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느낌으로 우리 삶 노래해요"

[인물] 2002 MBC 대학가요제 대상 안세진씨

등록 2002.10.21 18:25수정 2002.10.2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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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떡해', '젊은 연인들', '내가' 그리고 '꿈의 대화'...등. 암울했던 군사정권이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종점'으로 내달리던 지난 77년, 대학문화의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대학인들의 음악축제, 'MBC 대학가요제' 탄생이 그것.

세월은 스무고개를 훌쩍 넘어 지난 19일 서울 숭실대학교에서는 '21C식'(?) 대학가요제가 벌어졌다. 물론 막걸리 한잔 걸치며 '나 어떡해'를 외쳐 부르던 '386세대'들의 아쉬운 추억이 "그거 '옛날'하고는 틀리잖아"라며 푸념을 털어놓지만...


그러나 과거 70년, 80년대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선배들'의 자화상이 그 무대에 서 있었다면, 이젠 21세기를 살아가는 또 다른 대학인들이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만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곳에는 주인공이 서 있었다.

사진제공-경북대학교
안세진(23)씨. 대구 경북대학교 의류학과(97학번)를 다니고 있는 그는 전형적인 '신세대'라고 불릴 만하다. 세진씨는 서슴없이 "답답한 건 싫잖아요"라고 말할 만큼 괄괄한 성격이다. "성격이 너무 솔직해서 그런지 못됐다는 소리도 많이 들어요. 그런 탓에 친구들에게 오해를 사기도 하고... 하지만 답답한 건 더 싫어요."

세진씨의 '당돌함'은 무대에서도 엿보인다. 대상을 받았다는 환호에도 흔하게 쏟아져 나오던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너무 놀랐고,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랬어요. 친구들이 '너는 울지도 않느냐'고 묻더라고요. 사실 노래를 부르면서 울컥 하는 맘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세진씨는 "나도 낯선 사람들한테 부끄러움도 많이 타는데..."라고 귀띔했다.

사실 세진씨는 이번 대학가요제 출전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집에 있을 땐 컴퓨터 가지고 미디음악을 만드는 것을 취미처럼 해왔던 일이죠. 이번엔 준비를 많이 했던 것도 아니고 공을 많이 들인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고 싶었죠. 그게 이번에 나온 이유예요." 겸손인지 자랑인지 모를 이 말에도 요즘(?) 젊은이다운 자신감이 묻어 나온다.

그가 들고 나온 노래는 'You'll find me'. 세진씨의 설명을 곁들이자면 "세상 사람들 중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했다"고 한다. 굳이 장르를 집어달라 요구하는 이에겐 '모던 록' 정도라는 말로 대신한단다.


세진씨는 한마디로 자칭 반, 타칭 반 '음악매니아'이다. 어려서부터 음악듣기를 좋아하고 노래부르기에 열중했다는 그는 경북대학교 록 동아리 '일렉스(ELECS)'로 대학 속에서 음악을 만났다. 하지만 쉽지만도 않은 길이었다. 여성으로는 일렉스 사상 전무후무한 메인 보컬 자리에 오르기 위해 3전 4기의 오디션을 거쳤던 '고난'(?)의 시간도 있었던 것.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것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벌써 세진씨의 '팬'들은 인터넷에 팬클럽 동호회를 만드는가 하면, 유명세를 치르는 듯 '안티' 동호회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거대 자본에 의한 '획일화된 스타 만들기'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는 내가 만든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죠. 누군가가 만들어준 음악에만 길들여지긴 싫어요. 나의 느낌에 따라서 그 변화에 따른다면 어떤 노래라도 만들고 부를 수 있겠죠."


뿐만 아니라 사회와 이웃을 애써 외면하는 '가벼움에 대한 경고'를 내뱉는 선배들의 충고에도 세진씨의 대답은 분명하다. "분명히 요즘 정치, 사회가 어떤지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나는 나와 관련된 우리의 삶을 노래하고 싶어요. 나의 느낌과 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말이죠."

상업화된다는 일부의 아쉬움 섞인 비판에도 대학인들의 '축제'는 계속되고 있다. 축제의 주인공도 또 다른 얼굴들로 이어지고 있다. 평생 음악인으로 살고 싶다는 세진씨의 꿈이 바래지 않도록 '조심스런'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대학인들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주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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