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처리장 논란 다시 일 듯

후보지 용역결과 이달내 발표 예정

등록 2002.08.20 23:38수정 2002.08.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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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남 영광 원자력 발전소

전남 영광 원자력 발전소 ⓒ 사진제공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전남도내 일부 지역에서 주민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논란이 돼 왔던 핵폐기장 설치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추진해 온 정부는 지난해까지 후보지를 해당지역 주민들이 유치하는 방식으로 유도하기 위해 공모방식을 사용해 왔었다. 그러나 주민들간의 갈등만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후보지 선정작업은 진척이 없자, 올해부터는 사업자 주도방식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핵폐기장 건설을 맡고 있는 (주)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말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에 관한 용역을 의뢰했는데, 이 결과가 이달 안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용역조사 결과가 나오면 3∼4곳의 예비 후보지 가운데 한 곳을 올 연말까지 최종 부지로 선정해 오는 2008년까지 60만평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을 완공할 방침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용역결과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정부가 핵폐기장 후보지를 공개 모집할 당시 전남 영광군과 강진, 진도군 등지에서는 유치를 둘러싸고 주민들간에 찬반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적이 있었다.

더욱이 영광에 상주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광주사무소 직원들은 최근 들어 핵폐기장 설치와 관련 주민홍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사 후원으로 영광군 의회는 지난 17일부터 유럽 핵폐기장 견학을 떠났다.

그러자 핵폐기장 건설반대 영광군민대책위원회에서는 핵폐기장 영광 유치설이 기정사실로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올 4월 진도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명의로 현지 금융기관에 수천억원이 넘는 돈이 예치된 것으로 환경운동연합의 관련정보공개 청구결과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자 지역주민과 관련단체에서는 핵폐기장 예정부지 지원금이라고 주장하며 건설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진도지역에서는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핵폐기장 반대대책위원회가 중심이 돼 군수와 의회에 핵폐기장을 유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놓은 상태다.

또 호남지역 핵폐기장 반대 대책위원회는 최근 박태영 전남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핵폐기장 건설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태영 지사는 핵폐기장 건설 여부는 해당 자치단체 주민의사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해당지역 시장 군수가 지역민 다수 의사에 따라 처리할 문제라고 밝혔다.

핵폐기물은 핵발전소(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면서 나오는 폐기물로 바람과 물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사람을 포함한 동식물에게 조금만 노출되더라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핵폐기물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만년 또는 수백만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이런 폐기물을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처리하는 대책마련이 커다란 과제가 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대부분 나라에서 폐기물을 밀봉해서 땅 속에 매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분해될 때까지 땅속에 안전하게 남아 있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지금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70년대 말 경남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시작으로 월성과 울진, 영광 등 현재까지 4곳에 모두 16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고 앞으로 4기가 추가로 가동예정이다.


그러나 마땅한 폐기장이 확보되지 않아 지금까지는 5만드럼이 넘는 핵폐기물을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 내에 저장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들 발전소 내 보관할 수 있는 시설도 오는 2010년 중반이 되면 저장하는 데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 발전소 가동으로 배출되는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80년대 말부터 처분장 건설에 나서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벽에 부딪혀 왔다. 특히 지난 90년 충남 안면도를 핵폐기처리장 후보지로 지정하기까지 했으나 주민들의 대규모 반대시위로 무산된 바 있다.

또 지난 94년에는 경기도 옹진군 굴업도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지만, 이 일대 정밀지질 탐사 결과 지층이 불안정해 핵폐기물을 오랫동안 저장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조사결과에 따라 백지화되기도 했었다.

핵폐기장 건설을 적극 반대하고 있는 환경단체에서는 정부가 핵발전 위주의 전력수급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정부는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방식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고 국가간에 규제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전가동으로 배출되는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둘러싸고 그 동안 주민들 사이뿐만 아니라 환경단체와 정부간에도 첨예하게 대립해 온 사례를 비춰 볼 때 후보지로 지정한다고 해도 추진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를 포함해 해당 지역 주민들 역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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