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정보시스템, '검증'이 빠졌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바른 정착을 기원하며

등록 2002.09.11 21:17수정 2002.09.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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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범운영도 없이 도입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이번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전산원에서 업무를 떠맡아 삼성SDS, 컨소시움, 다음기술, 씨엔아이에스, 우진데이타시스템 한솔텔레콤 등 업체의 동참으로 이뤄졌다. 2002년 10월까지 9일까지 사업기간이 정해진 이번 사업은 교육기획, 교원인사, 일반직 인사, 급여, 장학, 보건체육, 재정, 시설, 법인, 기타행정 등 10개 영역을 전자화하는 대 공사이다.

이전의 학교 정보가 학교의 서버에 구축이 되어졌었다면 이번 사업은 시도 교육청의 서버에 모든 자료를 입력시킨다는 점에서 이전의 전자화 작업과 다른 점을 띠고 있다. 즉 학교에는 자료가 없고 모든 자료가 교육청 서버에 입력이 되고, 그리고 그 자료들이 교육부로 모여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프로그래머들이 NEIS라고 부르는 이 시스템은 총사업비 729억원이 소요된 대공사이다. 교육재정 GNP 6%의 공약도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729억원의 돈을 소요한다는 것은 그 액수를 더욱 어마어마한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이 시스템은 인증서를 가진 관료나 교육자 혹은 일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해서 정해진 영역의 검색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전국교직원 노동조합이 이러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유보를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시스템이 한 번의 시행절차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도입되는 데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교조는 하나의 게임프로그램도 2년 이상 검증 기간을 거치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 프로그램이 곧바로 들어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교사들을 헷갈리게 할 것이 아니라, 몇몇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을 해본 후 도입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여름 갑자기 불똥이 떨어진 탓에 교사들 중에 그 시스템의 구체적인 조감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으며 그것이 교육현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서 정확히 예측을 할 길도 막막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서 요구하는 시스템을 가동시키게 된다면 행정의 절차가 제대로 되어 있다고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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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행정가들의 소양이 의심스럽다

행정가들은 정책을 세부적인 것을 고안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하나의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생기는 여파는 정말로 엄청나게 큰 것이다. 그들의 고안이나 집행은 도장 하나로 결정이 되고 시행이 되지만 그것은 많은 사람에게 좌절을 줄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실시하려는 정책에 대한 치열한 검증 정신일 것이다. 자신들의 머리에서 떠오른 아이디어에 흐뭇해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이 실시되었을 때 생길 좋은 영향과 부작용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안으면 안 된다.

그들에게 일이 아주 많은지는 알 수 없지만 여파로 몰려올 부작용에 대한 분석과 그 부작용을 완화시킬 방법을 그들은 미리 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교육행정정보 시스템을 적용하려는 그들의 소양은 어떠한가?

이번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실시 과정에서 느껴지는 관료들의 태도는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책을 사전에 검증해 보려는 자세도 보이지 않았고, 그들이 실시한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이 되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도 않았다. 그저 하청이 떨어졌으므로 손쉬운 대로 사업자들을 불러다 일을 추진시킨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 과정에 교사들의 자문을 구했는지 안 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지금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건대 현장교사들의 자문 없이 프로그래머들만 모아놓고 프로그램을 만들어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더군다나 그들을 찾아간 전교조 교사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그저 전자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처지라 우리만 빠질 수 없다는 구구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그들이 정말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교육계에 폐해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런 따위의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만약에 부총리인 교육부 장관이 그런 의견개진조차 할 수 없다면 도대체 우리나라 관료조직은 어떤 조직인지 눈앞에 생생하다.

3. 모든 장부를 교육청 서버에 입력시킬 생각을 하지 말라

결국 729억원을 소모해서 만든 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교육현장에 맞게 적용이 되려면 교육청 서버에 입력해야 할 내용과 입력하지 않아야 할 내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학교장부는 교육청 서버에만 입력이 되는 것, 학교 서버에만 입력이 되는 것, 교육청과 학교 서버에 동시에 입력되는 것으로 구분되어져야 한다. 성적이나 기물은 한 곳에만 보관되면 조작이 될 위험이 있으므로 두 곳에 보관되어져야 하고, 출석부나 아동명부는 기존대로 친필로 시행되어도 교육활동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뿐만이 아니라 교사들의 입력란은 줄어들어야 한다. 상담을 공부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상담의 제 1원칙은 비밀 보장이다. 그런데 학생과의 상담내용을 교육청 서버에 올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사들이 그 입력란에 영국교사들처럼 정직하게 입력을 한다면 다행이겠지만 우리나라의 국민성은 그렇게 정직 단순하지가 않다.

다 팽개치고 억지로 내용을 거짓으로 짜 맞출 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뻔하다. 그러니 교육부에서 뭔가 좋은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하는 일이 잡무로 변질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는 거기에 존재한다. 말을 억지로 끌고 가서 물을 먹일 수는 없다. 결국 교육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줄을 묶어 강제로 끌고 가느니 교사들에게 제자 사람에 목이 마르도록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4. 전산교사제의 도입이 절실히 요구됨

학교업무가 전산화되면서 생긴 큰 변화는 교사들이 생활기록부를 들여다볼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CS 도입 이후 그렇게 되었으나 이제 WS(교육행정정보시스템)가 도입되고 나면 그러한 점이 사라질 것이다. 학교업무가 전산화되면서 생긴 또 하나의 변화는 일부 컴퓨터담당교사의 업무가 폭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방학 때도 나와서 일을 하고 밤새워 일을 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교육부에서 알 리가 없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수당도 주어지지 않지만 단지 다른 교사보다 컴퓨터에 대해 더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은 자신을 혹사하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업무가 전산화되면서 몇몇 교사에게 일이 집중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행히 올해 초등학교에 대졸 미취업자를 전산요원으로 배치하면서 전산담당교사의 업무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제 전산요원의 고용기간도 다 되어가고 있어 그들이 재고용되지 않을 때를 생각하며 전산담당교사들은 걱정에 휩싸여 있다.

어디서 고쳐달라는 전화가 올지 몰라 수업 도중에도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먼 곳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 그것이 전산 담당교사들의 자화상이다. 하나의 정책이 실시될 때 행정가들은 응당 이런 부작용을 예비해야 하고, 만약 예견하지 못했다면 현장에서 어떤 고충을 가지고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영양사 양호교사에 이어 전산교사가 학교에 들어와야 할 시점이다. 청년 실업대책의 일환으로도 꼭 그렇게 되어져야 한다. 학교교육은 반드시 교육 논리로 풀어야 하지만 하여튼 전산교사의 도입이 시급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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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에서 3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4차원적 사고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3차원 공간 속에서 4차원적인 문제발견력과 문제해결력으로 수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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