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시장 강제집행 네티즌들 항의

이번주 2차 충돌 예고... 시민들 방배서장 퇴진운동 벌여

등록 2002.12.08 19:15수정 2002.12.0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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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아침 7시40분부터 4시간 넘게 진행된 서울 방배동 방림종합시장 소유권 명도 강제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의 방림시장 상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사건 당시 현장을 지휘하고 있던 경찰이 이를 방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학배 방배경찰서장에 대한 퇴진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각목과 쇠파이프와 손도끼 등을 동원한 용역직원들의 상가주민들에 대한 폭력이 난무하는데도 방관만 했다
이날 경찰은 각목과 쇠파이프와 손도끼 등을 동원한 용역직원들의 상가주민들에 대한 폭력이 난무하는데도 방관만 했다김형수
지난 4일 새벽부터 방림시장 일대에 대기하고 있던 철거용역업체 세경컨설팅(주)(대표 염창환) 200여명의 용역직원들과 경찰 4개중대가 방림시장에 들이닥친 것은 이날 아침 7시40분경. 이날 현장에는 소방차, 119 구급차, 한전차 등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 배치되었다.

물대포차와 지게차, 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한 세경컨설팅(주) 용역직원들은 각목과 쇠파이프, 전기충격기, 가스총, 과도, 손도끼, 절단기 등을 들고 있었으며, 몇 몇 직원들은 장갑에 면도칼을 끼우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용역직원들과 시장 상인들과의 물리적 충돌로 2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주변 4개 병원에서 분산 치료를 받던 주민들은 과중한 치료비와 제2의 침탈에 대비 중상자 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퇴원하여 방림상가철대위에 합류한 상태다.

용역직원들이 들고 온 손도끼
용역직원들이 들고 온 손도끼석희열
손도끼와 과도로 무장한 건장한 체격의 용역직원들과 계란과 소화기로 맞섰던 방림상가철대위(공동 위원장 김주홍, 손태석 외 2명) 150여 상인들은 이날의 상황을 증언하면서 공포에 질려 몸서리를 쳤다.

남편과 함께 이곳에서 10년 넘게 가게를 하고 있는 한 주민은 "그날 우리는 모두 죽는 줄 알았다. 그들은 사다리차를 타고 옥상까지 올라와서 닥치는대로 폭력을 휘둘렀다"며 "옥상 아래에 있는 용역들이 손도끼를 흔들어대며 '내려와라. 여기서 한판 붙자'고 주민들을 협박하는데도 경찰들은 웃고만 있었다"고 경찰의 대응에 어이없어 했다.

이날 현장에는 방배경찰서 김학배 서장(총경)과 정보과장 등이 나와있었으며, 시장 정문 앞 오정빌딩 옥상 등에 3개조의 경찰 CP와 OP조를 편성하여 집행과정과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었다. 또 세경컨설팅(주) 사장과 함께 방배경찰서 이아무개 정보과 2과장이 현장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주민은 "평소 이 과장은 주민들과도 친숙한 사이다. 그러나 그날은 사람이 완전히 180도 달라지더라"면서 "이 과장은 무전으로 용역들에게 '싹 쓸어버려', '이제 용역은 빠져라. 경찰 21중대 전투준비하라'고 지시하며 그가 용역인지 경찰인지 구분이 안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방림상가철대위 김주홍 공동위원장은 "이날 현장에 119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주민들이 용역들에게 개끌려가듯 끌려가며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실신을 해도 모르는 체 했다"며 "심지어 전화로 119에 신고를 하면 '방림시장이 어디냐'고 오히려 되묻기까지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가주민이 실신해 쓰러져 있다. 바로 옆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으나 이 환자는 20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상가주민이 실신해 쓰러져 있다. 바로 옆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으나 이 환자는 20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김형수
실제로 부상을 입은 용역업체 직원들은 즉각 들것에 실려 대기하고 있던 119 구급차에 실려 후송되었지만 상인들이 부상을 입었을 때는 용역직원들이 에워싸 몇 십분씩 그대로 방치되거나 후미진 곳으로 끌려가 내동댕이쳐지기도 했다.

더욱이 주민들이 119에 신고를 하여 20분이 넘게 지나서야 겨우 구급차가 도착해도 환자들은 들것이 아닌 두 사람이 양쪽에서 팔과 다리를 잡아 짐짝처럼 들어올려 싣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정성래 빈민해방철거민연대(빈철연) 상임대표는 "주민들이나 상인들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폭력의 현장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외면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빈철연 소속 각 지역 철대위는 지금 비상대기하고 있다. 조만간 또다시 방림시장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날 빈철연 사무실과 방림상가철대위 사무실이 있는 2층을 끝까지 사수하며 혈투를 벌였던 손태석 방림상가철대위 공동위원장은 "그날 아침부터 시작된 싸움이 낮 12시20분경에야 용역들과 경찰이 물러나면서 끝났다"며 "칠흑같은 긴 악몽에서 깨어난 우리는 서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는 부둥켜 안고 울었다"며 그날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말해주었다.

이날 저녁 7시30분 10여명의 용역직원들이 또다시 방림시장을 찾아왔다. 그들은 주민들을 향해 "오늘 밤 12시에 보자. 모두 다 죽여버리겠다. 남자들은 사시미(생선회 칼)로 회를 떠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용역직원이 경찰방패를 들고 경찰 진압복을 입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용역직원이 경찰방패를 들고 경찰 진압복을 입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김형수
이날 이후 방림상가철대위는 한층 규찰을 강화하여 24시간 3개조의 기동순찰조를 가동하고 있으며 최소 100여명이 24시간 철대위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비상대기 하고 있다.

지난 6일 새벽 5시에 또다시 방림상가 침탈이 예상된다는 정보에 따라 현장 중계를 위해 새벽 4시부터 중계차 등을 동원한 KBS와 ENG 카메라를 동원한 MBC, 그리고 오마이뉴스 등의 취재진이 미리 방림시장 들머리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자 여론 악화를 우려한 때문인지 이날 침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지난 4일 낮에 벌어진 방림시장 소유권 명도 강제집행 과정에서의 경찰의 대응과 관련 김학배 방배경찰서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네티즌들의 사이버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이후 방배경찰서 홈페이지에는 이틀 동안에만 4천여건이 넘는 네티즌들의 항의글과 경찰서장 퇴진을 촉구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뤘다. 8일 현재에도 김학배 경찰서장을 퇴진시키자는 글이 하루 500건 이상 올라오고 있지만 대부분 올라오자 마자 삭제하고 또 올리고를 되풀이하고 있다.

주민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준비해둔 계란과 소화기
주민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준비해둔 계란과 소화기석희열
시민 박준석씨는 '폭력현장 구경이 경찰업무인가'라는 글을 통해 "오늘 뉴스에서 본 방배경찰의 모습은 요즘 미군에게 느끼는 분노와 같은 것이었다"며 "깡패들에게 맞고 질질 끌려가는 시민들을 구경만 하고 있다니 도대체 어느나라 경찰이 이럴 수 있나. 서장 및 관계자 여러분의 해명을 바란다. 오늘 우리가 본 것은 분명 국민의 경찰이 아니었다. 누구의 경찰인가"라고 다그쳤다.

김상희씨는 "방림시장 생생히 보았다. 어째서 방관만 하였나. 경찰버스가 서있었고 방림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서 사람들이 다치고 심지어는 연세많으신 여자분들까지 깡패들에게 짓이겨지고 있었는데.."라며 "밖은 아비규환의 현장 그대로였는데 어째서 당신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었나. 그렇게 와서 구경만 할꺼면 유니폼을 벗고 구경하시지 그랬냐. 진정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방림시장 근처에 산다는 시민 오정연씨는 "대한민국 국민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폭력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찰은 대한민국 국민을 폭력에서 보호할 의무가 있다. 경찰은 절대 조직폭력배의 편이 되어선 안된다. 용역업체의 조폭은 합법적인 조폭이 아니다. 그들은 깡패이고 시민들을 강탈하는 강탈자일 뿐"이라며 "돈이 없다고, 약자라고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또 "국민은 경찰서장이란 사람을 돈많은 사람의 경비업체 사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은 바로 우리를 지켜줘야하고 보호해줘야하는 우리가 고용한 사람이다. 더이상 대한민국 경찰이 몇명 부유층의 경비로 전략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월드컵의 거리응원도, 두 소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시위도 모두 우리 네티즌의 힘이다"라고 김학배 경찰서장에 대한 퇴진운동에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

시민 강재성씨는 '방배결찰서장 퇴진운동에 동참합시다'라는 글을 올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방배경찰서의 직무유기 및 허위사실 유포행위(게시판 게재)에 대한 우리들의 처벌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불법을 묵인, 방조했으며 허위사실을 게재해 국민을 우롱한 혐의로 방배경찰서장은 퇴진해야 하며, 우리들의 힘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방배경찰서장의 퇴진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이밖에 "경찰은 도대체 사건 현장에서 뭐하고 있었나"라고 경찰을 질타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방배경찰서장의 퇴진운동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현재 방배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VJ 김형수씨가 사건현장을 생생히 담은 동영상도 올라와 있다.

방림상가철대위 옥상
방림상가철대위 옥상석희열
여론이 예상외로 악화되자 방배경찰서는 5일 '방림시장 소유권 명도 강제집행과정에 대한 경찰의 입장'이라는 글을 올려 김학배 경찰서장 퇴진운동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방배경찰서는 "경찰에서는 11월29일 서울지법 집행5부로부터 12월4일 오전9시 방림시장 소유권 명도 강제집행이 있으니 경찰 300명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이에 경찰은 민사소송법 제496조 및 집행관법 제15조에 의거, 지원에 응하게 되어 있어 임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집행 전날 개최된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충분한 안전조치를 요구, 소방차 2대, 구급차 3대, 한전·가스관계자, 인근병원 섭외 등을 통해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방배경찰서는 또 "집행과정에서 일부 상인들이 탈진·오한 등으로 다소 쓰러지기도 했지만 집행인부들도 옥상에서 상인들이 투척하는 돌이나 빈병 등에 맞아 머리가 찢기는 등 피해가 컸던게 사실"이라며 "일부 방송에서 이러한 전체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일부 현장상황만을 취재, 보도함으로써 실제적인 현장상황과 다소 거리가 있게 비쳐져 국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라고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방배경찰서는 이어 "경찰은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개입할 법적인 권한이 없으며, 민사집행에 있어서도 엄정한 중립을 유지할 것이나, 불법폭력 행위자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가릴 것 없이 증거자료 판독 및 고소·고발을 받아 엄중하게 사법처리할 계획"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경찰은 법과 질서가 존중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경찰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폭력사태로 부상당한 방림상가철대위 주민들의 치료비만도 1천만원이 넘게 나왔다. 지난 8월 이후 생업을 중단한 채 4개월째 생존권 투쟁에 나서고 있는 이들 150여 시장상인들의 생계는 주변 상인들과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꾸려가고 있지만 추운 겨울을 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최근에는 경찰의 압력으로 방림시장에 그 동안 가스를 공급해오던 가스공급업체에서 가스공급을 제한적으로 하여 취사와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상가 사무실에서 집단으로 생활해야 하는 이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빈철연 소속 6개 철대위 주민 300여명은 금명간 방배경찰서를 항의방문하여 김학배 서장의 퇴진을 촉구할 것으로 보여 경찰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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