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당 '깃발', 대구에 처음 꽂던 날

8일 대구 수성을·북구을 창당대회... 지역에서 본격 활동 다짐

등록 2002.11.11 11:38수정 2002.11.1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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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개혁국민정당 대구수성을 지구당 창당을 선언합니다. 재청입니까?"-"재청입니다."
"삼청입니까?"-"삼청입니다."
"이의 없습니까?"-"없심더∼"(좌중에 웃음)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에서 첫 개혁국민정당(이하 개혁당) 지구당이 창당되는 순간이었다. 지구당 창당대회에 참석하는 이들의 얼굴에서 '비장함'만큼 '즐거움'도 배어나오고 있었다.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인터넷정당' 개혁국민정당 수성을 지구당 창당대회가 지난 8일 오후 대구 수성구 한 음식점에서 열렸다. 이로써 개혁당은 대구에서도 첫 깃발을 꽂은 셈이다.

이날 수성을 창당대회에는 수성을 지역에 거주하는 지구당 발기인 중 30여명이 참석했다. 그들은 20대의 대학생부터 40대의 자영업자까지 연령도 직업도 다양한 이들이었다. 정치와는 무관해 보였던 '평범한' 시민들이란 점과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마음은 예외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여느 기존정당의 창당대회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10평 남짓한 음식점 귀퉁이 방에서 30명이 안팎의 이들이 모여 연 창당대회는 대중집회를 연상케 하는 기존 정당행사와는 달랐다. 하지만 이들은 '미니' 정당이라고 우습게 보지는 말아달라고 주문한다.

이날 지구당 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된 김태한 위원장은 "우리 개혁당은 단순히 대선만을 겨냥해 급조된 정당이 아니라 장기적인 정치개혁이라는 비전을 가진 정당"이라며 "지금 숫자는 적지만 정치개혁에 대한 꿈과 열정은 어느 누구보다 높다"고 말했다.

또 "지금 공식 발기인은 86명이지만 앞으로 860명으로 8600명으로 당원들이 더 모여들 것이며 이는 우리 발기인들의 얼굴에서, 행동에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동안 인터넷(www.vision2002.org)을 통해 진행된 지구당 위원장 선출투표에서 총 86명의 발기인 중 43명이 투표해 찬성 42표를 얻어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대구는 척박한 땅... 절망적이었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들이 정치적인 보수색채를 짙게 지니고 있는 대구 땅에서 개혁당의 깃발을 꽂은 것은 그들의 말처럼 "대구는 척박한 땅이라 거의 절망적이었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됐다. 보수일색을 지닌 이곳에서 개혁당의 실험적인 생활 정치 실현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날 지구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발기인 최정돈(46. ID:cjd56)씨는 "앞으로 기존 정당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당은 바로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말하는 개혁당의 장점은 무엇보다 돈에 기울어진 기존 정당의 당원들과 자신들은 다르다는 것. 매월 납입하는 당비에서뿐만 아니라 각 행사에 드는 비용까지 당원들이 갹출하는 것은 그 반증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에서 소외돼 있던 일반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친구에 손에 이끌려 이날 지구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정향임(41. 달서구 거주)씨는 "정치판이 일부 잘 나가는 이들이나 특별한 사람들이 만들어 왔던 것에 비해 개혁당은 평범한 시민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무척 친근하고 신선한 같다"면서 "만약 이렇게만 된다면 정치개혁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정씨는 곧 달서구 위원회로 등록해 개혁당의 일원으로 참석하고 싶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개혁당에 대한 여성들의 기대도 남다르다. 시를 쓰고 있다는 고희임(43. ID:heelm)씨는 "지금까지 정당은 선거 때만 되면 여성문제에 신경을 쓰고 실제로는 소홀히 해왔다"고 말하고 "하지만 개혁당은 여성위원회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실제 당 운영에서도 아예 여성에 대한 할당을 못을 박아 여성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느냐"고 자랑했다.

개혁당 당원으로 활동하다 보면 웃지 못할 일도 있다고 한다. 남구에 사는 조현정(42. ID:모란봉38)씨는 "친구들과 술자리가 있어 이야기하다보면 '개혁당? 그거 정몽준 당 아니냐'는 말을 듣기 일쑤다"고 말했다. 조씨는 "사람들의 오해를 없애는데 신경을 써야 하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해볼까지는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개혁당? 정몽준 당 아니냐?" 웃지 못할 일도...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날 창당대회에서 발기인 중 최연소자로 참석한 손관영(금오공대 '02학번. ID:sky0215)씨도 개혁당에 열성적인 지지자다. 손씨는 "때로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담감이 없고 편하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대부분이 보수적이기보다는 열린 분들이라 마음이 편해 참여도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같은 젊은이들에게도 한마디를 건넸다. 손씨는 "흔히들 젊은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하지만, 사회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개혁당으로 열심히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현재 대구지역은 이날 수성을 지구당 창당과 함께 북구을 지구당(위원장 이용재)도 별도의 창당대회를 가지고 활동에 들어갔다. 개혁당은 대구에서 이외에도 달서구, 남구, 동구 등지에서 지역위원회를 만들고 각 지구당 창당대회를 준비중에 있다. 또 시지부 건설과 관련해서도 한창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순조롭게 보이는 개혁당의 대구에서 뿌리내리기도 쉽지만은 않다. 우선 한나라당 강세라는 지역정서에 반해서 활동을 한다는 부담감이다. 또한 투표 참여율 등에서 보이듯 당원들이 대부분 평범한 생활인인데다 온라인 상에서 활동에 익숙해 오프라인 공간참여에는 '인색'(?)하다는 점도 어려움 중에 하나이다.

개혁당 대구시준비위 한 관계자는 "당원들이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은 별반 틀리지 않지만, 기존 정당활동이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다 보니 실제 부담감을 가지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첫 걸음이 작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두들 자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리는 정치개혁을 바라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 정치권보다 더 뛰어난 부분 중 한가지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는 길은 발전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제 개혁당의 발걸음을 떼는 첫 길이 아닌가. 쉽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음식점 바깥으로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깊어 가는 밤, 개혁당 수성을 지구당 발기인들의 술잔이 부딪고 있었다. 기존정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이 길이 과연 차가운 바람을 밀어젖힐 수 있을까.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한 개혁당원의 선창으로 지구당 창당대회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었다. "...오늘 우리 가는 이 길은 뒷사람의 이-정표 / 그대 위한 일편단심 누구인들 두려우랴 / 새-벽별 바라보며 달-려라 개혁당..."
개혁당을 꿈꾸는 그들의 도전이 과연 무엇을 남길지 궁금해진다.

"자발적인 당원의 참여... 발전가능성 충분하다"
[인터뷰] 개혁당 대구 수성을 지구당 김태한 위원장

-지구당 위원장으로 선출된 소감은.
"원래 정당 경험이 없었다. 다만 건강한 분들과 함께 대선 뿐만 아니라 2004년 총선을 바라보며 열심히 뿌리내리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기존의 패거리 정당을 극복하고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마음이다."

-지구당 운영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무시 못할 것 같다.
"욕심을 두지 않고 현실에 맞게끔 할 생각이다. 우린 돈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당비로만 움직이다 보니깐 사무실이나 연락소 정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무리하게 운영을 할 생각은 없다."

- 다른 정당에 비해 개혁당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한나라당이 200만 당원, 민주당은 180만 당원을 자랑하고 떠든다. 하지만 이중 당비를 내는 당원은 1만명 수준이라고 한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는 기존 정당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86명이라는 수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기존 정치보다 더 뛰어난 것 아닌가. 현재 우리는 이제 출발선에 있다. 발전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 대구는 정치적으로 보수색채가 짙다.
"대구지역에서 한나라당을 제외하고는 정당활동을 하는게 다 어려움이 현실이다. 기존 정당에 비해 특정 정치스타도 없고, 후원금도 없다. 결국 대구시민들에게 뿌리를 어떻게 내리는가에 달려 있다. 후세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주민들의 삶속에서부터 시작하는 생활정치를 실현하고 싶다."

- 2004년 국회의원 선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은 출마할 의사가 있나.
"기존 정당은 지구당 위원장이 중앙당의 공천을 받아 선거에 나간다. 하지만 개혁당은 공직선거에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사를 받고 당원들의 투표를 통해 출마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보다 더 왕성한 활동과 적합한 인물이 있다면 그 분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나."

-현재 지구당 활동 계획은?
"아직 구체화 된 것은 없고 우선 대선 참여가 중심부분이겠지만 그 이후에는 생활정치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다. 당원들의 의견도 소중히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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