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아이들과 함께 개구리를 볼 수있게

등록 2002.11.06 18:12수정 2002.11.0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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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침마다 대문을 열고 출근하려 하면 생각나는 게 있다. 혹여 강물 위에 자갈들이 어렴풋이 보이게끔 얼은 살얼음이 있는지. 살얼음, 살얼음. 얼음이긴 해도 그 말의 분위기는 오히려 되풀이해 볼수록 부드럽게 다가온다. 마치 그 아래 뜨거운 심장이 떨리고 있는 생물들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처럼. 이 추운 겨울 동안에도 강물 속에선 물고기도 느리나마 지느러미를 펄럭일 것이다. 다슬기도 더듬이를 감을 것이고, 개구리 역시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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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그 중 개구리라면, 아마 시골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한 겨울 양손을 비벼 가며 돌멩이를 들쳐 찾아보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와, 잡았다!.' 소리가 난다. 그러면 바로 동네의 지기들과 형, 누나들과 대번에 강둑에서 군불을 지피고 솔솔 익혀 가며 잡은 개구리를 손바닥에 놓고 후후 분다. 도시 토박이 분들이라면 조금 엽기적이기까지 할 풍경이지만, 그래도 너 한 입, 나도 한 입, 한 입씩 전해지는 따스한 정이다. 이것은 힘든 요즘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잊기 싫은 고향의 기억이다.

그러나 그런 추억 속의 개구리는 정말 도시에 살던, 시골에 살던, 이젠 추억이 되어 버렸다. 이젠 정말 오지, 골짜기에서도 개구리는 보기 힘들어졌다. 바로 옛 추억을 다시금 되새기고 싶으신 분들, 몸에 좋다면 뭐든지 잡아드시는 분들의 남획 때문에. '이제 물이 올랐겠구나 녀석들...' 하고 생각하면 바로 지렛대와 반도, 주전자를 들고 출동하시는 분들. 따스한 옛 추억을 잃기 싫으시다 면서 본인들도 모르게 개구리를 죽인다. 스스로 추억을 지우고 있다.

작년 겨울, 서울에서 내려온 5촌 질녀들과 자연 학습 차 강가에 나가 보았다. 동물들이 겨울잠을 어떻게 자느냐가 숙제였다. 대번에 사명감이 발동했다. 추위에 발발 떠는 녀석들에게 개구리 한번 보여주려고 몇 시간이나 돌을 헤집었는지 모른다. '어라, 저작년엔 분명 있었는데...'

그 시절 그 향수를 다시금 느끼고 싶은 어른들. 추억은 추억 자체로 어렴풋한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힘들고 지칠 때마다 언제나 상상해 보면 따뜻한 기억. 그것만으로 순수한 가치를 지니는 게 추억인 것 같다. 몸에 좋다면 뭐든지 자시는 분들. 개구리보다는 인간이 훨씬 균형 있는 영양을 섭취한다. (요즘 개구리 실제 비쩍 말랐다. 환경오염으로 먹이가 준 탓이다.) 어디든 가면 음식 천진데, 아마 개구리들은 우리네들이 먹는 것을 보기만 해도 배부를 것이다.

그분들은 다음 세대를 생각해야할 의무가 있다. TV유치원을 열심히 보면서 '개구리는 어디서 나올까요? ' 하는 누나의 물음에 '올챙이요~' 하고 대답하는 아이들. 개구리알-올챙이-개구리 만 아는 아이들에게도 개구리가 검은색, 흰색 돌 중 어느 돌 밑에 많이 사는지 알 권리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커서 삶이 힘들 때, TV화면 속 개구리 그림만 생각난다면 얼마나 서글플까? 제발 올 겨울에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개구리 잡아먹으러 고향에 갈 생각은 하지 말자. 아이들과 부모들이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가족의 풍경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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