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알아야 대처할 수 있다

최재천 변호사의 <의료사고 전문가가 말하는 의료사고 해결법>

등록 2002.08.12 11:49수정 2002.08.12 17:05
0
원고료로 응원
<의료사고 전문가가 말하는 의료사고 해결법>의 표지
<의료사고 전문가가 말하는 의료사고 해결법>의 표지일상
"의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의사생활 십년만에 처음 겪는 일입니다. 불가항력적인 일입니다. 환자의 특이체질 때문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막상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런 식의 변명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주장일 수도 있지만 본인의 실수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은 자존심의 한 표현일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아는 만큼 본다'고 했던가. '의료사고'를 알기 위해서는 읽어야 할 책이 있다. 바로 최근 발행된 법무법인 '한강' 대표 최재천 변호사의 <의료사고 전문가가 말하는 의료사고 해결법>(일상). 의료사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의료사고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없을 수는 없는 일. 이 책에는 의료인이 신이 아닌 이상 발생하게 되는 의료사고에 대한 사례를 중심으로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또 현재 우리 사회, 특히 우리 법원이 어떤 경우를 의료사고라고 하고 어떤 때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판례 등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의료소송은 1990년까지는 100건 미만이 접수되었으나, 1991년도에 128건으로 처음으로 100건 이상이 제기됐다. 이후 1996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는 연간 600여건 가까이 의료소송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 이외에도 합의로 끝나는 등 의료분쟁으로 비화되지 않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의료사고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책을 쓴 최재천 변호사는 "의료인의 과실을 평가하는 기준인 의료사고는 늘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런 만큼 '의료사고를 없애자'는 말은 바른 말이 아니라 '의료사고를 줄이자'라는 말이 바른 말일 것"이라며 "의료사고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고, 주변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앞 부분에 의료사고나 의료과실소송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 및 현황, 의료사고 해결을 위한 각종 제도 등이 정리되어 있다. 또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피해자쪽인 환자나 가해자쪽인 의사의 입장에서 각기 가장 궁금했던 사항, 대표적인 질문,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사례 등이 소개됐다.


이어 최재천 변호사가 <한겨레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싣고 있는데, 대표적인 의료사고 판례 등을 바탕으로 의료법률 상식, 의료사고에 대한 잘못된 이해 등을 아는 데 도움이 될 부분이다.

특히 이 책은 의료사고에 대한 실용적 지식 제공을 위해 내과와 산부인과, 각 외과, 마취과, 소아과, 신경정신과 등 실제 사례에 기초를 두고 실제 소송이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최재천 변호사는 "재판은 '진실'의 문제이어야 하지만 '입증'의 문제인 경우가 많기에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판례의 대답을 담았다"며 "책에 담긴 사례들의 결론들이 진실이나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 아닌 재판절차에서의 입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앞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의료소송의 흐름과 각종 양식 등을 정리해두고 있어 혼자서 의료사고 소송을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예전에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의사도 의료사고의 발생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환자는 더 더욱 그러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도 양극단으로 치닫기 일쑤였으며, 현재도 그런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정상적인 법 절차를 따르기보다 지나칠 정도의 책임부정과 폭력 행사를 통한 해결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의료사고는 하나의 사고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모순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며, 의사들은 '방어진료'로 이야기된다. 이 책을 통해 환자와 가족들은 책임소재를 가려 적절한 배상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의사들에게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의료사고에 대한 대응책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들이 제시되어 도움이 될 것이다.

최재천 법무법인 한강 대표 변호사
최재천 법무법인 한강 대표 변호사일상
최재천 변호사는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 측에서 알아야 할 것으로 ▲의료사고 전문취급기관과 상의하라 ▲살아있다면 가능한 병원을 옮겨라 ▲사망한 경우 부검이 필수적 ▲담당의사에게 설명을 요구하라 ▲환자의 의무기록을 확보하라 ▲폭력행사는 금물 ▲섣부른 합의는 삼가라 ▲소멸시효에 주의하라 ▲형사고소보다는 먼저 민사소송을 제기하라 ▲사고경위서를 작성하라 ▲소송은 신중하게 등을 충고하고 있다.

한편 의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환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 ▲정확하고 세심하게 진료기록을 작성하라 ▲입증책임은 전환되어 있지 않다 ▲어설픈 진료기록 조작, 오히려 큰 코 다친다 ▲환자쪽의 폭력행사에 대하여는 역공으로 나가라 ▲환자측의 병원 앞에서의 시위, 막을 길 없다 ▲형사책임을 두려워하지 말라 ▲설명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라 ▲보험가입, 의사뿐 아니라 환자를 위해서도 최선의 길 ▲간호사가 잘못해도 의사책임 ▲과실이 명백한 경우 적절한 금액에 합의하라 ▲전문가와 상의하라 등이 있다.

<의료사고 전문가가 말하는 의료사고 해결법>은 의료사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나 의사들 모두에게 정확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잘잘못에 대한 정확한 판단기준이 환자나 의사들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분쟁이 쉽게 해결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책을 쓴 최재천 변호사는 현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로 동국대와 광운대 강사, 순천양의대 외래교수로 출강하고 있으며, 한국의료법학회 및 대한의료법학회, 대한법정신의학회, 한국조직은행 이사로 있다. 의료관련저서로는 <담배와의 전쟁> <의료과실과 의료소송(공저)> 등이 있다.

의료사고 해결법

최재천 지음,
일상, 200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AD

AD

AD

인기기사

  1. 1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2. 2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5. 5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