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미군 살인자 처벌" 한 목소리

금남로서 '부시 화형식' ... 3일부터 농성, 반미시위 확산

등록 2002.12.01 00:08수정 2002.12.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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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중대회 참석자들이 부시를 본뜬 조형물을 화형시키며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민중대회 참석자들이 부시를 본뜬 조형물을 화형시키며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 <전라도닷컴> 제공

30일 오후 2시 500여명의 노동자,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광주전남민중대회는 여중생 사건과 관련 "부시의 직접사과"와 "살인자 처벌"을 요구하는 성난 함성으로 가득했다.

단상에는 "우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두 여중생의 영정과 현장사진을 내 걸어 이번 대회가 갖는 '반미'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냈다.

광주를 방문해 민중대회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광주민중항쟁 뒤에는 미국이 있다"며 "솔리건 소장의 발언은 미국이 스스로 침략자라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회창후보나 노무현후보가 부시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주권국가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며 "주권국가의 대통령이 아니면 꼭두각시 대통령에 불과하다"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날 대회사에 나선 김정길 광주전남민중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한칠레자유무역협정으로 농민들은 이제 더 이상 갈 곳 없다"며 정부의 농업정책을 규탄했다.

오종렬 전국민중연대 상임의장은 "효선이와 미선이를 54톤짜리 장갑차로 깔아 죽인 저 미군의 만행이 침략자의 본 모습"이라면서 "오늘 광주에서 반미의 횃불이 오르고 있음을 고한다"고 강조했다.

a 대회를 마친 이들은 금남로1가 까지 거리행진를 했다.

대회를 마친 이들은 금남로1가 까지 거리행진를 했다. ⓒ <전라도닷컴> 제공

대회에 앞서 학생들은 부시를 본뜬 '허수아비'를 경찰이 탈취한 것을 두고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30여분간 반환을 요구하다 "어느 나라 경찰이냐"며 광주역전 파출소를 향해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부시와 장갑차를 본뜬 조형물 화형식을 끝으로 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살인미군 처벌"과 "한미행정협정 개정"을 외치며 대인광장을 거쳐 금남로 전남도청 앞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특히 행진대열 맨 앞에는 대학생 10여명이 나란히 하얀 소복을 입고 참가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무슨 일이냐?"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도지부 앞에서는 경찰과 격한 몸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보수정치'를 규탄하는 화형식도 진행했다.

이들이 금남로 외환은행 앞까지 도착하자 경찰이 가로막았지만, 시위대와의 격한 몸싸움 끝에 경찰이 물러나 왕복 6차선 도로는 완전 집회대열이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 참석자는 "시위대열이 도청 직전까지 진출하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a 집회 도중 경찰과 참석자들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있었다.

집회 도중 경찰과 참석자들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있었다. ⓒ <전라도닷컴> 제공

이날 경찰은 무죄판결에 대한 시민들의 반미감정을 감안해서인지 적극적으로 해산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참석자들은 시민규탄대회를 갖고 미군을 상징하는 상여에 화형식을 끝으로 이날 집회를 마무리했다.

앞서 광주우체국 앞에서 진행된 무죄판결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에는 시민들의 참여가 줄을 이어 고조된 반미감정을 반증했다. 두 여중생의 처참한 사진 앞에서 발길을 멈춘 시민들이 많았고, 부시와 장갑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이날 서명에는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의 참여가 눈에 띄게 많았다.

김정길 상임공동대표는 "막바지에 몰린 농민·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가 미군의 무죄 판결과 마주쳤다"며 "반미정서는 이제 질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이날 대회를 평가했다.

이신 '여중생사건 광주대책위' 실행위원장도 "비록 엉터리 사과이지만, 57년만에 미국의 사과를 받아낸 것은 한미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군의 무죄판결에 대한 광주지역 항의시위는 계속 확산될 분위기다. 오는 12월 3일 11시 전남도청 앞에서는 시민사회단체 대표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미국 백악관 항의시위에 맞춰 3일부터는 거점농성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a 부시의 사과, 소파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다.

부시의 사과, 소파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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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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