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보다 내꿈이 더 커지지 않길

남의 스승이 되려는 이에게

등록 2002.09.29 11:15수정 2002.10.01 09:15
0
원고료로 응원
언젠가 생활정보지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쳐 오신 선생님이 하루는 사회적으로 저명한 한 선배를 찾아가 이런 말을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왠지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라고. 그래서 좀 더 큰 꿈을 갖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고 싶다고.

그러자 그 선배는 이런 조언을 해줍니다.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보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보다는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자신을 업그레이드 해보라고. 그리하여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길을 찾아보라고.

몇 년 후, 선배의 조언에 힙 입어 그 선생님은 신문지상에도 가끔씩 오르내리는 성공한 초등학교 교사의 한 표본이 되기에 이릅니다. 글쓴이는 그때 자신의 충고가 적절했다고 생각하여 흐뭇한 마음으로 독자들과 이 사실을 공유하고자 한 것입니다.

저도 한 사람의 독자로서 두 분께 축하의 꽃다발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불쑥 이런 생각도 함께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선생님처럼 아이들도 더 큰 존재가 되었을까? 아니면 최고가 되신 선생님 앞에 아이들은 더 작아지지는 않았을까? 아이들이 더 작은 존재가 되었다면 그것을 과연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제가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선생님의 '꿈의 동기'가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에 대한 초라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는 선배의 조언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물론 '최고'보다는 '자기 분야'에 더 비중을 두어 말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과거처럼 사회 인식도가 높은 어느 특정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는 충고에 비하면 너무도 현명하고 아름다운 조언입니다.


하지만 왜 끝내 '최고'여야만 하는지, 왜 최고가 아니면 안 되는지, 저는 그 철학적인 배경이 이해되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최고가 되라는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물론 최고가 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노력하는 인간은 아름답습니다. 문제는 노력해도 최고가 될 수 없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에게 최고가 되라는 것은 곧 꿈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최고라는 말이 성적이나 사회적 지위와 같은 단세포적인 잣대로 서열화한 개념이어서 더욱 문제가 됩니다.

저는 교사도 작가처럼 자기 세계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허구의 삶을 통해 감동을 만들어낸다면 교사는 허구가 아닌 진짜 생명의 삶을 어루만지는 사람들입니다.

저에게도 교사로서의 세계관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입니다. 사랑은 '그에게 나의 삶의 중심이 이동하여 결국은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하기가 좀 쑥스럽지만, 저는 교사로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따라서 제 삶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삶과 저의 삶은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위대해지면 비로소 저도 위대해집니다. 이것이 사랑의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보다도 제 꿈이 더 커지지 않기를 늘 기도합니다. 그들이 저의 우주가 되기를, 그들의 눈부신 생명 안에 제가 늘 존재해 있기를 소망합니다. 최고의 교사가 되는 것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위대해지는 사랑의 교사가 되시길 빌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교대 신문사 편집부에서 청탁을 받아 쓴 글입니다. 꼭지 제목이 '남의 스승이 되려는 이에게'라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와 인연에 되어 글을 청탁받게 되어 온라인에도 글을 올립니다. 아름다운 길을 선택하신 인천교대 예비교사님들의 환한 얼굴들이 그려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교대 신문사 편집부에서 청탁을 받아 쓴 글입니다. 꼭지 제목이 '남의 스승이 되려는 이에게'라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와 인연에 되어 글을 청탁받게 되어 온라인에도 글을 올립니다. 아름다운 길을 선택하신 인천교대 예비교사님들의 환한 얼굴들이 그려집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ㄹ교사이자 시인으로 제자들의 생일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를 펴냈고 교육에세이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등을 펴냄.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