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 대학, 골프장 건설 계획 논란

"재정확충 위해 필요" 대 "교수 위한 골프장 아니냐"

등록 2002.09.19 15:59수정 2002.09.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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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대학 재정마련과 학생 실습교육 등의 이유로 대구지역 일부 대학이 골프장 건설 계획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공식적으로 취임한 경북대학교 김달웅 신임총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골프장 건설을 통해 대학발전기금을 모금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실습교육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는 이에 따라 김 신임총장이 취임 후 학교측에 기부한 경주시 산내면 일대의 임야(13만평)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대규모 임야를 활용해 골프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알려졌다.

"대학 재정확충·학생들 실습교육 위해 골프장 필요"

대구대의 경우에도 현재 운용되고 있는 골프연습장 외에 캠퍼스 내 가용 공간을 활용해 골프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대구대는 대학장기발전계획안에 '골프장 건설 검토' 등의 계획안을 포함시키고 대학 내외의 의견수렴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경북대 한 관계자는 "김 신임총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골프장, 생수공장 등으로 재정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역주민과 환경문제 등을 고려한 상황에서만 골프장 건설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조심스런 입장을 비쳤다.

대구대 기획팀 관계자도 "2010년까지 기한이 잡혀 있는 장기발전계획안에 골프장 건설을 검토하자는 간단한 내용만을 넣은 것일 뿐"이라며 "아직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두 대학의 골프장 건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의 타 대학에도 '골프장 건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 대학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논의는 아직 없었다"면서도 "경북대 등 일부 대학에서 골프장 이야기가 나오자 사석에서는 골프장 건설에 대한 얘기들이 오고가는 것도 사실이다"고 언급했다.

대학에서 골프장 건설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쪽은 지방대학의 재정마련의 어려움을 우선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지역 한 대학의 관계자는 "학생들의 골프수업을 위해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눈이 있다는 입장에서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방대학의 재정자립도가 열악하고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성공적인 사업이라면 추진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을 위한 골프장 아니냐"·"대학이 장사꾼인가" 반발

반면, 지방대학 재정확충의 의도와는 달리 교수들을 위한 '전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북대 총학생회 한 관계자는 "최근에 건립해 운영되고 있는 교내 골프연습장에도 교수들의 이용이 부쩍 많다"면서 "골프장 건설이 교수들의 잦은 이용으로 오히려 학생과 대학을 위해 건립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지역 환경단체 역시 대학의 골프장 건설에 반발하고 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골프장은 우리나라 기후에 전혀 적합하지 않을 뿐더러 그로 인한 환경의 부작용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대학 재정을 마련한다는 논리지만 수많은 재원을 들여서 골프장을 건설하고 관리하는 데 비용이 오히려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류 회장은 또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은 대학이 장사꾼이 되는 것 아니냐"며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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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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