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선거법 개정안 반발 확산

민주노동당 등 중앙선관위 항의 방문 및 규탄집회

등록 2002.09.10 05:41수정 2002.09.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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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TV 정책토론회 및 합동연설회 개최 등 미디어 중심의 선거를 위한 선거공영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각 시민단체에서 일제히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어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서의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중앙선관위의 공명선거 홍보 포스터
중앙선관위의 공명선거 홍보 포스터중앙선관위
논란이 되고 있는 중앙선관위의 개정안에는 △대선 기탁금을 현행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 △국가나 공영방송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TV 정책토론회, 정강정책 신문광고 및 공영방송사 무료 방송연설 대상 정당을 국회 교섭단체구성 정당으로 요건 강화 △후보자의 거리연설 제한 △고액 기부자 인적사항 공개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중앙선관위 조영식 홍보관리관은 "후보자 난립을 막기 위해 대선 기탁금을 현행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후보자 등록 요건을 강화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유효투표 총수의 10% 이상은 기탁금의 전액, 5%~10% 미만은 75%, 2%~5% 미만은 50% 반환, 2% 미만은 기탁금 전액을 국고로 귀속시키게 된다"고 후보자의 득표율에 따른 기탁금 차등반환 요건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대선 후보자의 거리연설 제한으로 선거분위기의 위축과 유권자의 무관심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후보자의 거리연설을 허용하는 경우 청중을 사전에 모집하고 후보자가 순회하면서 연설을 하는 등 사실상 정당연설회로 변질되어 운영될 우려가 있다"며 "시민단체 초청 대담·토론회, 확성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거리연설 기타 국민과의 접촉 기회는 무제한 허용함으로써 후보자와 국민의 대면접촉 욕구를 해소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의 이번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로 "비교섭단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군소·신생정당에 대한 차별정책"이라며 일부 조항에 한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민주당과 한나라당과는 달리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은 즉각 반박성명을 발표하고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하여 규탄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편 경실련, 언론노조,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학협 등 시민노동학생운동단체들도 9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앞장서 공영을 빙자한 기득권력의 배타적 권력 독점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유지담 중앙선관위 위원장의 사퇴와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9일 권영길 대표의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선거공영제안은 한마디로 국민참정권을 박탈하고 민주노동당을 고사시키는 정치적 폭거"라며 "대선 기탁금을 현행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돈많은 후보에게만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으로, 우리 정치의 근본적인 개혁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갈망하는 국민여망을 정면으로 짓밟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대표는 또 "정당의 정강정책 신문광고의 국가부담 대상과 공영방송사 무료 연설 대상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으로 제한한 것은 기성정당 만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선관위와 기성정치권이 결탁하여 사실상 '선거공영제'란 이름으로 '선거독점제'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9일 오후 2시 과천 중앙선관위 앞에서 사회당 김영규 대표가 항의서한을 읽고 있다
9일 오후 2시 과천 중앙선관위 앞에서 사회당 김영규 대표가 항의서한을 읽고 있다석희열
사회당도 9일 오후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선거공영제안은 국민 참정권을 정면으로 짓밟는 처사이자, 사회당을 비롯해 정책정당을 표방한 군소정당 죽이기에 다름 아니다"면서 대선 기탁금 상향조정과 관련 "1년에 수 백억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보수정당, 부자정당 후보로만 대선을 치르겠다는 음모"라고 비난했다.

언론노조도 9일 성명을 내고 "정당명부제 투표가 최초로 실시된 지난 지자제 선거에서 투표권자 200만명에 해당하는 8% 이상의 국민지지를 얻은 민주노동당의 경우, 단지 국회교섭단체 구성이 안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공영'의 판에서 제외된 것은 공영을 빙자한 기득권력의 배타적 권력 독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언론노조는 또 "거대정당 후보는 국민세금 펑펑 쓰며 신문과 방송에 마음대로 나가서 선거운동을 하고, 소수대표 후보는 미디어 이용은 커녕 길거리에서 유권자와도 못 만나게 하는 것이 선거공영제인가"라고 반문하고 "현대의 선거는 철저히 후보자 노출빈도에 의한 결과 결정론에 좌우된다"며 기탁금 등 후보자 등록요건 완화와 미디어선거 참여권을 국가보조금을 받는 정당의 후보로 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9일 각각 성명을 통해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진보정치 파괴공작', '기성정치권의 야합안' 등의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국민대다수의 정치개혁 열망을 짓밟고 대통령 선거를 낡은 정치세력과 돈 많은 후보의 잔치판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면서 "중앙선관위의 개정안은 진보정당 파괴공작이자 대선을 기존 정치권과 재벌후보들만의 잔치로 만들려는 불순한 폭거"라고 규탄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선관위가 기존 정치권과 결탁하여 국민참정권을 송두리째 박탈하기 위한 선거법 개악기도"라고 규정하고 "이는 동시에 부패한 기존정치권의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여망과 정치 개혁세력의 등장을 뿌리부터 말살하기 위한 선관위와 기존 정치권의 야합행위"라고 비난했다.

전학협(의장 윤수진)도 9일 반박성명을 발표하고 "중앙선관위와 기성정치꾼들의 협작품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면서 "기성정치인들의 선거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고 진보정당의 정치활동을 철저히 가로막겠다는 이번 중앙선관위의 막가파식 정치관련법 개정안은 극히 반동적"이라며 대대적인 규탄집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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