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 '시스템 태풍' 일단 멈추다

교육행정시스템 개통 내년 3월로 전격 연기

등록 2002.09.13 13:35수정 2002.09.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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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까지 들이닥칠 것으로 예상된 전국 초·중등학교에 대한 ‘시스템 태풍’이 일선 교사들과 시민들의 거센 역풍에 밀려 일단 그 진행을 멈췄다.

교육부는 당초 이날까지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교육행정시스템)을 개통하려던 계획을 바꿔, “시행시기를 내년 3월로 연기하고 남은 기간 동안 교사들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지난 12일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국 1만여 개 학교는 올 2학기 학사관리를 위해 기존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을 그대로 유지한다. (<오마이뉴스> 10일치 '전국 초중등학교에 불어 온 시스템태풍' 참조)

이번에 시행 유보된 교육행정시스템 분야는 그 동안 교사들의 거센 반발을 사온 교무·학사 영역을 비롯 보건, 체육, 입학, 교구 기자재 등 모두 5개 영역이며 나머지 22개 영역은 그대로 추진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침을 13일 16개 시도교육청에 일제히 내려 보내는 한편, 시범학교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교육부 최진명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장은 “교원단체의 반대 의견과 교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시행을 연기하게 됐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 문제로 제기된 내용에 대해 열린 자세로 근본적인 재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와 일선 교사들은 지난 8월 말부터 새 시스템 추진 과정의 예산 낭비, 졸속 추진, 개인정보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전교조는 지난 2일부터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6일부터 사상 초유의 명령거부 운동인 인증거부 활동을 진행했다.

전교조 박상준 교육행정시스템 대책팀장은 “서명과 인증거부 활동을 통해 교사들의 뜻을 분명히 나타낸 결과 교육부가 시행을 연기하게 된 것”이라면서도 “기존 문제로 제기된 시스템의 교사·학생 정보 침해와 교사업무 증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시스템 도입은 교사 근무 조건에 해당되니 만큼 공식 정책협의회를 갖자”고 교육부에 제안했다.


교육행정시스템 연기 둘러싼 교육부와 교사 반응

“기왕 유보할 바엔 1년 정도 연기하지…”
교육부 연기 결정에 교사들 일단 한숨 돌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우리의 자존심.”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 있는 교육부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추진팀) 사무실 벽에 붙어 있는 글귀다.

하지만 12일 교육부는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그 동안 졸속 추진 비판을 사던 교육행정시스템의 시행시기를 당초 9월 강행 방침을 뒤집어 내년 3월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반면 교사들과 교육단체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추진팀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 정책결정 사항을 이렇게 급하게 바꾼 것은 이번이 아마 처음일 것”이라면서 “힘들게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결정에 대해 전교조와 일선교사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늦게라도 교육부가 교사들의 뜻을 받아들여 개통연기를 결정해서 다행”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교육부는 9월 초까지만 해도 개통 강행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 특별지시에 따라 계획된 10월 전자정부 출범에 맞춰 새 시스템을 돌려야 한다는 게 추진팀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새 시스템 내용을 알기 시작한 교사들이 8월부터 아우성치기 시작한 것이다. 교사들은 ‘졸속 추진과 예산낭비, 정보인권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일선 학교의 요구에 따라 9월 초부터 전교조가 서명운동과 인증거부 운동까지 벌이자 교육부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전교조와 한국교총의 일선교사 여론 조사결과 90%이상의 교사들이 반대의견을 나타낸 것 또한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더해 국정감사를 앞둔 정치권과 10일 께부터 움직인 청와대의 압력은 결국 시행연기를 전격, 결정하는 계기노릇을 했다.

시행 연기를 결정한 교육부에게도 할 일은 쌓여 있다. 수 백개 정도의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새 시스템에 맞도록 각 학교에 컴퓨터를 보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보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교무 학사 영역의 항목을 얼마나 고쳐야 할 것인가가 큰 과제다.

이런 점에서 내년 3월 시행 시기가 ‘너무 짧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겨울방학을 빼면 3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일 뿐이다.

학교 전산담당교사인 김성식 교사(서울신목초)는 “기왕 유보할 바엔 최소한 학사일정이 한 바퀴 도는 1년 정도는 시범기간을 가져야 한다”면서 “시행하면서 오류를 고친다는 말은 교사들과 아이들을 시험대상으로 삼는 일”이라고 말했다. / 윤근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news.eduhope.net) 318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news.eduhope.net) 318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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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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