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나대로 선생'의 처세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말끔하게 바뀐 얼굴

등록 2002.12.21 01:53수정 2002.12.2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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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네 컷 만평 속 ‘남과 여’]라는 기사를 통해 <동아일보>에 실리는 네 컷 만평 ‘나대로 선생’에 등장하는 주부는 항상 커피를 나르는 모습이라고 지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실린 후 ‘나대로 선생’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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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팔에 항상 들려 있었던 쟁반이 사라진 것입니다. 올 한해 만평을 모두 확인해봐도 같은 상황에서 쟁반이 사라진 모습은 그 그림이 유일 했습니다. (<중앙일보>의 만평 ‘왈순아지매’ 역시 지적을 하긴 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쟁반 하나 사라졌습니다 (이후에 다시 부활합니다.)
쟁반 하나 사라졌습니다 (이후에 다시 부활합니다.)
저의 지적에 대해 이홍우 화백이 수긍을 한 것 같아 반가웠고, 이후로도 ‘나대로 선생’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 해 나가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저의 기대를 외면하고 그 다음 만평에서 다시 쟁반이 부활했습니다. ‘커피 나르는 주부’ 이외의 모습이 이홍우 화백에게는 아무래도 어색했었나 봅니다.

쟁반 하나 지우지 못하는 이홍우 화백에게 적잖은 실망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바뀌지 말아야 할 것이 정세에 따라 자꾸만 바뀌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만평에 등장하는 노무현 후보(당시)의 얼굴이 지속적으로 일그러져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대로 선생’이 표현한 노무현 후보의 모습 변화를 지적하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실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동아일보>와의 입장 차이에 따라 만평에 등장하는 노무현 후보의 얼굴이 점점 흉하게 변해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사말미에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면 그림이 또 어떻게 변할 지 궁금하다고 썼습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변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변화
기사가 나간 이후에도 11월 중순, 단일화 협상을 하기 전까지는 노무현 후보의 얼굴이 항상 흉하게 그려졌습니다. 그러다가 단일화 협상이 진전되고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 중 한 사람을 선정해야 할 즈음에 노무현 후보에 대한 묘사가 놀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두 후보 중 누가 이회창 후보의 상대로 유리한가에 대한 판단이 엇갈릴 때였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가 된 이후에, 아니나 다를까 예전의 흉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 되었습니다. 20일자 <동아일보>의 만평 ‘나대로 선생’에 묘사 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모습은 또 다시 달라졌습니다.

대선 전,후의 만평 비교
대선 전,후의 만평 비교
초점 잃었던 눈은 미소를 띠고 있고, 입 주위의 지저분하던 잔털은 말끔히 면도가 되었습니다. 살짝 눌러진 느낌을 주던 얼굴이 조금 길어지면서 한결 균형을 갖춘 모습입니다. 언제부턴가 뾰족해진 입술과 이마의 일자 주름은 변화가 없습니다. (‘나대로 선생’이 경악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말끔하게 변화 된 모습이 또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동아일보의 관계에 따라 면도하지 않고, 눈이 풀린 예전의 흉한 모습을 다시 보게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홍우 화백이 여성에 대한 차별적이며 왜곡된 묘사는 바꾸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같은 모습을 그리면서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묘사는 정세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런 만평으로 독자들의 신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이홍우 화백의 ‘내대로 선생’이 시사만화의 정도를 걷기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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