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컴퓨터의 거미줄에 매달린 학교 교육의 장래

등록 2002.09.09 20:58수정 2002.09.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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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교조와 교육부 또 다시 대격돌 사태

컴퓨터가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 인간이 컴퓨터의 노예가 되리라는 예측은 몇 십년 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문학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도 신문에 자주 거론되어 누구나 알고 있는 죠지오웰의 작품 <1986년>에는 컴퓨터에 의해서 개인의 사생활이 하나하나 감시되는 답답한 인간의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에서도 인간이 기계를 다루는 기계로 전락하는 인간의 기계화 현상을 신랄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영화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로 전달되는 물건을 조이느라 아무 딴짓도 하지 못하고 스패너로 너트만 조이느라 바쁜 인간의 비참한 모습이 희화화되어 그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자혁명 시대의 도래를 예언한 토플러의 <제3의 물결> 같은 책은 인간이 컴퓨터 시대를 맞아 거기에 빨리 적응해야 하기를 권장하고 있으나 컴퓨터의 부작용에 대한 문제제기 또한 계속 되어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인간이 스스로 손으로 만든 로보트에 의해 오히려 점령을 당하게 되는 이야기라든가, 혹은 컴퓨터에 의해 구축된 사회가 컴퓨터의 고장으로 인해 멸망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런 소설이나 영화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불과 3년 전 1999년을 벗어나 2000년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컴퓨터의 인식 문제로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 어마어마한 작업이 진행되어지고 있는데 그것이 곧 김대중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 계획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 아래 추진되고 있는 이 사업은 10월 4일까지 추진 완료하도록 지시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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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육행정종합시스템이란?


김대중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 구현정책>은 매우 독창적이고 엘빈 토플러의 예언대로 제3의 물결 시대에 걸맞는 대작업이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자정부 구현계획>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 일을 성사시켜야 하고, 그래야만 어렵게 준비한 이 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은 10월 4일까지 이 작업을 완료하기로 못을 박아놓고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00일도 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전자정부구현정책은 우리나라 최고의 프로그래머들을 동원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이룩해낸 매우 정교한 업적이다. 그 곳에는 각 관공기관의 기물, 인사, 혹은 모든 행정의 기록이 저장이 될 것이고 소위 말하는 전자인증서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위치에서 볼 수 있는 정보들을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각자의 공무원들이 자기 직업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언제든지 쉽게 검색할 수 있으며, 또 민간인들도 필요한 정보를 어느 선에서 확인해 볼 수 있도록 고안된 이 장치는 사회전반의 사무를 좀더 효율화하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교사들은 교육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대로 이 프로그램이 시행될 경우 교육계에 대혼란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전교조의 한 서명지의 첫부분은 교육행정종합정보시스템을 전교조의 한 설문조사는 <괴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3. 교육행정종합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교사들은 종합생활기록부를 손으로 써서 작성해 왔다. 아무 불편 없이 시행되었으며 각 교사들은 자기의 필체로 기록을 남겼고, 만약에 정정이 필요할 경우에는 학교의 생활기록부 정정대장에 기록을 하고 교감 교장의 결재를 받고 학교장의 직인을 찍고 무엇을 무엇으로 몇 자 정정이라고 기록을 해놓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한번 결정한 내용의 신뢰도를 지켜왔다.

각 학교에서 재작년까지 시행했던 SA란 프로그램은 3년 전에 도입되었으며 생활기록부의 내용을 컴퓨터로 입력하고 출력물을 보관하는 형식을 취하고 생활기록부 및 건강기록부의 입력 내용을 교육부에 파일로 제출하는 형식을 띄어왔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1년 교육부는 교사들에게 CA라고 부르는 학교종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지시하 기에 이른다. 이 프로그램은 생활기록부 건강기록부는 물론이고 출결사항 및 모든 문서가 하나로 통합된 프로그램이었다.

일년 만에 제도가 변경되자 각 학교에서는 잘 깔리지도 않는 파일을 까느라고 야단법석을 피웠고 제대로 개통이 된 학교에서는 그래도 별무리 없이 CA를 도입해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겨우 CA를 시행하고 나자 교육부는 다시 교육행정종합시스템을 활용하겠다고 갑자기 올 여름에 각 학교 교장 교감 양호교사 영양사 서무부장들을 불러서 잘 이해도 못하는 사람들에 대고 갑작스런 연수를 하기에 이른다.

교육부의 입장에서는 행정시스템이 드디어 완성되었고 이후로 시스템의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무리한 작업을 끝내놓고 나면 또 시스템의 변경을 요구하는 교육부의 태도를 볼 때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을 보장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교사들은 일단 여기에 분노하고 있으나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되어지고 있다.

4. 교육행정종합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교육행정종합시스템은 교사들을 매시간 출석체크로 시작하도록 되어져 있다. 특히 중고교 교사들은 매시간 교실로 들어오면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한다. 교육청 서버에 접속을 해야 하고 그리고 출석상황을 점검해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그 시간 학생들의 공석여부를 감시해 입력해 넣어야 한다. 수업이 끝나는 순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교육청의 교육행정 시스템에 수업 끝의 상황을 입력하고 로그 아웃을 해야 한다.

너무 교육청 서버에 제대로 접속이 되어도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겠으나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다운이 되면 컴퓨터에 신경이 쓰여져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물론 전국에서 수만 명이 접속하는 초대형 사이트들도 많기는 하지만 한 번 서버에 이상이 생기는 날이면 각 학급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굉장히 사소한 일이기는 하지만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이런 귀찮은 일들이 교사들을 얼마나 짜증나게 할 것인가.

그야말로 이것은 교사를 기계화시키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의 상황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출석부로 처리하면 순간에 될 일을 왜 한사코 교사들이 전자출석부로 처리를 해야 하는가? 이것은 마치 전자출석부로 교사와 학생들을 거미줄에 매달아 놓은 상황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둘째, 학생과 교사에 대한 기록들은 시도교육청의 서버에 저장이 되고 그러한 정보들이 모두 교육부로 집결된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보들은 인증서에 의해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들에 의해서 언제든지 검색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교육행정종합시스템에 3000개의 뷰페이지가 있다고 전해지는데 그것들을 통해 어떤 정보가 검색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셋째, 보안상의 문제이다. 모든 기록부들이 학교에는 남아 있지 않고 교육청 서버에 저장된다는 점이다. 만약에 교육청 서버에 이상이 생기거나 해킹되었을 때는 해당관할학교의 모든 정보가 한꺼번에 사라져버린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교육청 서버만 잘 해킹을 하면 언제든지 성적조작이 가능해져서 성적조작 전문가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전의 문서들이 고친 흔적이 남는 것과 달리 아주 감쪽같이 조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이것은 서버가 교육청에 있으므로 해서 학교단위에서 성적조작을 방지하는 감독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해킹의 표적이 될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방지하기 위해 OMR카드를 통째로 입력시키는 복잡한 조작을 교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듯한데 이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복잡한 조작인가를 당사자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넷째, 정보유출의 문제이다. 철저한 인증제도를 시행한다고 해도 교육행정 종합시스템에 입력된 교사, 학생, 학부모의 입력사항이 상업기관이나 기타 불리한 곳에 유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교조의 자료에 의하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는 아동의 주소와 번호 핸드폰 번화까지 입력을 시키고 있다고 하는데 돈 벌기에 눈이 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할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다섯째, 정부의 의도와 달리 교사들은 이 행정시스템으로 인해 오히려 잡무가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출석부 외에도 이 행정시스템에서 요구하는 자료들을 입력하는 기계적인 행동을 하게 생겼으니 기계가 인간을 기계화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사들은 결코 사무만 보고 있는 사무원들이 아니다.

그들은 교육을 하고 또 사무까지 보는 존재들이다. 그 사무의 시간은 줄어들수록 좋고 그렇게 될 때에만 그나마의 교육이라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필요에 의해서라기 보다 교육부와 행정당국의 편의를 위해 교사들에게 사무에 매달리는 시간을 증가시키는 것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교육계에서 그 동안 꾸준히 문제제기 되어온 공문남발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지만 그러나 전산화 이후로 일부 전산업무 담당교사의 업무가 폭주해서 일부 과학부장이나 전산담당교사의 업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올해 각 학교에 임명한 전산요원들을 학교에 배치해서 교사들이 사무에 매달리는 시간을 축소해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입력정보의 선을 어디까지로 정하느냐? 정보의 입력시기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예를 들면 출결사항 입력을 매시간마다 하느냐 아니면 하루 혹은 1주일에 한 달에 하느냐?)에 따라서 그 시행이 교육작용을 촉진할 수도 있고 억제할 수도 있는 매우 미묘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갑작스레 연수를 전달해 교사들을 이끌고 나가려는 무모한 자세를 버리고 결국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교육자들의 몫일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고 교사들에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제대로 설득을 해서 교사집단에 모멸감을 주지 않고 그들의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행정을 하는 사람들은 정확한 예측력이 필요하다. 좀더 진지하게 고민을 해서 교육활동을 좀 먹지 않는 형태로 시스템이 도입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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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에서 3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4차원적 사고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3차원 공간 속에서 4차원적인 문제발견력과 문제해결력으로 수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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