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사령관도 이 땅 떠나라!

여중생 압사사고 두 미군 병사의 '무죄출국'을 바라보며

등록 2002.11.26 01:10수정 2002.11.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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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8군 군사법원은 미군 장갑차의 우리 여중생 압사사고와 관련하여, 20일 장갑차 관제병에게 무죄를 선고한데 이어 22일에는 운전병에게도 무죄를 선고하며 재판을 끝냈다. 사전에 치밀하게 짜인 각본에 따라 저희들끼리 주고받으며 북치고 장구치더니 기만적 재판을 끝내버렸다.

그 재판에서 무슨 기대를 크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설마 죽은 사람이 둘이나 되는 사고에 가해자가 무죄라고 선고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이 땅에서 벌어졌다. 사람을 둘이나 참혹하게 깔아 죽이고도 가해자가 무죄가 되는 세계사에 전무후무할 기록이 우리나라에서 주한미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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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세계의 군사법원이며 민간법정이며 할 것 없이 모든 법원은 유사한 사고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뒤적일 것이다. 노벨상도 못 받던 차에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재판이 끝난 후 미8군사령관 찰스 캠벨은 "30년간 미국 군사법 체계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볼 때 공정하고 편견 없는 재판이었다. 시민단체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이 시위를 하기로 선택한다면 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법을 위반하는 폭력적 시위를 묵인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다.

이거야말로 캠벨이 제 정신으로 그 말을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판이 공정했다니? 미군들끼리 검사 변호사 배심원까지 다 해놓고 재판이 공정했고 편견이 없었다? 기가 막혀 말이 다 안 나온다.

만일 우리나라 사람이 트럭을 몰고 가다 주한미군을 치어 죽였는데 우리 법원에서 "죄는 브레이크에 있으니 브레이크에게 가서 알아 보라"며 "무죄"라고 선고한다면 캠벨, 그대는 한국재판이 공정하고 편견없는 재판이었다며 승복하겠는가? 그렇다면 앞으로 죽어야 할 주한미군이 수도 없이 나올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과실치사 사건을 그렇게 재판하나? 우리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기에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인가. 우리 국민이 그렇게도 만만히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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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 서울 세종로 미 대사관 앞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펼치고 있는 필자. ⓒ 대자보

그의 말에는 오만이 철철 배어있다. "그러면 너희들이 어쩔건데? 시위? 할테면 해봐라. 너희 경찰이 다 알아서 처리해 줄텐데?"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총독이 주둔지 신민들에게 말하듯 하고있다. 그러면서 은근히 우리 사법당국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

"한국 정부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법을 위반하는 폭력적 시위를 묵인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뻔뻔스럽기 짝이 없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 것 정도가 아닌, 생명을 앗아간 미군에 대해 묵인한 저들이 우리 정부에다 대고 하는 말이다.

그러더니 그 엉터리 재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주한미군 병사는 우리나라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저희들 목숨은 아까운 모양이다. 우리 국민의 분노를 그렇게 해서 삭혀보려는 미군의 얄팍한 속셈이 보인다. 그런 엉터리 재판으로 끝을 냈다고, 그 범죄자가 이 땅을 떠난다고 미군의 죄가 없어지거나 우리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을 거라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미선이와 효순이는 나에겐 당대의 사람이다. 수억만년 지속될 시간의 한점에 같이 놓여있던 생명체였다. 그 억울한 죽음을 이렇듯 허무하게 매듭짓는다면 이 시대를 같이 산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나중에 무슨 말을 할 것이며, 무슨 면목으로 그들을 본단 말인가. 이대로 넘어갈 순 없다.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심장을 파편낼 듯한데, 역류하는 피를 다스릴 재간이 없다. 손이 부르르 떨리고 눈엔 헛것이 보이면서 순간순간 뇌기능이 등화관제 훈련을 하는 듯하다.

찰스 캠벨은 답하라. 주한미군인 것이 자랑스럽다던 그 군인을 왜 떠나보내려 하는지. 그 자랑스럽다던 주한미군을 전출보내려 한다면 이 땅의 주인으로서 명한다. 찰스 캠벨, 그대도 이 땅을 떠나라. 더 이상 그대가, 그리고 주한미군이 이 땅에서 식민지 총독인양, 점령군인양 하는 꼴을 도저히 보아줄 수가 없다.

이제 그만 떠나라. 더 이상 그대들의 이름도 면상도 족적도 이 땅에 남기지 말고 떠나라. 우리는 주한미군의 종이 아니다. 죽여놓고도 죄가 없다 할 수 있는 노비가 아니다.

나는 남의 땅에 와서도 못된 주인 행세를 하는 그대들 주한미군의 이 오만과 버르장머리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힘이 없어 그대들에게 무릎꿇려 사과를 강제하지는 못할지라도 가슴 깊이 그대들의 악행을 잊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아들들에게 두고두고 얘기하여 전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대자보>와 하니리포터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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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철 기자는 카이스트의 감사와 연구교수를 지냈습니다. 친일청산에 관심이 많아 오래 민족문제연구소 지부장을 지내고, 운영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지금은 장준하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장준하부활시민연대'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출강하면서 '코칭으로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와 '에듀코칭'을 통한 학교교육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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