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하는 소설

이외수 <괴물>을 읽고

등록 2002.08.28 22:42수정 2002.08.29 09:12
0
원고료로 응원
a

ⓒ 김미영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중학교 다닐 때였던것 같다. 어떻게 해서 그 책을 읽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외수씨의 '들개'를 읽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책은 나의 기억에 강하게 자리매김을 했고 그 이후로 이외수씨의 소설은 기다리며 읽어왔다.

그런데 며칠전 신문에서 '괴물'이란 소설이 새로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 제목부터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는 당장 서점으로 가서 책을 산후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두 권으로 되어 있는 소설은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괴물'은 모두 81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장별로 화자와 시점이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전혀 다른 이야기 같으면서도 결국은 모두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주인공을 누구라 딱히 꼬집어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방식의 소설이다. 모두가 이야기의 중심이 될 수 있고, 모두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화자가 될수 있음이 그 이유다.

딱히 꼽으라면 '악'으로 그려지고 있는 전진철이란 사람이다. 아래와 같은 독백을 하는 사람.

"봄은 내게 살인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계절이다. 봄에 피어나는 세상의 모든 꽃들도 내게 살인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나는 살구꽃을 보면 걷잡을 수 없이 강렬한 살인충동에 사로잡힌다. 지천에 햇빛이 생금가루처럼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는 봄날.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만발해 있는 살구꽃, 꽃잎들은 바람이 불지 않아도 함박눈처럼 어지럽게 허공에 흩날린다. 나는 봄이 되면 자주 살구꽃잎들이 함박눈처럼 어지럽게 흩날리는 풍경 속에서 내가 살해한 시체를 간음하는 몽상에 사로잡힌다."

이 소설은 아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엿보면서 삶에 대한 고민도 하게 하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악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도 하게 하고, 또 무엇보다도 먹이그물처럼 얽힌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 내가 몰랐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게 해준다.
가령 어리연꽃이 눈송이를 돋보기로 보았을 때와 흡사한 구조라는 사실, 자외선 필름으로 용담꽃을 찍으면 곤충들에게 꿀이 알려주는 표식이 보인다는 사실, 고대 로마시대 시인 버질이 파리를 장례식까지 치러줘야 했던 사연(아우구스투스의 인생이라는 책에 수록되었다고 함), 클림트라는 화가가 있다는 사실 등….


손에 쥐면 놓을 수 없는 아주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제목 : 괴물
펴낸곳 : (주)해냄출판사
지은이 : 이외수
가격 : 8500원(전2권)

덧붙이는 글 | 줄거리를 이야기 하면,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빠져들 수 있는 소설이 아주 즐겁습니다.  다른분들도 즐겁게 읽으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덧붙이는 글 줄거리를 이야기 하면,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빠져들 수 있는 소설이 아주 즐겁습니다.  다른분들도 즐겁게 읽으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괴물

이외수 지음,
해냄, 2015

이 책의 다른 기사

이외수, 그는 이상향을 말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3. 3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