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은 노조비판 기사 생산 기지"
대한상의서 거액 받고 기획기사 연재

'한국은 노조공화국인가' 논란...양대 노조· 언론단체 등 반발

등록 2002.12.03 10:10수정 2002.12.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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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일자 <노동일보> 기사

2일자 <노동일보> 기사

편당 수 백만원대의 거액 협찬금을 받고 쓴 <매일경제>의 기획기사 '한국은 노조공화국인가'가 말썽이다. 이 기획은 총 11편이 연재될 예정이어서 추산하면 무려 1억원 규모에 달하는 '고액의 고료'를 받고 쓰여지는 셈이다.

문제는 <매경>이 노조를 비판한 기획물을 내보내면서 기업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대한상공회의소(의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로부터 협찬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언론계에선 더러 기업체의 협찬을 받아 기획물을 보도해 온 사례가 있긴 하나 이해 당사자로부터 금품지원을 받는 것을 금기시 해왔다.

이번 <매경>의 노조 비판 기획물에 대해 양대 노총이 반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그러면 우리가 협찬하면 노조에 유리한 기사를 써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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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산업평화' 기획물로 알고 협찬했다"

지난 26일부터 <매경>이 기획연재하고 있는 '한국은 노조공화국인가' 기사가 양대노총에 의해 '노조 매도성' 기사라고 비난받고 있는 가운데, 이 기사가 재계 쪽인 대한상공회의소의 돈을 받고 쓰여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2일 <노동일보>에 의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양대노총은 매경을 "재벌의 주문을 받아 기사를 생산하는 기지"라고 비난한 뒤 지난번 1차 규탄대회에 이어 2일 다시 <매일경제> 사옥 앞에서 2차 규탄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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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는 노조 탄압지?


<노동일보>는 <매경>에 대한 협찬금 지원과 관련, 지난 29일 대한상의의 고위관계자가 "매일경제가 산업평화와 평화적인 노사관계의 정착을 위한 기사를 기획한다고 해 협찬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노동일보>는 "얼마를 주었냐"는 물음에 이 관계자가 "그간 경제관련 세미나 등을 진행할 경우 경제지별로 돌아가면서 전면기사를 작성하고 1000만원 안팎의 금액을 협찬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일보>의 보도로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양대 노총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매경을 "재벌의 앞잡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a 양대노총은 지난 28일(목)에 이어 2일 오후 12시부터 <매일경제> 사옥 앞에서 양대노총 소속 조합원 70여명이 모여 2차 '매일경제 규탄대회'를 열었다.

양대노총은 지난 28일(목)에 이어 2일 오후 12시부터 <매일경제> 사옥 앞에서 양대노총 소속 조합원 70여명이 모여 2차 '매일경제 규탄대회'를 열었다. ⓒ 송정근

민주노총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 2월 매일경제 기자들이 수지김 살해범 윤태식으로부터 거액의 주식을 받고 윤씨가 원하는 거짓기사를 써줬다 구속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패스21사건'에 버금가는 제2의 '재계-매일경제 유착비리"라고 규정한 뒤 <매경>의 언론윤리 회복을 촉구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매경> 쪽에 △노조 비방기사를 실어주는 대가로 대한상의 등 재계로부터 받은 자금액수를 투명하게 밝힐 것 △노조를 비방하는 '노조공화국' 연재를 즉각 중단할 것 △언론윤리를 짓밟고 독자를 우롱한 데에 대해 장대환 사장이 지면으로 직접 사과할 것 △노조운동의 명예회복을 위해 똑같은 지면과 연재회수만큼 양대노총의 반론문을 실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매경>이 이같은 요구를 거부한다면 △재벌 앞잡이 매일경제 규탄대회 △명예훼손에 대한 민형사 소송 △불매운동 △언론개혁단체들과 함께 하는 매일경제 언론윤리회복운동 등을 강력히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에 대해 "매일경제는 재벌의 '홍보지'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보냈다.

한국노총은 "사용자단체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았다는 것은 처음부터 기사의 내용이 불순한 의도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쓰여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언론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포기한 것"이라면서 "매일경제는 사용자 단체의 '기관지 역할'과 자본가의 '나팔수 역할'을 중단하고 보다 균형된 시각으로 공정하게 보도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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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환

한편, 양대노총은 지난 28일(목)에 이어 2일 오후 12시부터 <매경> 사옥 앞에서 양대노총 소속 조합원 70여명이 모여 2차 '매일경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규탄대회에서는 <매경>에 협찬금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현 두산중공업 회장)의 노조탄압 사례가 기획기사 안에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강하게 부각됐다.

이재웅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매일경제가 공정성을 위해 '오너(기업주)의 노조인식의 문제점'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했다면 노조인식에 가장 문제점이 있는 박용성 회장의 노동탄압 사례가 기사에 등장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매일경제가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썼기 때문에 산별노조 원천 거부, 대기업 사상 최초의 단체협약 일방해지, 대규모 손해배상 가압류 등의 박 회장 노조탄압 사례가 기사에서 모조리 빠졌다"며 매일경제와 대한상공회의소의 유착관계를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이들은 <매경>이 바람직한 노사관계로 삼성의 무노조를 사례로 든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경>은 2일 오너들의 노조탄압 사례를 제시한 뒤 "최고 임금과 공정인사 때문에 삼성에는 노조가 없다"는 논조로 기사를 내 보냈다.

a 기자회견이 끝난 후 조합원들은 미리 준비해온 계란을 <매일경제> 사옥으로 던졌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조합원들은 미리 준비해온 계란을 <매일경제> 사옥으로 던졌다. ⓒ 송정근

이에 대해 최재기 민주노총 조직1국장은 "삼성이 무노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조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인권을 어떻게 짓밟고 있는 지를 이 기사는 외면하고 있다"면서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으면 삼성은 입사시 보증을 섰던 친인척들을 다 불러들이고 경비업체인 에스원을 동원해 1년 365일 미행하고 납치 감금하는 행위들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경>이 삼성의 무노조를 모범사례로 선정한 것은 결국 노조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언론노조도 동참해 족벌언론의 폐해가 이런 사건을 가능하게 했다며 비난의 화살을 매일경제 장대환 사장에게 돌렸다.

전영일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런 기획물은 일선 기자들이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족벌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고 노동자가 부속품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매일경제가 경제지의 조선일보로 타락하기 전에 매일경제 노동자들과 함께 고민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조합원들은 미리 준비해온 계란을 <매경> 사옥으로 던지고 집회를 정리했다.

이와관련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매일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지에도 관행처럼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은 경제지가 언론이기를 포기하고 재벌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언론사가 지난해 이뤄졌던 낮은 단계의 언론개혁에 강하게 반발한 이유가 바로 정-경,권-언유착에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상의에서 '주제좋다'며 협찬금 줬다"
<매경> 강영철 경제부장 인터뷰

<매경>의 강영철 경제부장은 상공회의소의 협찬금과 관련 "기사를 쓰는 대가로 받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언론사 관행상 사회적 이슈에 대해 신문사와 기업이나, 정부기관, 정계단체 공동으로 기획기사를 만들 수가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노사관계를 다루는데 있어서 재계 쪽에 돈을 받는다는 것은 공정성 시비가 일 소지가 있는데?
"노사관계를 다루는 기사를 쓰는데 있어서 경총에게 돈을 받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대한상공회의소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얼마 받았나?
"노동일보 기사에 난 것(1회당 1000만원)보다는 적게 받았다."

-보통 언론사에서는 공동기획기사를 작성하면 파트너를 밝히는 것이 보통인데"
"밝힐 수도 있고 안 밝힐 수 있기 때문에 안 밝혔다."

-누가 먼저 제안을 했나?
"우리 회사에서 먼저 제안을 했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제가 좋다고 판단해 협찬금을 줬다."

한편 <매경>의 황대진 기자(담당기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나"라는 질문에 "전혀 몰랐다"면서 편파성 시비와 관련 "전시리즈 11회까지 보고 판단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경은 이번 기획취재를 위해 세 명의 특별팀을 구성해 미국, 유럽각국, 일본 등 해외의 10여개 기업과 노동단체를 현지 답사하고 전국의 20여 개의 기업과 노조를 상대로 지난 2개월 동안 광범위하게 누비고 다녔다. / 임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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