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보건의료노조 파업

성탄절 앞두고 끝없는 신경전.. 노사 양측 "제갈길 가겠다"

등록 2002.12.06 01:57수정 2002.12.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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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시작된 가톨릭중앙의료원 등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차수련) 파업이 노사간의 불신으로 미증유의 장기파업사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석달째 천막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병원노동자들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가톨릭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5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는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500여명이 참여했다석희열
전국 7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직권중재제도철폐와 보건의료노조 장기파업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5일 저녁 명동성당 들머리 언덕 돌계단에서 병원파업 200일 기념집회와 12월 겨울투쟁 선포식을 열고 장기파업사태의 빠른 해결을 바라는 성탄절 트리 점등식을 가졌다.

이날 집회에서 유덕상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연대사를 통해 "성탄절을 며칠 앞둔 명동성당에서 성탄절 트리 점등식을 갖게 되니 감회가 참 묘하고 새롭다"고 말문을 연 뒤 "지난했던 200일간의 고통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그러나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며 민주노총이 늘 함께 할 것"이라고 연대를 다짐했다.

최희선 성모병원노조 지부장 직무대행은 투쟁사에서 "저들이 우리를 아무리 탄압하고 짓밟아도 승리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며 기필코 이곳을 지켜낼 것"이라며 "그 잘난 가톨릭의 입에서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거짓된 말이 다시는 나오지 못하도록 승리로 화답하자"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조합원만이 희망이다" 이날 성탄절 트리 점등식에선 머리띠 맨 노동자를 형상화 한 눈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조합원만이 희망이다"
이날 성탄절 트리 점등식에선 머리띠 맨 노동자를 형상화 한 눈사람이 눈길을 끌었다
석희열
성당의 저녁 종소리가 길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는 12월 예수탄생일에 즈음하여 한국 가톨릭이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한국 천주교는 차가운 길바닥에서 하느님의 구원을 애타게 기다리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외면한 채 자기들만의 성탄절을 보낼 것인가"라며 "여중생 범대위 등 교회 바깥의 일에는 나서면서 교회 내부의 일에는 이토록 무심할 수 있는 저들의 이중성이 놀랍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병원 장기파업사태를 풀기 위한 노사 양측의 해법이 너무도 판이하여 대화와 타협을 통하지 않고는 연내 해결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더욱이 가톨릭중앙의료원측은 노조의 대화요구마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서로간에 접점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가톨릭중앙의료원 노사협력실 이덕호 팀장은 "노조측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떠한 대화에도 응할 수 없다는 것이 의료원의 원칙"이라며 파업참가 노조원에 대한 징계 방침과 '선 복귀 후 선처'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한장의 엽서로 세상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병원노동자들이 자신의 간절한 기도와 새해소망을 적은 종이를 불에 태워 하늘로 날리고 있다
"이 한장의 엽서로 세상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병원노동자들이 자신의 간절한 기도와 새해소망을 적은 종이를 불에 태워 하늘로 날리고 있다
석희열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의료원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노조에게 백기를 들고 들어오라는 것은 일방적인 굴복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노사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합의를 통해서만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의료원측의 제안을 일축했다.


한편 공대위는 병원 파업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고난받는 노동자와 함께하는 화요 기도회를 매주 화요일 저녁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14일 낮 대선후보와 함께하는 범국민 걷기대회, 24일 저녁 성탄절 기도회 및 촛불시위, 31일 저녁 연말 송년 문화제 등의 12월 겨울투쟁 일정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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