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의 얼굴이 왜 그 지경이죠?

<동아일보> 이홍우 화백의 '나대로 선생'을 보고

등록 2002.11.04 12:00수정 2002.11.0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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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짐받이에 놓여 있는 동아일보를 발견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시간 때우기에 신문만한 게 있겠습니까. 주인이 따로 없는 걸 확인하고 신문을 집었습니다. 신문을 잡으면 가장 먼저 보는 게 사설과 만화인데 손문상 화백이 동아일보와 결별하고 부산일보로 가는 바람에 동아일보 보는 재미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사설을 다 읽고 만화를, 이홍우 화백의 '나대로 선생'을 찾았습니다. 노무현 후보가 탈당파 의원들을 향해 떠날 사람 떠나라고 호통을 치는 모습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후보의 얼굴이 좀 이상했습니다.

물론 시사만화에서 정치인의 그릴 때 인물의 특징을 두드러져 보이게 그리는 바람에 원래 모습과 조금은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 눈에 봐도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인 줄 쉽게 알 수 있어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노무현 후보의 모습은 너무 심하게 망가져 있었습니다. 울퉁불퉁한 얼굴 형태는 그렇다치고, 처진 눈썹과 굵은 주름도 그냥 웃어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를 바라보는 것인지 알 수 없이 그려진 초점 없는 눈은 화백의 개인감정이 들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이홍우 화백의 그림을 훑어봤습니다.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국민경선 이전에는 그리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아서 그런지 노무현 후보의 그림이 거의 없었습니다.

노무현 후보의 얼굴 변천사
노무현 후보의 얼굴 변천사
경선초기인 3월 15일에 등장한 노무현 후보의 모습이 제가 발견한 첫 모습이었습니다. 그 그림 속의 노무현 후보는 같은 사람이 그렸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노무현 후보의 그림을 몇 개 뽑아 봤습니다.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경선에서 손 떼라"는 발언이 나온 이후부터 지금처럼 표독스러운 표정 내지는 눈이 반쯤 풀린 표정의 모습으로 굳어졌습니다.


조금 부드러워 졌군요
조금 부드러워 졌군요
그에 반해 이회창 후보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변한 게 없었습니다. 안경테가 세모에서 약간 동그란 모습으로 변한 정도입니다.

이홍우 화백이 노무현 후보의 이미지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든 것에 대해 시비 걸지 않겠습니다. 너무 편파적인 것 아니냐고 묻지도 않겠습니다. 나폴레옹의 엘바섬 탈출을 두고 당시 프랑스 언론이 시시각각 그에 대한 묘사를 바꾼 것에 비교하지도 않겠습니다(처음엔 '대역적'이라고 부르다 나폴레옹이 파리에 입성했을 때 '폐하'를 외쳤다는 일화가 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 세 명 중에서 혹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때도 이홍우 화백이 지금의 모습 그대로 그려낼지, 아니면 다시 3월 15일 이전의 모습으로 바꿔 그릴지 그게 궁금합니다. 아니 궁금해 미칠 지경입니다.

자꾸만 대선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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