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는 이회창, 약사회는 노무현?

대선, '의사·약사 밥그릇 싸움' 대리전인가… 이익따라 첨예대립

등록 2002.12.11 12:03수정 2002.12.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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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사회와 의사회가 잇따라 특정 대통령 후보 지지입장을 표명하면서 대통령선거가 첨예한 의·약 대결 대리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물론 지지 후보의 의약분야 공약에 따른 정책대결이라는 성격도 있지만, 사실상 ‘밥그릇 싸움’이라는 성격이 짙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우려가 높다.

경남의사회(회장 이원보)는 지난 9일 경남 마산 로얄호텔에서 시·군회장과 총무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나라당 김종하 경남선대위원장과 김학송 선대본부장을 초청, ‘송년회 및 의료정책 간담회’를 갖고 사실상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a 지난달 30일 사보이호텔에서 노무현 후보와 간담회를 갖고 있는 경남약사회 간부들.

지난달 30일 사보이호텔에서 노무현 후보와 간담회를 갖고 있는 경남약사회 간부들. ⓒ 김주완

이에 앞서 경남약사회(회장 박무용)는 지난달 30일 마산 사보이호텔에서 시·군 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노무현 후보와 직접 간담회를 갖고 지지를 약속했다.

이처럼 의사회와 약사회가 각각 이·노 후보를 지지하기로 한 것은 제각기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신상진 대한의사협회장은 9일 마산에서 “노무현 후보는 약사의 지위를 의사의 지위로 올려놓겠다고 발언하는 등 무차별적인 하향식 평등주의를 주장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들 의사들은 노무현 후보가 현행 상품명 처방에서 성분명 처방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약사들은 이회창 후보가 한국사회의 기득권층인 의사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입장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노무현 후보는 도내 약사회장들 앞에서 “의약분업을 갖고 의사들이 저러면 안 된다”며 “의사냐, 약사냐를 떠나 국민들의 부담이 적도로 하는 방향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수 마산시약사회장은 “지난달 23일 전국여약사대회에서 노 후보와 이 후보의 정책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며 “그날 노 후보는 임의분업이란 말이 안나오도록 하겠다고 한 것을 비롯, 성분명 처방 허용, 약대 6년제 추진 등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반면,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말밖에 하지 않아 의사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사와 약사들이 대통령 지지후보에서도 뚜렷이 각을 세운 가운데,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또다시 ‘의약 파동’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성분명 처방과 처방료 및 조제료 인정 문제 등 민감한 부분에서 당선자의 정책이 크게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사와 약사들은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직을 추스르는 것은 물론 고객 등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까지 나설 방침이어서 ‘의·약 대리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개인이든 집단이든 정책에 따라 지지후보를 선택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의·약계의 오랜 갈등과 반목에 따른 집단이기주의를 후보들이 이용해선 안될 것”이라며 “후보들은 약사나 의사의 이익을 떠나 진정으로 국민에게 이로운 게 뭔지를 정책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남의사회 지도부 "이회창 후보 지지"
경남의사회 송년회 및 의료정책 간담회

경남의사회(회장 이원보)는 9일 오후 마산 로얄호텔 10층 장미홀에서 한나라당 김종하 도지부장과 김학송 도선거대책본부장을 초청해 대한의사협회 신상진 회장과 시·군회장 총무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송년회 및 의료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날 송년회는 의료정책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집행부의 이회창 후보 지지를 시구회장단에게 설명하는 자리로 보였다.

이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김대중 정권이 의료정책을 망가뜨리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며 “올바른 의료정책을 이끌 사람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선배·친구·친지 등에게 이러한 사실을 일깨워야 한다”면서 “표를 모으는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상진 대한의사협회장도 “민주당의 의료정책은 실패하고 보험재정도 바닥냈다”며 “이런 이유에서 이번 대선에 의료계가 발벗고 나섰다”며 의협 집행부가 전국을 돌며 의료정책 간담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신 회장은 또 “노무현 후보는 약사의 지위를 의사의 지위로 올려놓겠다고 발언하는 등 무차별적인 하향식 평등주의를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가 5년의 암흑기를 거치느냐 아니면 국민에게 보탬이 되는 시대를 맞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 집행부의 이같은 행보는 민주당의 의료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원보 회장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배경에 대해 “약사회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노후보의 의료정책을 분석했을 때 이 후보가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을 올바르게 펼 사람이라고 판단돼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6일 경남도의사회장 이름 회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노무현 후보는 의약분업 정책을 김대중 정부의 성과중의 하나며 앞으로 성분명 조제를 허용하겠다고 말하며 약사의 지위를 의사와 대등하게 한다. 임상약사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등 의사말살 의료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며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올바른 의료정책을 가진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도록 총력을 다하자”고 독려했다.

이러한 이후보 지지는 의협대외협력위원회 기획분과위원회에서 만든 A4 2장의 유인물에서 더 확실하게 나타났다.

이 유인물에는 △각 지역, 시·군·구 의사회별 임시총회 및 반상회 개최 △진료 틈틈이 친척·처가·직원·고향 친구 등에 하루 20곳 전화 △젊은 전공의·의대생들에게 전화 △이 후보 유세장 임원진 참석 등이 적혀 있었다.

또 의협은 젊은 전공의의 노후보 지지를 방지하기 위해 ‘제16대 대통령 선거 보건의료분야 정책비교’유인물을 전공의들이 분석할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의료계의 이같은 지지에 대해 김종하 한나라당 도지부장은 “노무현 후보는 재벌돈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줄 사람 ”이라며 “만약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아르헨티나처럼 될 것”이라며 이회창 후보 당위론을 주장했다.

또 김 지부장은 “이회창 후보는 지금 노무현 한 후보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김대중, 김정일 3명과 싸우고 있다”며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다 다 퍼주고 나라를 거덜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사회 집행부는 13일까지 충청·대구지역 등 전국을 돌며 방문해 의료정책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 박영수 기자

덧붙이는 글 | 경남도민일보(http://dominilbo.co.kr)와 제휴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경남도민일보(http://dominilbo.co.kr)와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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