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책 한 권과 함께 하는 우리 나무와 고궁 산책

등록 2002.08.21 22:23수정 2002.08.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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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자연의 모습 가운데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 중 하나가 아마도 나무일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30년이 넘도록 줄곧 서울에서만 살아온 나는 자연에 대해 잘 모른다.

대학에 들어와 농촌에서 올라온 동기생들이 농작물이나 나무이름을 잘 맞출 때에는 약간의 강박관념도 들었다. 나도 알아야 하는데, 나중에 내 아이가 물어보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관계로 답사를 자주 다녔고 지금도 자주 다니고 있다. 그런데 어느 땐가부터는 눈에 보이는 나무들의 이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그만큼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다.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는 더욱 나무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게 되었다.

나의 이런 갈증(?)에 시원하게 처방을 내린 한 권의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궁궐의 우리나무>(박상진 저, 눌와)라는 책이다. 경북대학교 임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늘 그곳에 있고 우리 나라를 대표하며 수도권 주민이라면 비교적 쉽게 찾아가볼 수 있는 서울의 궁궐에 있는 나무들을 통해 우리 나무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많이 공부한 사람이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친다는 말은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내가 항상 명심하고 있는, 그리고 지향하고 있는 좌우명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은 우선 정말 쉽고 재미있다. 약간의 딱딱하고 학술적 분위기가 많이 풍기는 식물 도감에서 탈피하여 어려운 전공용어도 쉽게 서술하여 일반인들도 별 어려움없이 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낙엽 활엽 교목을 잎떨어지는 넓은 잎 큰키 나무라고 하는 식으로이다. 단지 나무 그자체만이 아니라 저자는 나무의 이름에 얽힌 사연, 역사 기록에 나타나는 그 나무에 관한 이야기, 나무와 관련된 에피소드 등도 풍부하게 소개하여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나무 공부를 부드럽게 해준다.

경복궁 전각 뒤에 많이 있는 앵두나무는 앵두를 유달리 좋아한 세종을 위해 문종이 세자시절 심은 것이고, 작은 잎을 여러 개 짝으로 달고 있는 자귀나무가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밤에는 짝끼리 마주 붙으므로 부부금실을 상징하는 나무가 되었으며, 너무 흔하고 쓰임새도 많아 진짜나무라는 의미로 참나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재미있는 나무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보다 나를 더 감탄하게 한 것은 서울의 각 궁궐(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덕수궁)의 지도를 그려놓고 거기에 수많은 나무들의 위치를 하나하나 표시해 준 저자의 친절함과 꼼꼼함이다.

진정으로 나같은 문외한들에게는 일종의 바이블인 셈이다. 또 전문적 기관말고는 어딜 가도 나무 이름표 하나 잘 붙어 있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이와 더불어 잎, 꽃, 열매, 나무껍질, 전체적인 모습 등의 사진을 각 나무마다 풍부하게 실어 놓았음은 물론이다.


근래에 사극의 방영 등으로 인해, 그리고 국민 의식의 성장과 더불어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이고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다. 그에 못지 않게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나무, 꽃 등 우리 자연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도시 생활로 인해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이러한 책은 우리 세대는 물론 앞으로 우리 국토에 살면서 우리 국토를 가꿀 세대들에게도 의미있는 연구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여름 방학때 나는 이 책을 들고 궁궐을 찾았다. 참으로 의미있는 시간들이었고 나름대로의 재충전이 되었다. 한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그리고 얼마 후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 무렵 이 책을 들고 궁궐에 가서 나무 공부와 역사 산책, 그리고 여가를 즐기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누려봄이 어떨지? 그리고 아이에게 자신있게 몇 가지 나무들을 설명해주는 친절한 부모가 되는 것은 어떨지?

궁궐의 우리 나무

박상진 지음,
눌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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