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폭자, 2심서도 승소

5일 일본 오사카 고등법원, "원호수당 제한지급 부당"

등록 2002.12.06 14:03수정 2002.12.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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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부당한 원폭피해자 원호수당(건강관리수당) 지급에 맞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곽기훈(76)씨가 2심 판결에서 승소해 국내 거주 원폭피해자들의 공평한 처우 혜택의 길이 재차 열리게 됐다.

일본 오사카(大阪) 고등법원은 5일 2심 판결을 발표하면서 오사카 부(府) 당국이 피폭자 곽기훈씨가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피폭자 원호수당 지급을 중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오사카 부 당국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오사카 지방법원이 "해외에 거주하는 피폭자는 수당 수급 자격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해석은 일본 국내 거주 피폭자간의 차별이 생기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곽씨의 손을 들어준 후 2번째 승소 판결이다.

곽씨는 지난 1924년 7월 한국(조선)에서 출생했지만 44년 징병령에 의해 일본군에 징병됐다. 그후 45년 8월 6일 원자폭탄에 피폭돼 그 해 9월 한국으로 귀국했다.

곽씨가 오사카 지사로부터 '운동기능장애'로 피폭자 원호법에 준거한 원호수당을 5년간 지급 받는 길이 열린 것은 지난 98년 6월의 일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98년 7월 한국으로 귀국한 곽씨에 대해 일본에 체류했던 두 달 분만의 원호수당을 지급한 채 그 이후의 수당 지급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98년 10월 일본정부 제소 "일본 거주자 한해 원호법 적용 부당"


곽기훈 씨
곽기훈 씨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일본 정부의 거부 이유는 "일본의 영지를 넘어 거주지를 이동한 피폭자에 대해서는 후생성 공중후생국장의 '통달'(지침)에 의해 피폭자 원호법 적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실권으로 취급한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본국 귀국 후 수당 지급은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곽씨는 98년 10월 이에 불복, "국가 배상차원에서 만들어진 원호법 적용이 피폭자의 본국 귀국 후에 불가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고, 또한 피폭자 원호법에 나와 있지도 않은 피폭자 적용기준을 내부 지침만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오사카 지방법원에 일본 정부를 제소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대구경북지부와 대구KYC(한국청년연합회 대구본부), 원폭피해자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등은 성명을 발표하고 "오사카 고등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남·북한 거주 3000여명의 원폭피해자와 함께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는 또다시 불복할 것이 아니라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일으킨 범죄에 대한 자성의 계기가 되기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원호법 적용 판결에 대한 2심 승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국내 거주하는 피폭자들에 대한 원호수당 수급 등 일부분의 혜택이 있지만 여전히 원호수첩을 가지고 있지 못한 원폭 피해자들의 경우 원호법 적용을 받을 수 없는 것도 여전한 한계로 나타난다.

또한 일본 정부가 2심 판결에 대해 또 다시 불복, 최고재판소(대법원)에 상고가 이어진다면 그 만큼 재판에 대한 소요시간이 길어져 원폭 피해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지게 돼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재판에 도움을 주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는 "이번 2심 판결로 차별적으로 지급받고 있는 건강수당의 지급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본 정부가 상고할 경우 고령인 피해자들이 혜택을 받을 길이 그 만큼 더뎌진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또 "우선 일본 정부의 상고를 막을 수 있도록 시민사회단체와 특히 한국 정부가 나서야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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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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