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아침 식사를 하다 철거반이 들어오고 있다는 비상연락을 받았다석희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한환경개발(주) 철거반이 개운산 삼거리와 고려대병원 후문에 각각 인력과 장비를 배치한 뒤 오전 9시43분경 개운산 삼거리에 배치되어 있던 포크레인을 안암철대위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진입로에 미리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대기하고 있던 빈민해방철거민연대 소속 회원과 학생 등 100여명은 구호를 외치며 맞섰으며 순간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빈민해방철거민연대 소속 회원 등이 "용역깡패 옹호하는 성북경찰서 자폭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투쟁노래를 부르며 거세게 저항하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신한환경개발(주) 김달수 전무는 안암철대위측에 대화를 제의하고 협상에 나섰다.
빈민해방철거민연대 정성래 상임의장과 김달수 전무는 미리 와있던 언론사 취재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시간 동안 담판을 벌인 끝에 신한환경개발(주) 철거반과 장비를 모두 철수하기로 합의하고 오전 11시경에 장비 일체와 인력을 철수시켰다.
이곳에서는 지난 7월 9일 새벽 경찰 7개 중대 1천여명의 병력이 주변을 에워싼 가운데 신한환경개발(주) 철거반 3백명을 동원한 철거과정에서 주민 15명과 고려대생 2명이 철거반의 무차별적인 집단 구타와 낫, 곡괭이, 쇠파이프, 해머 등의 흉기에 의해 머리가 깨지고 발등이 찍혀 실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날 이후 집과 가재도구마저 다 잃어버려 142일째 천막에서 노숙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안암철대위 9세대 주민 28명은 그간 구속 2명, 수배 1명의 대가를 치러야 했으며, 부상을 입은 주민들은 치료를 위해 30만원에서 최고 1500만원의 병원비를 지출했다.
대부분 막노동 등 하루 벌어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겨울 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형벌은 지난 봄부터 생계비와 병원비 등으로 각 세대당 2천만원 이상의 카드 빚이나 은행 대출을 통한 부채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