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4년만에 '운동권 총학' 당선

총장 비리 등 학교측과 충돌 불가피

등록 2002.11.07 19:08수정 2002.11.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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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본관 -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운동권 후보가 4년만에 선출됨에 따라 계명대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계명대 본관 -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운동권 후보가 4년만에 선출됨에 따라 계명대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승욱
최근 대구지역 한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서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오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대구 계명대학교는 2003년도 총학생회 선거를 치렀다. 총학생회 선거결과 소위 '운동권' 학생회인 NL계열 후보가 비운동권 후보를 231표 차이로 누르고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날 치러진 총학생회 선거에서 총 투표자 8906명(투표율 48.6%) 중 기호 2번(운동권) 최용석 후보는 4317표(48.5%)를 얻었던 것에 반해 기호 1번(비운동권) 현명원 후보는 4086표(45.9%)를 얻는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계명대 총학생회는 지난 99년부터 내리 비운동권 후보가 선출된 후 4년만에 운동권 후보가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물론 한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결과는 매년 학교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거리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이번 계명대 총학생회 선거결과가 세간의 주목을 끄는 이유는 계명대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성이 있다.

지난 1954년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된 계명대는 최근까지도 각종 법정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현 신일희 총장 등 학교법인 경북기독학원과 애당초 설립권을 주장하는 경북노회 등과의 마찰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현 총장직을 맡고 있는 신 총장에 대한 대내외의 비판도 높다. 교수협의회와 학생, 시민단체 등은 "신 총장이 학교를 사유화하기 위해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며 신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신 총장은 지난 78년부터 82년까지 초대 총장직을 수행한 데 이어 88년부터 4-7대에 걸쳐 14년간 총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특히 교수협의회 측은 지난 2000년 "신 총장이 지난 94년부터 계명기독학원 이사로 재직하며 자신의 부친을 학교 직제에 없는 명예총장으로 추대해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1억여원을 부당 지급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이것이 검찰 수사와 법정문제로 비화된 바가 있다. 결국 항소심에서 신 총장과 재단 관계자는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신 총장을 비판하는 일부 교수에 대한 재임용탈락으로 시비가 발생하는가 하면 비리사건에 연루된 문희갑 전 대구시장과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의 동생인 회성씨를 특임교수로 채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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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지난 99년도 총학생회 선거에서 비운동권 학생이 총학생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래 비운동권 학생들에 대해 학교측에서 비호·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2002년도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비운동권 학생들이 운동권 후보 선거운동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측이 수수방관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내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었음에도 학생들의 문제제기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계명대 학생들은 지난 99년부터 비운동권 학생회가 운영됨에 따라 사실상 학교측에 대한 반발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동제 등 보여주기식 사업에 치중해 사실상 학교 본관과 마찰을 빚는 일에 대해서는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 운동권 후보가 당선됨에 신 총장의 장기집권과 비리문제 등을 둘러싸고 내년부터 학내 마찰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계명대의 한 운동권 학생은 "비운동권 학생들이 지난 4년 동안 학생회를 운영했지만 학내 각종 현안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 하면서 학우들 사이에서도 운동권 학생회가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총학생회 선거에 승리해 활동 공간이 생긴 만큼 등록금 문제 등 학우들의 기본적인 문제부터 거론하면서 근본적으로는 신 총장의 문제까지 학우들의 힘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계명대 모순은 신 총장 문제에서 비롯"
<인터뷰> 계명대 총학선거 당선자 최용석(사학과 98학번) 후보

▲ 최용석 계명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 4년만에 선거에서 승리했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떨린다는 느낌보다 자신감 있게 학우들을 믿었고 막상 투표 당일에는 학교측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과가 나올 때 약간 떨리긴 했지만 지금은 무덤덤하다."

- 학교 상황을 봤을 때 이번 선거 역시 쉽지만은 않았을 것인데.
"선거과정 내내 조심해서 이번에는 꼭 투표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거운동을 해왔다. 혹시 트집 잡힐지도 몰라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도 자제했다. 학우들은 (운동권 학생회가) 매년 선거에서 떨어지니 안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생각도 하는 것 같았지만 힘 빠지기보다는 학우들에게 한발 더 앞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 선거 과정동안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학우들은 직접 행동으로 나서기보다는 온라인 상에서 비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지난 4년 동안 비운동권 총학생회에서 학우들을 무시하고 기만해왔다는 생각은 많았다. 다시금 학생회다운 학생회로 부활을 시켜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다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학생들은 이젠 운동권 학생회를 더욱 원하고 있다. 당장 등록금 문제를 두고 보더라도 지난 4년 동안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힘을 모아보는 일도 하지 못했다. 주위 학교에서 등록금 문제에 학우들의 힘을 모아 해결을 한 데 비해 우리학교는 학우들의 입에서 '왜 학생회가 하지 않느냐'는 말들이 터져 나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 선거동안 중점을 둔 부분은?
"총학생회를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 줄 수 있도록, 그리고 학생들을 대변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일반 학생들 400명을 고문단으로 위촉해 학생회 수행을 감시하는 '공약 2% 배심원제'나 폭넓은 학우들의 의견을 받을 수 있는 '이동학생회 멋진 만남' 같은 공약에 중점을 뒀다."

- 계명대는 학내 논란이 많았다. 특히 신일희 총장과 관련한 문제도 그런데.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계명대학교 내의 모순은 근본적으로 신일희 총장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총장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학교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 회장 당선 후 교수협의회와 오간 이야기는?
"교수협의회 등과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은 없다. 내년만큼은 학교 내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교수님들과 획기적인 접근을 해볼 수 있는 해로 만들자는 이야기 정도는 했다."

- 타 대학의 경우 운동권 학생회에 대한 비판도 많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젠 학우들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학교외 문제도 놓칠 순 없지만 우선 학교 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학자투쟁에 더 신경을 쓰면서 학교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학우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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