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오만과 교육실패

학교를 혼란으로 몰고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등록 2002.09.09 10:06수정 2002.09.1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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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것이 일선교사들의 교육부에 대한 항변이다. 교사들이 그렇게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말리던 7차 교육과정은 결과적으로 6차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지고 형식만 7차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환경에 비쳐 어떻게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느냐고 한사코 만류했지만 결국은 '상처뿐인 시행착오'로 끝나고 있는 것이다.

교실에 잠겨진 채 녹슬다시피한 교단선진화사업은 수천억원의 예산만 낭비하고 활용이 거의 되지 않고 있다. 교원성과급이 그렇고 교육비전2002 새학교문화창조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교육부가 하는 일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겠다는 교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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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교육문제에 전념하도록 그냥 두면 배가 아픈가'라고 비아냥거리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10월 시행을 앞두고 강행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도 그렇다. 총예산 730억원을 투입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 학교와 연결해 국민의 알권리를 온라인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세계화시대를 맞아 교육행정정보화로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교육행정서비스를 개선하여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도입목표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육행정에 대한 기획은 물론이고 교육장학, 보건체육, 교원인사, 일반직인사, 급여, 재정, 시설, 법인 등 10개 영역으로 나누어 업무분석과 재설계를 통해 정보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화 정책은 한마디로 조변석개(朝變夕改)다. 1997년 종합생활기록부와 건강기록부 입력을 위해 도입한 것이 SA(Stand Admin)시스템이다. 그러나 2년도 채 못돼 학교 내의 네트웤을 이용한 교무업무와 학습지도안, 평가, 통지표 등을 입력한다면서 CS(Client Server)시스템으로 바꿨다. 충분한 검증과 보완작업도 없이 개당 가격이 400만원이나 하는 소프트웨어를 8000개나 보급함으로써 예산낭비를 하고 만 것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CS 시스템을 3년도 채 안 되어 다시 바꾸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결과적으로 140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CS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돼버린 셈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도입을 위해 교사연수비와 자료입력비용, 운영에 따른 부대비용까지 따지면 그 손실은 무려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것도 모자라 730억원을 투입해 다시 도입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70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예산낭비뿐만 아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시행되면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개인정보가 공개되어 사생활의 침해와 인권은 보장받을 길이 없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는 학생의 주민등록번호와 핸드폰번호, 이메일 주소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주민번호, 직업, 학력, 핸드폰번호까지 입력된다.


또한 학생과의 상담내역을 기록한 내용이나 행동발달 누가기록까지 기록한다. 교사의 교무수첩에 메모해 참고하는 상황까지 입력해야함으로써 교사들의 잡무량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의 개인정보도 유출되기는 마찬가지다. 교사들의 일일 근태상황과 수업시간, 근무성적 등의 정보가 입력돼 보안은 물론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교원단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 10명 중 9명 이상이 '10월부터 도입키로 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도입시기를 늦추고,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새로 도입된 시스템으로 오는 수학능력고사와 고3학생들의 학생부 등 전형자료를 입력할 경우 교사의 업무미숙과 시스템의 버그문제로 자칫 거국적인(?) 대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완벽하지도 못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이 업무에 매달린다면 정착 가르치는 교사 본연의 업무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1천만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상에 띄워 공개하겠다는 발상은 위험천만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범운영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중단해야 한다. 컴퓨터는 만능이 아니다. 행정의 편의를 위해 학생이 실험용이 될 수는 없다. 교육부가 교육현실을 외면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한 교육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도입에 앞서 책임자를 문책하고 교육주체에게 사과부터 해야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report.jinju.or.kr/educate/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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