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느끼는 것

미술사학자 최순우 산문집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등록 2002.08.29 17:34수정 2002.08.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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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표지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표지 ⓒ 학고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최순우(1916-1984) 선생의 산문집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학고재, 9500원)가 나왔다.

이번 책에서 최순우 선생은 "아름다움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마치 지난 1984년에 돌아가신 최순우 선생이 사는 것 또한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를 보는 순간 한때 TV에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라고 밤낮으로 선전하던 그 명창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아름다움, 한문으로 미(美)라고 표현하는 이 한 단어. 최순우 선생은 그렇게 이 한자 미(美)에 미쳐 살다가 미 속으로 떠났다.

그러나 그는 떠났어도 그의 미를 느끼는 마음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남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그는 과연 어떠한 아름다움에 미쳤을까. 한 여자의 아름다운 외모에 미쳤을까. 아니다. 최순우 선생은 우리의 미,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그 아름다움에 미쳤던 것이다.

이 책은 한국과 한국인, 한국인 만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의 본성을 밝히는 책이다.

스무살 무렵부터 박물관 청사를 옮기는 작업을 그 누구보다 앞서서 했던 그, 그리고 40여년 간의 박물관 인생을 살다가 와병으로 작고할 때까지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가려 내었던 그.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던 그.

이렇게 말하니까 최순우 선생이 단순히 우리 것만 고집한 그런 고지식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순우 선생은 단순히 우리 것만이 최고라고 여기거나, 옛 것에만 그렇게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다.


최순우 선생은 "그 무엇보다 추한 것을 역겨워하고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흠뻑 빼앗겼던 분이다. 즉 나름의 안목과 잣대를 통해 옛 것 중에서도 오늘의 눈으로 봐도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가를 발견했던 사람이며, 동서를 망라해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에도 아낌없이 정을 준 모던한 사람"이다.

최순우 선생은 어떤 사명감이나 의무감 때문에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미친 것이 아니다. 최순우 선생은 "우리의 산천과 우리의 모든 것을 둘러싼 뭇 생명들, 조형물들의 아름다움을 유유히 즐겼던" 그런 신선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 책은 잘 알려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는 1943년 개성 부립박물관에서 박물관 인생을 시작하여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재직중 타계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미술사 개설> <한국공예사> <한국회화> 등이 있다. 특히 유고 수필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지금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덧붙이는 글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는 1943년 개성 부립박물관에서 박물관 인생을 시작하여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재직중 타계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미술사 개설> <한국공예사> <한국회화> 등이 있다. 특히 유고 수필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지금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 최순우의 한국미 사랑, 개정판

최순우 지음,
학고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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