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만평을 끌어 내려라

[주장] '성 차별' 도를 넘어서고 있는 '나대로 선생'

등록 2007.04.26 02:07수정 2007.04.2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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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신문> 백무현 화백은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풍자한 만평을 그렸다가 '죽음을 희화화'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제가 되었던 만평은 다른 내용으로 교체되었고, 백무현 화백은 공개사과를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신문> 만평은 게재 되지 않고 있다.

백무현 화백의 만평을 오랫동안 지켜 본 사람이라면, 이번 일로 인해 (임시라고는 하지만) 만평이 중단되는 것이 <서울신문>과 독자들에 얼마나 큰 손실인가 하는 것을 느끼고 있으리라.

아무튼 이번 만평을 두고 나온 청와대 홍보 수석의 '외교 문제 비화' 발언이나 타 언론의 호들갑, 누리꾼들의 감정적 반응이 도를 넘긴 했지만, 되레 그런 반응들이 신문의 시사만평 하나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해도 너무하는 <동아일보> 만평 속 '성차별'

백무현 화백의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그는 만평 하나로 인해 게재 중단을 받았지만, 독자들에게 해악이 될 만평을 끊임없이 생산하면서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시사만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동아일보>의 이홍우 화백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만평에서 드러나는 성차별적 요소는 이미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 그의 만평에는 시사문제에 관심 많은 남편과 그 남편에게 늘 커피를 갖다 바치는 아내가 핵심 등장인물로 나온다. <동아일보> 독자들은 늘 반복되는 만평 속 그 모습을 남편과 아내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인식하게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4월 한 달 동안 <동아일보> 만평에 묘사된 남편과 아내의 모습을 비교해 보자.


맨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4월3일자, 4월7일자, 4월4일자, 4월10일자 나대로 선생 중 일부.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대로 선생, 동료와 함께 시사를 논한다.
맨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4월3일자, 4월7일자, 4월4일자, 4월10일자 나대로 선생 중 일부.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대로 선생, 동료와 함께 시사를 논한다.동아PDF
맨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4월9일자, 4월21일자, 4월19일자, 4월14일자 '나대로 선생' 중 일부. 나대로 선생의 다양한 활동상.
맨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4월9일자, 4월21일자, 4월19일자, 4월14일자 '나대로 선생' 중 일부. 나대로 선생의 다양한 활동상.동아PDF
먼저 남편의 모습이다. 동료와 시국을 논하고, 신문과 방송, 심지어 점집에 가서도 정보를 얻고, 정부 부처를 방문하기도 하며, 때론 드러누워 쉬기도 한다.

반면 그의 아내는? 어김없이 커피를 갖다 바친다. 이 장면이 벌써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들의 무의식 속에 이 장면이 보편적인 가정의 일상적인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몇 년째 아내는 커피를 갖다 바친다. 늘 동일한 장면에 대사만 바뀐다. 4월5일자(왼쪽), 4월6일자(오른쪽) '나대로 선생' 중 일부.
몇 년째 아내는 커피를 갖다 바친다. 늘 동일한 장면에 대사만 바뀐다. 4월5일자(왼쪽), 4월6일자(오른쪽) '나대로 선생' 중 일부.동아PDF
몇 번을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는 이 그림을 다시 지적하는 것은 이런 성차별적인 장면의 반복 끝에 4월 24일자 만평과 같은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호통치는 남편, 기 죽은 아내. 성차별의 강도가 세졌다. 4월24일자 '나대로 선생' 중 일부.
호통치는 남편, 기 죽은 아내. 성차별의 강도가 세졌다. 4월24일자 '나대로 선생' 중 일부.동아PDF
늘 갖다 바치는 커피를 받아먹기만 하던 남편이 무릎 꿇고 앉아 커피를 타고 있는 아내에게 버럭 화를 낸다. 화가 잔뜩 난 남편이 손가락질까지 해 가며 고함을 지르고, 아내는 기가 잔뜩 죽은 표정이다. 나중엔 어떤 상황에까지 치닫게 될 지 염려스럽다.


<동아>, 독자들 사고 저급하게 만들 셈인가

네 칸 만화에 시사문제를 발 빠르게 그려내기 위해 등장인물과 구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건 화백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구도가 성차별적이며 버려야 할 구시대적 사고라고 한다면 폐기해야 마땅하다.

글보다 힘이 센 만화를 판매부수나 영향력 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신문에 매일 싣고 있다면 더 더욱 그러하다. 이홍우 화백의 만평이 수많은 <동아일보> 독자의 사고를 저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백무현 화백의 만평을 두고 '죽음에 대한 희화화'라며 분노했던 누리꾼들은 <동아일보> 이홍우 화백이 수년간 이어온 성차별적 만평에 대해서도 분노해야 마땅할 것이다.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출범한 여성부도 이홍우 화백의 만평에 내재된 그 성차별적 요소에 진작 주목하고 수정을 요구했어야 했다.

만화는 힘이 세다. 만화에 시사문제를 담은 시사만평의 영향력은 신문 전체를 뒤덮은 활자보다 더 클 수도 있다. 그렇기에 <동아일보> 이홍우 화백의 만평이 퍼트리고 있는 저 마초이즘을 바로 잡는 게 시급하다. <동아일보> 만평을 끌어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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