되고 있다. 우리들 생활 속에 민감한 정보를 매일매일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기상캐스터의 여름나기를 들어봤다.

아침에 비를 뿌리고 낮이 되서야 날씨가 개었던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MBC 방송국 기상센터에서 올해로 방송 6년차를 맞는 김혜은(30) 기상캐스터를 만났다. 그녀는 검정색 바탕에 하얀색 땡땡이 무늬의 블라우스에 하얀색 치마를 입은 옷차림에서 단정하면서 시원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하늘을 보는 버릇이 있어요. '날씨와 생활'을 하면서 생긴 버릇인데, 생활이 온통 날씨에 신경을 쓰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러네요. 또 전 잘 웃는다는 말을 들어요. 비나 눈 등으로 재해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주의하지만 잘 웃는 편이에요."

일기예보를 하면서 늘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는 이 때문에 지적을 많이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날씨로 인해 큰 사고가 없다면 웃는 얼굴로 방송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한 소년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아침 방송에서 일기예보를 할 때 중학교 3학년 학생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어요. 자신은 뇌종양을 앓고 있는데 '매일 아침 보는 누나의 웃는 얼굴에서 힘이 되고 있다'고요. 처음에는 자신은 아픈데 '왜 누나는 맨날 웃냐'고 따지려고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늘 웃는 밝은 모습에서 아픈 자신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데요. 그것이 인연이 되어 편지를 주고받죠."

MBC 뉴스센터 B스튜디오에서 일기예보를 하는 모습을 취해준 김혜은 기상캐스터.
MBC 뉴스센터 B스튜디오에서 일기예보를 하는 모습을 취해준 김혜은 기상캐스터.오마이뉴스 유창재
도심 속 고궁을 찾아 더위를 잊어요


김혜은 기상캐스터는 사계절 중에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그러나 다른 방송국의 일기예보와 달리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달리 늘 현장에서 날씨정보를 전하다보니 어느 계절이 좋고 나쁨을 못 느끼겠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 사계절이 다 좋다고.

"도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시원한 곳은 은행이죠. 그보다 추천하고 싶은 곳은 고궁이요. 고궁은 마찰이 없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요. 덕수궁이나 경복궁을 찾아보면 옛 정취도 느낄 수도 있고 나무그늘에서 책을 보면 아주 좋아요. 주위에 가까운 고궁을 한번 찾아 가보세요."


도심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김혜은 기상캐스터는 '고궁'을 추천했다. 도심의 빌딩과 도로는 열섬 효과로 기온이 높아 보통 기온이 33도라면 도심은 36도로 3도 높다는 설명.

아울러 그녀가 여름나기 위해서 즐겨먹는 음식은 다름 아닌 '보신탕'. 방송국내에서도, 그녀를 아는 팬들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스스럼없이 말한다. 덧붙여 말하길 요즘은 너무 바빠서 먹질 못했다고.

"팬들에게 주로 꽃 선물을 많이 받아요. 어떤 팬은 장미꽃을 정기적으로 100송이씩 보내오기도 했어요. 그런데 결혼했다는 소식을 알려지면서 뜸해지긴 했어요."라는 결혼 1년차 새내기 주부이기도 한 그녀는 팬클럽 홈페이지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김혜은 기상캐스터는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그녀의 옷차림이 다음날 날씨에 맞는 코디정보로 사람들이 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기상캐스터를 하기 전에는 청바지 차림의 캐주얼한 옷차림이었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서 녹화를 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정한 차림의 옷을 입게 됐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은 하얀색이지만 방송 때문에 진한 색깔의 옷을 입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왜냐면 밝은 색은 얼굴을 까맣게 나오게 하잖아요. 기왕이면 예쁘게 비춰져야 하잖아요"라고 말한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많은 사람들은 노란 비옷을 입은 김혜은 기상캐스터를 떠올릴 것이다. 그녀는 비가 보슬보슬 조금씩 내리는 날이면 '노란 레인코트'를 입고, 많은 비가 내리는 날이면 '빨간 레인코트'를 즐겨 입는다고 한다.

여름나기 비법 '더위 잊을 정도로 땀 흘려봐요'

김혜은 기상캐스터는 늘 웃는 얼굴로 밝은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한다.
김혜은 기상캐스터는 늘 웃는 얼굴로 밝은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한다.오마이뉴스 유창재
여름이면 주로 녹화를 가장 더운 곳이든지 가장 시원한 곳을 찾으러 다니는 것이 기상캐스터들의 몫. 한편 비가 내리는 날이면 빗속에서도 생생함을 전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고스란히 비를 맞는다.

"아침마다 녹화를 위해 출발하기 전에 옷도 예쁘게 입고, 머리도 하고, 얼굴엔 자외선 크림을 바르는 등 신경써서 출발하죠. 그런데 어느새 땀에 젖어 엉망이 되기 일쑤에요. 언젠가 녹화 전에 거울을 보니까 지윤태(PD) 선배가 '제작현장에서 거울 보는 것은 사치다'라고 하더라구요. '짧은 방송시간에 날씨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고 해요."

김혜은 기상캐스터는 매일 그날의 날씨에 맞는 장소를 찾고 인터뷰를 하러 찾아다닌다. 시원한 곳을 찾아간다 하더라도 가는 길이 덥기 때문에 여름이면 늘 더위와 함께 한다고. 때문에 땀이 방송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한다.

"짧은 2∼3분의 방송을 위해 온 힘을 집중합니다. 매일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날씨 정보와 함께 생활 정보까지 제공하기 해서 순간의 몇 초도 소중하기 때문이죠. 자꾸만 더위를 피하려면 더욱 더워요. 열심히 땀흘리면 더운 줄도 모르고 지날 때가 많아요."

김혜은 기상캐스터.
김혜은 기상캐스터.오마이뉴스 유창재
그녀만의 여름나기 비법은 '덥거나 비가 오거나 어떤 상황에도 맞서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그녀다운 대답이었다.

김혜은 기상캐스터는 앞으로 계속해서 기상캐스터 일을 할 것이라고 한다. 또 기회가 된다면 CF도 해보고 싶고, 날씨프로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도 출연해서 시청자들을 만나봤으면 한다고 살짝 귀뜸하기도.

"여름이면 장마와 집중호우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때가 제일 속상해요. 그렇지만 일기예보를 할 때면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노력해요. 여름 장마와 더위가 지나고 가을이 오면 머리를 길러보고 싶어요. 여름에는 더위와 비 소식 밖에 전해드릴 수 없지만 가을에는 다양한 아이템으로 날씨와 정보를 전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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